관객과의 1cm 스킨십, 하우스 매니저

무대 ‘뒤’가 아닌 ‘앞’에서 종일 뛰어다니는, 드러난 스태프가 있다. 공연장을 찾은 관객과 1cm의 스킨십을 유지하는 ‘하우스’ 매니저’다.

하우스매니저House Manager는 공연장의 얼굴이다. 누구보다도 가장 먼저 관객과 만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관객은 그를 통해 공연에 대한 첫인상을 가진다. 찰나의 순간에 하우스 매니저가 어떤 판단력을 내리는가에 따라 공연장의 이미지는 바뀔 수 있다. 1분 1초가 긴박하게 돌아가는 시간 속에서 어느 주말 오후 2시, 하우스 매니저의 일상을 바짝 따라가 봤다. 이날은 <LG 사랑의 음악학교> 공연이 열리는 날이었다.

PM 12:30 공연 시작 1시간 30분 전

준비, 사실 공연의 시작이다


브리핑이 시작됐다. 옷을 갖춰 입은 하우스 매니저와 부 매니저, 안내원이 무전기를 차고 1층 로비에 모였다. 이 날 <LG 사랑의 음악학교> 공연은 총 21명이 맡았다. 하우스 매니저는 해당 공연의 전반적인 내용을 안내원에게 공지했다. 공연의 진행 순서, 방식, 인터미션 등을 다시 한 번 숙지시키는 것.

공연장마다 다르지만, LG아트센터는 하우스 매니저의 무전기가 2대다. 안내원과의 무전기, 무대 팀과의 무전기가 그 주인공이다. 중간에 혼선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따로 들고 다닌다.
안내 방송은 하우스 매니저가 수시로 한다. 공연 시작 전부터 끝날 때까지 말이다. 공연에 대한 정보, 주의 사항 및 주변 시설까지, 관객의 사소한 궁금증까지 모조리 해결할 기세로. 소리 없는 전투가 따로 없다.

PM 1:30 공연 시작 30분 전

입장, 정신을 차려야 산다

게이트가 열리고 관객이 입장하기 시작했다. 물밀 듯이 밀려오는 관객의 표를 하나씩 안내원이 확인한다. 수많은 인파가 몰려오는 상황 속에서 안내원은 그야말로 ‘멘붕(멘탈붕괴)’다. 이때 ‘멘붕’ 상태인 안내원을 진정시킬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하우스 매니저뿐이다. 인원이 더 필요한 곳에 안내원을 배치하고, 이 공연을 찾은 관객의 정보를 파악해 안내원에게 무전기로 알린다.
입장이 순조롭게 진행되는가 싶더니 공연 시작 3분 전, 돌연 사고가 발생했다. 관객이 그만 장내에서 구토한 것이다. 장내에는 냄새가 퍼지기 시작했다. 무전기는 이미 벌써 불이 난 상태다. 예기치 못한 긴급상황 속에서 하우스 매니저는 침착하게 대응했다. 먼저 공연 시작 시간을 늦추고, 안내원과 함께 해결 방법을 신속히 찾았다. 덕분에 공연은 무사 진행!

PM 2:30 공연 시작 30분 후

공연, 긴장의 연속이다

오후 2시 30분경, 역시 어김없이 지각한 관객이 나타났다. 30명이나 되는 단체 관람객이었다. 그러나 무작정 아무 때나 입장시킬 수는 없는 노릇. 한 무대와 다음 무대 사이 약간의 시간을 노려 관객의 입장을 돕는다. 간혹 막무가내로 들어가겠다고 우기는 사람이 있는데, 그 때처럼 난처할 때가 없다.
그로부터 30분이 더 지났지만, 하우스 매니저는 여전히 공연장 출입구에 걸린 공연 TV 화면 앞에 서 있다. 2시간 동안 진행되는 공연이지만, 적어도 1시간가량은 서 있어야 한다. 지각한 관객이 더 올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안내원이 앉아서 쉬는 동안에도, 하우스 매니저는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물품, 게이트, 장내 등 전반을 체크하며, 공연장을 계속 돌아다니던 그녀. 미비한 점이 없는지, 관객의 불만은 없는지 그녀는 한시도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PM 4:00 공연 종료

마무리, 무대의 성공을 체크한다

2시간에 걸친 공연이 끝났다. 관객은 가벼운 마음으로 갈 길을 재촉하지만, 하우스 매니저의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안내원이 장내를 정리할 동안, 하우스 매니저는 무사히 관객이 다 퇴장하는지 점검했다. 더불어 오늘의 무대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는지 체크한다.

MINI INTERVIEW
LG아트센터 이선옥 대리의 ‘하우스 매니저’ 탐구

럽젠Q : 하우스 매니저가 하는 일은 간단히 무엇인가요?

이선옥(이하 이) 공연장마다 하우스 매니저의 업무가 달라요. LG아트센터 하우스 매니저는 대관과 하우스 매니저의 두 역할을 다 소화하죠. 공연 대관 업무에서는 공연 심사 – 결정 – 진행 – 정산까지 제가 맡고 있고요. 하우스 매니저로서는 공연 성격 파악 – 진행결정 – 안내 및 배포 – 공연진행의 일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큰 공연장일수록 두 업무가 분리되어 있기는 해요.
LG아트센터는 다목적 공간이기 때문에, 두 업무를 다 한 사람이 맡고 있어요. 그 때문에 공연 측을 위한 원스톱 서비스One stop Service가 가능하다는 게 장점입니다. 전 여기서 근무한 지 13년째인데, 업무가 많이 바뀌지 않았어요. 그만큼 LG아트센터는 공연 대관 의뢰 측을 배려하고 있답니다.

럽젠Q : 공연 업계의 유명인사로 알고 있어요. 똑 부러지는 목소리로 생방송 안내 멘트를 하는 것이 유명한 거죠?

극 중 대사를 이용하거나 분위기를 언급하는 안내 멘트를 하는데, 공연장을 찾은 관객이 매우 좋아하더라고요. 극장에서 이런 방송을 처음 들어보니, 다들 신기해하는 것 같아요. “대사인데 이런 걸 어떻게 캡처했지?” 하면서 재밌게 생각하는 거죠. 다 경력이 쌓이면 노하우가 이렇게 생긴답니다.

럽젠Q : 하우스 매니저가 되려면 어떤 태도와 자격이 필요할까요?

하우스 매니저라는 직업은 서비스 정신만으로는 부족해요. 공연 전반의 흐름을 반드시 알아야 하죠. 저는 예술의 전당 인턴을 거쳐 공연예술아카데미 등에서 활동하고, 연출 수업도 듣곤 했어요. 전부터 공연에 관심이 있었고, 무대 쪽 매커니즘을 파악하려고 노력했죠. 아직 국내에서는 자격 요건을 ‘성실한 자, 안내원 출신, 공연에 관심이 있는 자’로 정하고 있는데, 좀 더 체계적이었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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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직업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들을 하나씩 읽을 때마다 호기심과 흥미가 샘솟네요ㅎㅎ
    재밌게 잘 읽고 갑니다.
  • 우와... 신선해요 ㅋㅋㅋㅋ 잘보고갑니다!!!!!! 정말 꿈꾸는 일은 아니지만, 너무 좋네요ㅕ 이런 기사!!
  • 이채원

    하루 일과로 보니까 너 와닿네요!! 정말 공연장을 책임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전반을 다 책임지시는군요~ 기사 잘 봤습니다^_^
  • 삼다

    LG아트센터 하면 딱 떠오르는게 바로 '장내 멘트'인거 같아요. 센스있는 장내멘트로 늘 공연 보러 갈 때마다 기대한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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