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웃으며 의사선생님을 만나는 그날까지 – SP 에듀케이터


만약 의사가 금연의 중요성을 설명하면, (냉소적인 표정으로, ‘너도 한 번 해봐라, 그게 쉽나?
라고 속으로 생각하면서)“
에, 그게 말처럼 쉽나요, 담배 나쁜 건 저도 잘 알지요” 라고 말한다.

갑자기 왠 의학 드라마 시나리오냐고? 아니다. 위의 내용은 3월의 궁금해e직업 SP 에듀케이터가 만든 가상의 시나리오 중 일부이다. SP 에듀케이터란 이름을 처음 듣는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없는 게 없다는 인터넷에서조차 검색되지 않으니 말이다.


여기서 SP란 Standardized Patient, 즉 표준화된 환자를 의미하는 약자이다. 즉 학생이 실제로는 인물 A나 B 누구를 만나건 간에 상관없이 시나리오에 의해 일종의 의료 연극을 하고 있는 가상의 환자 C를 만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SP 에듀케이션이란 병명, 이름, 살아온 환경, 식습관 등 모든 조건이 같도록 표준화된 SP가 가진 상황에 대해 어떻게 면담을 진행할 것인지 의료인의 대화능력을 교육시키는 분야이다. SP 에듀케이션은 일차적으로 의료 면담의 질을 높이는 데에서부터 임상 실험 자료를 만드는 것까지 의료 분야의 고급화에 그 목적이 있으며, 이러한 전 과정을 돕는 것이 바로 SP 에듀케이터의 역할이다. SP 에듀케이터의 기본적인 작업은 시나리오를 만드는 것이다. 이 작업에서 일반 시나리오 작가와 가장 다른 점은 정확한 의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해야 하며 목적이 의료교육에 있다는 점이다.

SP 에듀케이터는 실제 의사의 면담상황을 녹화하여 연구하거나 직접 회진에 참여하는 등 현실에 가장 가깝고 구체적인 상황을 시나리오에 담기 위한 노력을 많이 한다. 실제 아프지 않은 사람이 아픔을 표현해야 하고, 학생이 가상의 상황에 몰입해야 하는 만큼 시나리오가 구체적이지 않으면 교육을 진행하는 데에 여러 어려움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의학적 상황에 환자의 상태, 하루 일과, 취향, 외향적인 모습, 심리적인 상태, 말투, 표정 등이 더해지면 하나의 시나리오가 완성된다. 시나리오를 작성하는 것만으로 작업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만들어진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적합한 일반인을 섭외하여 시나리오를 숙지시키고, 학생들이 적절하게 대처하는 방법을 익히도록 하는 것까지가 SP 에듀케이터의 몫이다.

첨단 과학과 의학의 집결지인 병원에서 대화기술이 중요하게 등장한 것은 왜일까?
누구나 한번쯤은 자신의 앞에 앉아 있는 이 의사를 도저히 믿지 못하겠다는 생각을 해 본적이 있을 것이다. 친절한 말 한 마디 없고, 믿음직해 보이지도 않는 의사에게 내 몸을 맡기기는 일은 아무래도 안심이 되지 않는 것이다.

의사와 환자의 관계는 초기 면담 과정에서 형성된다. 이 짧은 시간에 환자와 의사가 얼마나 긍정적인 관계를 형성하는가에 따라 환자가 의사에게 자신의 질환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할지, 또한 치료에 대해 얼마나 신뢰할 지가 결정되는 것이다. SP 에듀케이션은 환자가 얼마나 아프고 힘든지 알면서도 표현하는 방법을 몰라서 당황하는 의사들에게 표현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환자에게 어떻게 반응했을 때 환자가 얼마나 고마워하는지를 직접 경험시켜준다.

특히 SP 에듀케이션은 실전을 겪어보지 않은 의과대학 학생들에게 도움이 크다. 예를 들어 환자 보호자가 화가 많이 난 경우, 나쁜 소식을 통보해야 하는 경우, 술 취한 환자를 대하는 경우 등 학생들의 수준에서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들이 많기 때문에 SP 에듀케이터는 실제 의사들이 겪었던 상황과 가장 근접한 시나리오를 만들어서 어떻게 적절하게 반응하고, 상황을 이끌어나가는지를 교육한다.

실제로 2010년부터(2009학년도 의과대학 4학년 재학) 시행되는 의사면허 시험에서는 필기시험 이외에도 환자에 대한 진료기술, 환자를 대하는 태도 등을 측정하는 실기시험을 치르도록 하는 등 이 분야에 대한 중요도가 상당히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에서 SP 에듀케이션이 가야 할 길은 아직 멀고도 험난해 보인다. 기본적으로 SP 에듀케이터가 되기 위한 정규적인 과정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현재는 병원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거나 의료 분야에 대한 지식이 있는 사람들, 연기 전공자들을 각 의과대학에서 즉흥적으로 뽑아 교육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실망하지 마시라. 그만큼 관심이 있는 누구에게나 문이 열려있다는 이야기 이기도 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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