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 광고인, 그를 키운 팔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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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뮤지컬을 종합예술이라고 한다. 광고 역시 종합예술이 아닐까? 시각과 청각의 다양한 요소들이 결합되어 무대에 올려진다. 상업광고는 즐거움과 기쁨, 공익광고는 반성과 아쉬움 등 다양한 감정이 무대 위에서 표출된다. 최종의 목적은 결국 마음을 움직여 감동을, 행동을 이끌어 내는 것. 이제 막 광고인의 이름표를 단 엄창호씨가 광고의 세계에 발을 딛게 된 이유 역시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서다.

“제가 라디오를 즐겨 들어요. 제가 초등학교 6학년 당시 ‘이문세의 별이 빛나는 밤에’ 라는 프로그램의 마지막 방송을 들으며 슬퍼했던 기억이 나요. 그런 감정을 느끼고 있는 스스로를 보면서 저도 말이나 글을 통해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죠.”

처음부터 광고인은 아니었다. 막연하게 방송이나 미디어 쪽에서 직업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그가 광고로 눈길을 돌리게 된 계기는 고등학교 재학시절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공모전에 불쑥 참가하면서부터다. 광고만큼이나 드라마틱한 일이었다.

“한 탤런트가 아빠를 외치는 아기의 전화를 받고 쑥스러워하며 ‘아빠래요’ 라고 말하던 광고가 있었어요. 당시 굉장히 유명했는데 저 역시 그 광고가 인상적이었어요. 나도 ‘이런 광고 한번 만들 어봐야지’ 하고 후편을 만들었는데, ‘삼촌삼촌’ 하면서 ‘이 제품은 해외 전화도 된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말도 안 되는 내용이었어요. 나름대로 줄을 쫙쫙 긋고 그림을 그렸죠. 처음으로 ‘스토리 보드’란걸 만든 거예요. 결과야 당연히 안됐죠.”

어린 학생의 호기 혹은 장난으로 지나쳐 버렸을 법한 일. 하지만 당시 공모전의 심사위원 중 한 사람이 그에게 편지를 보냈다.

“지원해 준 것에 감사하다는 내용과 꿈은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전념하라는 짤막한 자필 편지를 받았어요. 그 후 광고 쪽으로 좀 더 생각이 기울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이 경험 하나가 저를 광고계로 이끌었다기 보다는 여러 가지 경험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광고에 목표를 두게 되었죠.”

그의 호기는 대학시절에도 발휘되었다. 인터넷 검색을 해 광고감독이라고 직함이 나온 사람들에게 무작정 전화를 걸었다는 엄창호씨. 그런 적극성으로 결국 그는 감독들에게 발탁, 간단한 문서작업을 시작으로 마지막에는 촬영장의 조감독 역할까지 할 수 있었다. 이러한 현장에서의 경험과 적극성은 한번 하기도 어려운 인턴을 무려 세 번이나 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이었다.

“처음 인턴으로 있던 곳은 한 광고 대행사의 마케팅 대행사였어요. 제작을 위해 직접 카메라 들고 명동에 나가 사람들을 인터뷰 하기도 했고, 광고 시안 촬영에 모델도 해 보고, IPTV방송의 음악 카테고리에 출연해서 가발을 쓰고 춤추는 일까지… 잔심부름부터 온갖 일을 다 했었어요. 아이데이션(아이디어 생산을 위해 행하는 활동 혹은 아이디어 생산 자체를 뜻하는 광고 용어)을 그곳에서 배웠죠.”

그 후 그가 말하는 광고는 치열한 아이디어 싸움의 연속. 다른 분야에 비해 자유로운 것처럼 보이지만 이 자유에는 아웃풋이라는 책임감이 뒤따른다. 그 책임감 때문에 밤을 새는 일도 부지기수. 인턴이 끝날 무렵에는 손이 부르트기도 했다고.

“그때는 밤을 새서 일하는 게 효율적이지 않다는 생각도 들고 억울한 생각도 들었어요. 되돌아 보면 그게 다 과정이었던 것 같아요. 광고의 프로세스를 몸으로 체득하는 과정이었던 것이죠. 처음 시작할 때는 별거 아닌 것 같았는데, 경험이 쌓이고 제 몸에 단련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가 말하는 카피라이터는 글이나 문장을 잘 쓰는 사람이 아니라 크리에이티브를 만들어가는 사람이다. 글을 못쓴다고 해서 카피라이터가 될 수 없는 것은 아니며, 전체적인 스토리 라인을 구축하고 이에 대한 전략을 잘 세울 수 있다면 누구나 가능하다는 것. 하지만 아무나 될 수 있는 것 은 아니다.

“자기만의 생각이 확고해야 해요. 어떤 사물 이나 사건, 현상을 접했을 때 그것을 생각 으로 옮길 수 있는 적응력, 이를 설득력 있게 구성하는 논리적인 사고력이 필요합니다. 광 고의 큰 축인 기획자(AE : Account Executi ve)와 아트디렉터(AD : Art Director), 이둘 사이를 연결하는 것이 바로 카피라이터예요. 이 역할을 능숙하게 하기 위해선 많이 찾아 보고 읽어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굳이 책이 아니라 인터넷 댓글과 같은 것도 괜찮아요.“

천 단위의 지원자와 2배수의 인턴, 이렇게 수많은 경쟁상대를 제치고 취업에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을 묻는 질문에 스스로를 ‘운이 좋은 케이스’ 라며 겸손해 했다. 하지만 ‘운’ 보다는 그가 차곡차곡 쌓아 올린 경험들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뿐만 아니다. 채용절차가 이루어지는 1박 2일의 합숙 면접 동안 뛰어나게 눈에 띄는 지원자는 아니었다던 그가 당시의 팀에서 유일하게 선발된 이유, 그를 빛나게 한 건 바로 ‘성실성’이었다.

“입사 후에 듣게 된 이야기인데, 당시 주어진 일에 열심히 하려는 모습이 좋게 평가 받았다고 해요. 어떤 일이 주어졌을 때, 내가 10의 노력을 할 수 있다면 10의 노력을 다하는 성실성, 적극성이 주요했던 것 같습 니다. 광고가 정말 하고 싶다면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드세요. 동아리, 인턴, 공모전 등 할 수 있는 한의 열정을 보이세요. 시험 한 문제 더 푸는 것보단 광고에 대한 생각을 한번 더 하세요. 이 생각을 풀어내는 적극성을 키우시길 바랍니다.”

한때 그에게도 광고인은 단순한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가 소망의 대상을 자신의 현실로 가져올 수 있었던 팔할은 분명 실행력이었다. 결국 취업이라는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높은 어학 성적이나, 용도를 알 수 없는 수많은 자격증이 아니라 관심과 소신이다. 교과서에 나올법한 뻔한 답이지만 무엇을 해야 할 지 고민하는 시간이 부족한 대학생들에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앞으로 10년 후쯤엔 대중들에게 인정받는 훌륭한 카피라이터이자 CD(Creative Director)가 돼 있고 싶다는 엄창호씨. 그가 말한 ‘빵빵 터지는 광고’가 무대에 올려질 날을 기대해 본다.

 

글, 사진_변수진 / 15기 학생기자
숙명여자대학교 언론정보학과 06학번

동영상_송대규 / 15기 학생기자
명지대학교 디지털미디어학과 05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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