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영화계 오즈의 마법사 이민복 미술감독 (프로덕션 디자이너)


영화계 오즈의 마법사 미술감독 이민복

 2007년 청룡영화제에서‘기담(2007)’으로 미술상 수상. 
이밖에 아 유 레디(2002)에서부터 보스 상륙 작전(2002), 
와일드 카드(2003), 범죄의 재구성(2004), 그때 그 사람들
(2004), 야수와 미녀(2005), 우아한 세계(2007) 그리고 최근 
흥행돌풍을 일으킨 추격자(2008)까지. 늘 연구하고 도전하는 
행복한 미술감독 이민복을 그의 작업실‘아우라(aura)’에서 
만나보았다. 그와의 유쾌, 상쾌, 통쾌한 시간. 과연 그 곳에선 
무슨 일이 있었을까?

글, 사진_이재욱/14기 학생기자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05학번

동영상_이혜리/14기 학생기자 서울여자대학교 언론영상학과 05학번

늦깎이 대학생에서 미술감독으로

동대문구 이문동 한국예술종합학교
앞에 위치한 그의 작업실은 변변한
간판 하나 달려있지 않았다.
청룡영화제에서 미술상도 수상하고,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제법 성공한
영화들의 미술감독을 맡아, 사람들이
북적북적한 목 좋은 곳에 작업실을
둘 법도 한데, 모교를 사랑하는 마음에
굳이 도심에서 떨어진 이 곳에
작업실을 두고 있다.

“전 저의 모교를 사랑하고 모교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사실 학교를
졸업하고 유학을 다녀올 생각을 했는데 학교를 다니면 다닐수록 유학의 필요성이 잊혀질 만큼
선생님들께서 훌륭한 지도를 해주셨습니다.”

27세의 적지 않은 나이에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 입학한 그는 자기보다 한참 어린 동생들과
캠퍼스 생활을 했다. 배우는 과정 가운데 녹록하지 않은 순간에는 몇 번이고 그만두고 싶은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열과 성을 다해 자신을 가르치는 선생님을 보면서 그리고 미술감독으로
데뷔하는 그날을 그리며 모든걸 감내했다.

맨 처음 그는 지인을 통해 연극무대미술을 하면서 영화 미술감독의 꿈을 키웠다고 한다.
그리고 CF, 드라마 등 활동영역을 넓혀갔고 마침내 2002년 ‘아유레디’라는 영화에서 미술감독
이민복으로 데뷔하게 이른다. “아유레디는 미술감독 이민복이라는 제 이름을 처음으로 걸었던
입봉작품입니다. 그래서 더욱 애착이 갑니다.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credit)에 올라가는 제
이름이 보였을 때는 턱 밑까지 뜨거운 것이 차오르더라구요.”

지칠 줄 모르는 열정, 채워지지 않는 욕심

“건축, 소품, 분장, 의상 등 영화 속 보여지는 모든 분야에서 제 말대로, 제 생각대로 구현되는
것을 볼 때, 머리 속에 있는 상상을 눈에 보이고 손으로 만져지는 것으로 구체화 시킬 때 정말
말로다 표현할 수 없는 희열을 느낍니다. 제 스스로가 오즈의 마법사가 된 느낌이죠.
이 일을 시작하기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말 그대로 천직이지요.”
성공한 모든 사람들이 그렇듯 그 역시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미술감독의 길로 들어서고 정말 잘했다고 생각하는 순간은 언제냐는 기자의 질문을 받았을 때
그의 눈은 반짝이기까지 했다.


“그 때 그 사람들은 개인적으로 제 생애 최고의 작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제에서 상하나 타지 못하고, 후보자 명단에조차 올리지 못했지
만요. 하지만 괜찮습니다. 충무로에서는 다들 정말 좋았다고
평가해주시는걸요. 뭐 수상의 여하에 따라 아쉽거나
그런 것은 전혀 없습니다. 사실 제가 만든
모든 작품이 아쉽거든요. 만족하고
끝낸 영화는 단 한편도 없습니다.
작업을 다 마치고 완성된 영화를
볼 때마다 매번, ‘아! 저건 저렇게
했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에 몇 번이고 자학합니다.” 그의
열정과 작품에 대한 욕심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하지만 그의 열정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영화미술을 공부하면서 국내에 이 분야에 관해
쓰인 책이 별로 없어서 공부하기 굉장히 불편했다고 한다. 본인이 느낀 이런 아쉬움을
후배들에게는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아 영화미술에 관한 책을 하나 쓰고자 한단다. 또, 연출에
대해서도 공부하고 있다고 한다. 특별히 감독으로 욕심이 있어서라기보다는 연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실수하는 면이 있는 것 같아 그 점을 보완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덧붙인다.

승부사, 이민복


관객들은 ‘기담’과 같이 세트 안에서 촬영이 진행되는 영화의
경우에는 미술감독의 아우라(aura)를 그리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다. 세트가 모두다 미술감독의 솜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추격자’와 같이 로케이션 촬영을 하는 영화에서는
미술감독의 손길을 느끼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미술감독은 영화 안에서 뻔히 보이는 미술뿐만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미술까지도 책임집니다. 집안의 풍경을
촬영한다고 가정했을 때, 하물며 빨간 양동이, 벗어놓은 신발의
위치를 어디에 두어야 하느냐를 정하는 것 까지도 미술감독의
몫입니다. 이번에 ‘추격자’같은 작품이 그런 보이지 않는 미술을
많이 반영한 작품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미술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지금껏 보이는 미술 위주로 작품을 해온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민복은 ‘리얼리티가 떨어진다.’,
‘생활미술을 하지 못한다’라는 소문이 들리더라구요. 그래서 저도
충분히 할 수 있음을 확인시켜주려고 ‘추격자’의 미술을 맡게 되었어요.”

어렸을 적부터 그는 남에게 지는 것을 무척 싫어했다는 이민복 감독의 승부욕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흔히 이 분야에서는 일은 못해도 성격이 좋으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얘기가 있단다.
하지만 이민복 감독은 성격은 못돼도 일을 잘해야 한다면서 일 못하는 것은 죄악이라며 웃는다.

미술감독을 꿈꾸는 대학생들에게

“좋은 미술감독이 되기 위해서는 많은 경험을 수반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는 무심결에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결국 자신이 부딪치고 체득한
것으로부터 나오고 발전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젊었을 때 남에게 해를 끼치는 행동 말고는
모든 것을 다 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사랑을 많이 하고, 또 그 사랑에 많은 상처를 받아보고,
친구를 많이 사귀고, 그 친구들과 많은 추억을 남겨보는 거죠. 제약이 있다면 책이라도 많이
보세요. 독서는 우리에게 많은 세상을 보여준답니다.”


그는 덧붙여서 성격이 둥글둥글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여러 사람의
생각을 하나의 작품으로 표현해야 하는 영화의 특성상 많은 사람들과
부딪치게 되고 그 관계에 있어서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인터뷰를 하면서 시종일관 드는 생각이 ‘그는 참 행복해 보인다.’였다.
세간으로부터 성공했다고 평가 받는 감독이기 때문이라기보다는
하고 있는 일에 즐거움을 느끼고 무한한 자부심을 갖고 있는 것
같아서였다. 이제 또 다른 작품을 통해 우리 앞에 다가올 ‘행복한
미술감독’ 이민복, 그의 혼신을 다하는 열정이 유난히도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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