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로 소통하는 멋진 세상을 꿈꾸며 이동진 바리스타



2007년 2월, ‘알짜강의’라는 코너 에서 커피에 관한 해박한 지식을 펼쳐내며 미얼과 인연을 맺은 바 있는 이동진 바리스타. 그를 만나기 위해 신촌 아트레온에 위치한 ‘커피섬’을 찾았다.
마침 그가 운영하는 바리스타 양성기관인 커피MBA의 교육수료식이 진행 중이었다. 미얼기자들을 알아보고 시원한 아메리카노를 건네며 반갑게 맞아주는 이동진 바리스타. ‘국내 바리스타 제1호’라는 타이틀 답게 커피에 관련된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는 만큼, 아침부터 바리스타 교육 수료식에 참석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커피MBA라는 바리스타 전문 양성기관에서는 바리스타 기초과정과 베이직 로스팅 과정을 교육하고 있어요. 얼마 전부터 바리스타 자격시험요건으로 로스팅(생두를 원두로 구워냄을 뜻함)의 수강을 요구하고, 커피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학생들의 교육열 또한 날로 높아져가고 있습니다. 그 동안 샵에서 가르쳤던 경험을 발판 삼아 이러한 교육기관을 만들게 되었죠.”
커피 유학은 외국으로 갈 필요가 없다고 거듭 강조하는 이동진 바리스타. 바로 세계의 커피가 서울로 통한다는 마인드를 갖고 있기 때문인데, 커피의 왕국으로 잘 알려진 이태리에서는 오로지 에스프레소만 경험할 수 있으며 미국, 일본 등도 각각의 문화만을 경험 할 수 밖에 없다고. 하지만 서울은 에스프레소를 비롯한 전세계 모든 종류의 커피를 경험 할 수 있는데다가 우리나라만큼 교육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진 곳은 드물다고 한다.
“서울은 세계의 모든 커피문화가 모여있는 곳이에요. 커피박람회만 하더라도 질적, 양적 규모에서 최고를 자랑하고 있으며 차후 세계커피축제도 유치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해봅니다.”

이야기를 들으며 주위를 둘러보던 중, 독특한 커피 관련 장비들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우리나라에는 없을 것으로만 생각했던 커피나무 부터 각종 로스팅 기계들까지 커피에 대한 많은 것들이 이곳 ‘커피섬’에 모여있었고 이곳을 다녀간 다수의 연예인들의 흔적도 눈에 띄었다.
“우리나라의 커피시장이 급격히 발전한 것에 비해 커피를 직접 체험하고 느낄 수 없는 공간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만들게 된 것이 커피섬(coffee sum)이죠. Coffee island라는 뜻으로 커피와 관련된 전시는 물론, 커피를 직접 로스팅하며 만들어보고 커피나무도 키워볼 수 있는 곳이죠.”
명실공히 커피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는 이곳은 제대로 된 커피문화를 대중에게 알리고자 하는 그의 의지가 고스란히 묻어나는 공간이다.

커피를 접한 지 이제 10년 차를 맞이한다는 이동진 바리스타. 커피가 대중화되지 않았던 시절에, 게다가 커피와는 무관한 광고미디어를 전공했던 그가 어떻게 바리스타가 되었을까? 그는 커피와 연애결혼이 아닌, 중매결혼을 했다고 답한다.
“일본 유학을 마치고 무역회사에 근무할 당시 맺었던 재일동포 사장과의 인연으로 우연히 ‘비미남경’이라는 커피숍을 맡게 되었어요. 커피샵으로 꼽을 수 있는 최악의 입지조건이었는데, 하루에 10명 정도만이 지나다닐 정도의 골목에 위치했었고 평수도 너무 작았죠. 이 가게를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고 거기에 제가 전공한 마케팅도 적절히 활용했어요. 정성을 쏟아 핸드 드립으로 커피를 내리며 입 소문을 타더니 급기야 커피의 메카라는 명성도 얻게 되었죠.”
‘비미남경’에 대한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는지 한참 생각에 잠긴 그가 문득 한 권의 책을 집어 건넨다. ‘꿈을 볶는 커피 집, 비미남경 이야기’라는 제목의 책이다. 취재가 끝나고 부리나케 집으로 달려와 쭉 읽어보니 커피에 대한 그의 열정을 담아내기엔 버거울 정도로 멋진 내용들로 빼곡했다.

비미남경을 운영하며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커피 로스팅 사업, 생두 딜러, 커피 관련 전문 기고가 등으로 활약하는 것은 물론 우리나라 최초의 핸드 드립 프랜차이저인 가배두림의 대표로도 널리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대중들에게 커피는 여전히 소수 마니아들만의 향유물로 인식되었다. 그러던 중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으로 인해 파티쉐가 널리 인식되었듯이 바리스타 또한 비슷한 현상을 겪게 된다.
“커피프린스 1호점 기억하시죠? 원래 이 드라마의 초기의도는 바리스타를 매개체로 한 남녀간의 사랑이야기였어요. 하지만 이 드라마를 통해 한국 커피시장의 전환점이 도래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PD를 어렵게 만났죠. 커피에 대해 전문적인 내용을 다뤄야 함을 거듭 강조하며 설득했고, 드라마 제작에 동참하게 되었습니다. 드라마에 원두를 제공해주며 주인공인 윤은혜씨와 공유씨에게 직접 커피에 대한 교육을 해주었어요. 그렇게 3개월간의 뜨거운 여름을 보낸 끝에 결국, 이 드라마가 우리나라의 커피 대중화를 이끈 장본인이 되었죠.”

그가 커피 대중화에 이토록 박차를 가해온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사람들의 인식이 높아질수록 건전한 커피문화를 향유할 수 있기 때문인데, 우리가 매일 먹는 밥이 신선해야 하듯이 원두커피의 신선도 또한 중요하며 건전한 커피문화는 바로 이것에서 출발한다고 한다.
전 세계인의 기호이며 해외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커뮤니케이션의 중요한 도구로 작용하는 커피. 세계화를 꿈꾸는 젊은이들의 공감대가 되어주는 매력을 지닌 커피를 어찌 널리 알리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동진 바리스타는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정도로 해야 할 일이 많다며 연신 행복한 비명을 지른다. 현재 가배두림, Coffee MBA, 커피섬의 대표이며 한림 성신대, 인천문예전문학교, 세종대의 교수직을 맡고 있다. 게다가 상해, 두바이 등 해외영업과 로스팅 사업까지 커피에 대한 그의 열정은 끝을 모른다.

“생두가 수천 가지의 화학반응을 일으켜 원두가 되고 커피잔에 담기기까지의 과정은 ‘보잘것없는 애벌레가 창공을 가르는 나비가 되는 과정’과 유사합니다. 단 한번의 날개 짓이 대륙의 반대쪽에서 거대한 태풍으로 돌변하듯 우리가 뿜어내는 커피 향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언제나 꿈꾸는 자의 것’이라며 자신을 ‘꿈 공장장’이라 표현하는 이동진 바리스타. 세상을 향한 꿈과 향을 만들어내는 그의 공장이 언제까지나 계속 가동되길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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