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따뜻한 이야기를 전하다 드라마 작가 예랑


따뜻한 이야기를 전하다 드라마 작가 예랑

5살 차이의 연상연하 황신혜-안재욱 커플을 기억하는가? 
지금이야 연상연하 커플이 많지만 4년 전, 드라마 <천생연
분>은 새롭고 신선했다. 서른 살 여자가 드라마 주인공으로<br />
나온다? 삼순이, 올드미스 다이어리의 미자, 브리짓 존스의<br />
일기가 나오기 이전에 30대 여자들의 공감을 끌어낸 원조<br />
드라마가 있었으니, 그게 바로 7년 전, 드라마 <여자만세>다.<br />
한발 앞서 세상을 읽고, 가장 사람냄새 나는 이야기에 재미를<br />
더한 드라마를 쓰는 예랑 작가. 올해로 작가생활 15년째<br />
접어든다는 그녀’s Drama를 들어보자.” /></p>
<p><!-- Document Copy --></p>
<p class=글_이금주/14기 학생기자

동영상_박미래/ 14기 학생기자 고려대학교 언론학부 06학번

사진_정승호/14기 학생기자

우연이라지만 운명처럼 다가온 드라마


예랑 작가는 자신이 드라마 작가가 될 거라곤 생각지 못했다고 했다. 어렸을 때부터 여행을 좋아했던 그녀,
외교관이나 교수를 꿈꿨었다고 한다.
그랬던 그녀를 지금의 자리에 있기 한 건, 재수생 시절 우연히 본
신문광고였다. 신문 한 켠에 실린 상금 천 만원의 시나리오 공모전. “시나리오 공모? 복권보단 확률이 훨씬 높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시나리오 공모 후 영화 쪽에서 연락이 왔고, 그
녀는 영화 기획자 생활을 시작했다. 영화를 기획하고, 시나리오를 쓰던 그녀에게 한 선배가 “드라마 대본도
한번 써 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해왔다. 그때 낸 대본이 단번에 KBS ‘드라마 게임’에 방송화 됐다.

드라마는 사회를 비추는 거울

23살 데뷔 이후, 그녀는 지금까지 쉼 없이 드라마를 위해 달려왔단다. 햇수로 벌써 15년. 그녀가 생각하는 드라마란 무엇일까.“드라마에 사회성이
담겼으면 좋겠어요. <결혼합시다>를 쓸 땐 이 시대
새로운 모습의 현모양처를 그려보고 싶었고,
<천생연분>쓸 때만 해도 연상연하 커플이 별로
없었지만, 그게 또 사회의 새로운 트렌드였고
그걸 담아내고 싶었어요. <맹가네 전성시대>는
호주제 철폐를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에 기획하게
됐고요.”

세상의 흐름을 빨리 잡아내 한발 앞서 드라마에
반영하는 그녀의 기획력, 놀라울 따름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뭐냐고 물었다. 질문이 참
어리석었다. 열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어디
있으랴. 작가에게 작품은 자식 그 이상일 텐데 말이다.
“작품 하나하나가 다 너무 힘들었고, 또 한 작품 한
작품 할 때마다 ‘이건 대박이야’ 생각하며 준비 했어요.
다 애정이 가죠. 그래도 특별히 하나만 꼽으라고 하면
‘저런 작가가 우리나라에 있구나’ 라고 보여진 <영웅반란>이랄까요. 차인표씨가 제대하고 나와서 한 작품이었어요. 머릴 노랗게 물들이고 건달로 나왔었죠. 8부작 짧은 미니였는데 그게 제 첫 미니시리즈였어요.” 단편, 특집극을 써왔던 예랑 작가에게 ‘이제 나도 제대로 드라마를 쓸 수 있겠구나’하는 자신감을 준 드라마였다고. 당시 <영웅반란>은 높은 인기를 얻으며 방영 첫 주, 단숨에 주간 인기 드라마 7위에 오르기도 했다.

드라마 소재를 찾는 방법?

“소재 찾는 방법이란 게 사실 너무 다양해요. 어떨 땐 밥 먹다가 친구 얘기 하나에 아이디어를 얻을 때도 있고, TV나 다큐멘터리, 신문을 보다가 아이디어를 얻을 때도 있죠. 작가에게 여행만큼 좋은 것도 없을 테고요.” 강남길씨와 심혜진씨가 나온 드라마 <마지막 전쟁>을 쓸 땐, 방송이 나가고 나면 친구들한테 전화가 왔단다. “너 왜 자꾸 우리 집 얘기 쓰냐”고.
저마다의 사연에, 성격도 제 각각인 드라마 속 인물들. 캐릭터는 어떻게 만들까.
“소재를 찾고, 이 소재를 어떻게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면 그에 맞게 인물들을 아주 작은 부분부터 구체적으로 하나씩 만들어가야 해요. 드라마 주인공이 29살 여자로 딱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 사람의 집안 형편은 어떻고, 가족은 몇 명이고, 대학은 여자대학을 나왔는지 공학을 나왔는지, 직업은 뭐며 성격은 어떤지, 하물며 초등학교는 사립을 나왔을까, 아닐까’ 까지… 그 주인공이 29살이면 29년의 인생을 생각해야 하는 거죠.”

피할 수 없는 마감시간과 시청률

오랜 시간 작품을 써온 그녀에게도 마감시간만큼은 여간 스트레스가 아닌가 보다.
“왜 시험 공부할 때 그렇잖아요? 코 앞에 닥쳐야 잘 되는… 한 일주일 정도고 한달 정도고 계속 생각은 해요. 근데 꼭 이상하게 마감 닥쳐야 써져요. 시험시간 몇 시간 남겨두고 진작 한 다섯 시간만 더 있었으면 하죠. 글도 그런 거 같아요. 마감 전부터 여유롭게 잘 써지면 좋은데 말이죠.”


작가가 피할 수 없는 것이 또 하나 있으니, 그게 바로 시청률이다. “시청률이 잘 안 나오거나 호응이 없으면 내가 캐스팅한 배우들에게, 또 같이 작업하는 피디, 스태프에게 미안해집니다. 일차적인 책임은 작가에게 있기 때문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어요.” 작가로 시청자들에게 기억되기 위해선 시청률로 부각 돼야 하는 것이 현실. 요샌 드라마가 워낙 많아, 사실 드라마 모 썼다고 해도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단다. 드라마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다지고, 다음 드라마를 쓸 수 있는 기회를 잡으려면 시청률 압박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수십 명의 작가가 공동으로 드라마를 쓴다. 대본을 쓰는데 충분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기에, 세계가 열광하는 완성도 높은 드라마를 만들 수 있단다. 한류 드라마 열풍이 한창이지만 아직 한국 드라마 제작 현장은 열악하다. “사전제작 물론 좋죠. 하지만 아직은 한국에서 그만큼의 투자가 이뤄지기 어려운 것 같아요. 한 두 명의 작가에 의존해서 대본을 쓰고 있고, 사전제작을 했다가 1~2년 뒤에 방송해보면 올드한 느낌을 저버릴 수 없거든요. 충분한 투자가 이뤄지지 못해서 그래요. 시청자들의 반응을 어느 정도 반영한다는 측면을 보면, 또 그때 그때의 상황에 맞게 현실을 반영한 드라마를 제작할 필요도 있는 것 같고요.”

예랑 작가는 ‘멋있다, 재밌을 것 같은데, 돈을 많이 벌지 않을까’하는 면만 보고 드라마 작가를 하기엔 위험하다고 했다. “드라마 작가를 하겠다 생각했으면 겁이 없어야 돼요. 한번 드라마를 썼다고 해서 그게 몇 년 이상 간다는 보장이 없어요. 언제 제대로 방송 활동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고요. 그리고 공중파, 그거 굉장히 무시무시한 매체랍니다. 한 마디의 말이, 하나의 프로그램이 세상을 뒤흔들 수 있어요.” 있는 사실을 전하는 뉴스도 어떤 시각으로 전하느냐에 따라 굉장히 달라지는데, 하물며 상상으로 만드는 드라마는 어떻겠는가. 드라마 작가는 건전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사람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해야 한다고 했다. 대중들에게 두루 확실하게 공감을 받지 못한다면 드라마 작가로 성공하기도 힘들 뿐더러 그런 드라마가 방송됐을 땐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드라마를 본 시청자들이 ‘한 시간이 아깝지 않았구나, 참 행복한 시간이었구나’라고 느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요샌 재밌는 것들이 너무 많잖아요. 인터넷만 해도 한 두 시간 금방 가는데… 사람들이 드라마를 보고 ‘참 알찬 시간을 보냈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할 수 있는 건 따뜻한 드라마가 아닐까 싶어요.”
정말 자기 직업에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내가 쓴 글이 화면으로 나오고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봐줬을 때, ‘아 내 직업만큼 행복한 직업이 없구나’라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내가 나일 수 있구나, 이게 내 모습이구나’를 느끼는 순간이 드라마를 쓸 때라는 예랑 작가. 올 겨울 찾아올 그녀의 따뜻한 드라마가 기다려진다.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emoticon

스티커 댓글

스티커를 사용해서 댓글을 남겨보세요!

댓글달기
  • 감동
  • 부들부들
  • 눈물
  • 두근두근
  • 좋아요
  • 사랑해요
  • 멋짐
  • 하하
  • 신남
  • 행복
  • 멘붕
  • 헉
  • 시무룩
  • 하이파이브
  • 응원
  • 쓰담쓰담
  • 뽀뽀
  • 박수
  • 선물하기
  • 고마워
  • 귀여워
  • 셀카
  • 저요
  • 열공
  • 쓰러짐
  • 씻기
  • 팩

소챌 스토리 더보기

대학생 집콕러를 위한 월간 소비

편지가게 글월, 마지막으로 편지를 받은 게 언제예요?

비전공자를 위한 교양서

비전공자를 위한 전공자의 교양서 큐레이션

일본어 번역가 강민하 | 마음까지 전하는 번역

VEGAN ESSAY 의생활 실전편ㅣ스물 한 살의 비건인 나는, 잘 입고 있습니다

VEGAN ESSAY 식생활 실전편ㅣ스물 한 살의 비건인 나는, 잘 먹고 있습니다

VEGAN ESSAY 입문편ㅣ스물 한 살의 비건인 나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2012년, 빙의하고 싶은 영화 속 주인공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