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프로그래머 손희정을 만나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손희정 프로그래머를 만나다

4월, 매 해 영화제들 중 가장 이른 시기에 시작하는 영화제
가 바로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다. 올 봄에도 여성영화제
는 어김 없이 영화 팬들을 찾아왔고, 성공적으로 영화제를 
마쳤다. 10회를 맞는 동안 자원 활동가부터 시작해 올해 처
음‘프로그래머’로서 한 해를 보낸 손희정 프로그래머를 
만났다.

글, 사진_조수빈 /14기 학생기자 가톨릭대학교 간호학과 04학번

동영상_이혜리/ 14기 학생기자 서울 여자대학교 언론영상학과 06학번

1호가 되기까지

사무실 곳곳에 쌓여있는 비디오 테
이프들과, 처음 구경해 보는 상영
필름들이 영화제 사무국임을 실감
케 했다. 영화제는 끝났지만, 아직
이들의 업무는 끝나지 않은 듯 보였
다. 상영을 위해 들여왔던 필름의
스케줄을 다시 조율해 되돌려 보내
고, 도움을 준 이들에게 감사 카드
와 기념품을 보내는 등 영화제가 끝
난 지 거의 한 달이 지났지만 최근
까지도 정신 없이 바쁜 시간들을
보냈다.

“관객들에겐 영화제가 열리는 열흘 남짓이 전부이지만, 저희는 시작 전과 후에도 업무가 많아요.
4월에 영화제를 열면, 보통 프로그래머들은 전년 8월부터 해외 출장을 다니며 영화를 고르기 시작
하죠. 보통 바빠지기 시작하는 때는 11월, 12월 이예요. 스텝들도 보통 그 때부터 야근을 시작하거
든요.”

일반 회사처럼 일년 내내 일정한 일이 있는 것이 아니라, 몰아치듯 일이 이루어지는 것이 영화제의
업무다. 일 년에 단 몇 일 동안 이루어 질 행사를 위한 것이다 보니 업무가 불안정하고, 영화제 특성
상 매 해 고용 계약이 이루어져야 하는 소위 ‘비정규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제 프로그래머
란 흔치 않은 직업을 택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처음에는 영화 팬으로 시작했죠. 그러다 학부
4학년 때 교환학생으로 캐나다에 가게 됐어요.
거기서 일본인 친구를 만났는데, 그 친구가 영화
평론가를 꿈꾸던 친구였어요. 그친구를 따라 ‘예
술 영화’들을 많이 봤죠. 그러다 보니 더욱 영화
에 매력을 느꼈어요. 한국에 돌아와 영화를 본격
적으로 공부하게 되면서, 대중과 가까워야 하는
평론보다는 다른 게 더 맞겠다 싶었지요.”

영화를 공부하다 보니, 시네 페미니즘에 관심이
생겼다. 여성주의와 좋아하는 영화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고, 4회 때 처
음 자원활동가로 여성영화제에 참여하게 됐다.
수행 통역 자원활동을 하면서 사람들을 만났고,
세상을 보는 다양한 시선을 새롭게 깨달았다.

6회 때부터는 프로그램 코디네이터로 참여하기 시작했고, 올해 10회를 맞은 영화제에서는 처음 프
로그래머로 참여했다.

영화를 보는 것은 여전히 행복하다

많은 이들이 ‘좋아하는 일’과 ‘할 수 있는 일’ 사이에서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하느냐의 문제에 대해 고민한다. 말하자면 손
희정 프로그래머는 ‘좋아하는 일=할 수 있는 일’의 공식이 성
립한 경우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갖게 되면 얻는 것도
있겠지만 잃는 것도 있을 것 같았다. 가령, 영화를 마음 놓고
즐길 수 없게 되었다거나 하지는 않았을까.

“물론, 그런 스트레스도 있긴 하죠. 이전엔 마음 편하게 영화
를 보고 그에 관한 글을 쓸 수 있었지만, 요즘엔 제 개인
블로그에도 영화에 관한 글은 마음 편하게 올릴 수가
없어요. 또, 영화를 많이 보다 보면 피로하기도 해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영화 보는 즐거움 자체를
잃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또 다른 영화 보는
방법이 생긴 거죠. 단순히 취향 중심의 영화 보기를
떠나서, 좀 더 영화를 잘 보게 됐다고 생각해요.”

함께 즐기는 축제로서의 영화제를 꿈꾼다

영화제 일과 관련해서 해외 영화제를 많이 다니다 보면, 국내의 영화제와는 또 다른 문화를 느끼게
된다. 예를 들어, ‘베를린 영화제’에서는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들이 영화 한 편을 함께 보고 웃고 떠
들며 영화를 즐기는 모습을 봤다. 가족 단위의 관람객도 흔치 않을뿐더러, 주변의 누군가가 조금만
소리를 내도 싫어하는 국내 영화제 관람의 분위기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저는 영화제가 축제의 장이라고 생각해요. 평소에
볼 수 없는 영화들을 사람들과 함께 보면서 감정을
표현하고 공감할 수 있었으면 하죠. 여성영화제가
초창기의 공동체 분위기를 다시 되 찾기는 어렵겠지
만, 그래도 관객과 만들어 가는 사람들 모두가 주체
라는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여유를 갖고, 축제
를 자연스럽게 즐기는 거죠. 그런 축제를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 가는 게 저의 꿈이에요.”

영화를 사랑해서 영화제 프로그래머가 됐고, 지금의
그 사실에 만족한다는 손희정 프로그래머의 말을 곰
곰이 되새기며 인터뷰를 마쳤다. 좋아하는 일을 직
업으로 삼고도, 여전히 좋아할 수 있는 그녀의 열정
이 어찌 부럽지 않을 수 있을까. 여성영화제와 함께
더욱 성장 할 손희정 프로그래머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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