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배낭여행, 이렇게 떠나라> 제 1 강











“여행은 젊은이들에게는 교육의 일부요, 나이든 사람에게는 경험의 일부다”라고 베이컨은 말한다. 배낭여행이 대학생들에게 취업을 위한 경력 관리나 학창시절 한 두 번쯤 겪어야 하는 통과의례가 더 이상은 아니다. 배낭여행은 그 자체로 많은 교육적 요소를 함축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수년 전 환란으로 어려웠던 시절에도 학생들의 배낭여행만큼은 미래에 대한 열정으로 그 열기가 위축되지 않았다. ‘배낭여행을 권하는 사회’가 의미하는 것이 미래의 얼굴이 되는 우리 젊은이들에게 대한민국이 거는 희망의 목소리는 아닐까? 하지만 최근 대학생들의 배낭여행 문화를 살펴보면 많이 왜곡되어 안타까운 생각이 떠나지를 않는다. 수년 전 만해도 배낭여행을 기획하고 준비하던 여행자들은 숨기려 해도 감추어 지지 않는 열정이 있었다. 처음 경험하는 곳에 대한 호기심은 배우려는 열정으로 변하여 배낭여행 출발 수개월 전부터 목적지에 대한 공부를 꽤 많이 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하지만 최근 배낭여행자들은 각종 미디어의 발전과 정보 습득의 편리함에 반하여 아이러니하게 여행 목적지에 대한 사전 지식이 매우 빈약하다. 인터넷으로 쉽게 찾을 수 있는 정보들이 마치 자기 지식인양 호도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목적지에 대한 정보가 어디에 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정보를 얼마만큼 내 것으로 흡수 했는지가 중요하다.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여 기획하는 배낭여행을 마치 여름 캠프를 떠나는 것처럼 가벼운 기분으로 출발한다. 심지어 정보 책자나 현지 지도조차 준비하지 않고 목적지로 향하는 배낭여행자들도 심심치 않게 목격된다. ‘배낭여행을 권하는 사회’가 이런 행동을 지지하지는 않는다. 젊은이들에게 더 큰 꿈과 열정을 배양시키는 토양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에서 배낭여행을 권한다. 배낭여행의 첫 번째 모토(Motto)는 ‘발 딛는 곳마다 나의 배움터’이다. 젊은이들에게 배낭여행은 놀러 가는 것이 아니라 공부하러 가는 교육의 장이요, 학교이다. 거리에서 마주치게 되는 현지인들은 여행자들에게는 스승인 셈이다.



배낭여행자들이 어느 나라를 가거나 어떤 목적에서 출발했던 간에 기본적으로 마음속에 담고 있으면 좋을 것 같은 몇 가지 팁을 제시해본다.



여행이란 어디엔가 숨겨져 있을 ‘또 다른 나’를 찾아가는 길이다. 잊고 있거나 주위의 환경에 가려져 아직 알고 있지 못하는 ‘또 다른 나’를 찾아가는 것이다. 그러니 잘 가꾸어지고 편안한 여행만을 고집한다면 어리석은 일이 아닌가. 여행 중 많은 사람들이 편안한 잠자리와 먹을 거리에 집착하여 여행을 망치는 경우나, 휴대폰과 인터넷에 중독되어 있는 젊은이들이 여행 중 친구들과의 연락이 국내처럼 원활하지 않아 안절부절 하지 못하고 여기저기 인터넷 카페를 찾아 기웃거리는 장면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이것은 여행을 망치는 지름길이다.



여유 있는 마음가짐이야말로 오감(五感)여행의 필수적 요소이다. 처음 떠나는 배낭여행이라 보고 싶은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 것은 이해하지만 지나치게 무엇인가 해야 한다는 생각이 오히려 스트레스로 바뀔 가능성도 있다. 심각하게 무엇인가를 찾아다니는 여행자들의 대부분은 여행 정보 책자를 교과서로 삼고 지나치게 여기에 얽매이다가 여행지 사람들의 생활상이나 실용 정보를 놓치기가 쉽다. 심각하게 무엇인가를 찾는 사람들은 여행지의 과거를 사냥하는 과거 지향적인 사람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 여행 중에는 ‘발 딛는 곳마다 나의 배움터’라는 기본공식을 이해 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여행 중에 여러 곳을 다니고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하지만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여행 중 내가 만나고, 본 것으로 그 나라 전체를 판단한다는 것은 코끼리 다리만 만져보고 코끼리 전체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것과 조금도 다를 것이 없다. 태국의 치앙마이라는 곳에서 조금 더 들어가면 아직도 원주민 부족들이 거주하는 곳을 만날 수 있다. 이곳은 화장실이 없어 숲 속에 들어가 볼일을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한 집 주위에 돼지들을 풀어놓고 기르기 때문에 숲 속으로 들어가 볼일을 볼 때는 한 손에는 막대기를 들고 이 집돼지들을 쫓으면서 볼일을 보아야 한다. 얼마 전에 이곳 치앙마이를 다녀온 한 배낭 여행자를 만났다. “태국은 마약과 매춘의 소굴이며 아직도 주민들이 개화되지 않아 미개한 문명 생활을 하고 있어 배울 것이 없다.”라고 이 배낭여행자는 열변을 토한다. 태국을 자기가 경험한 치앙마이로 전체를 평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특히, 지나친 우월주의에 빠지거나, 자존심이 상할 정도의 사대주의는 여행지에 대한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없게 한다. 여행 중 우리는 많은 사람들과 만나게 된다. 하지만 목적지에 따라 일부 여행자들 사이에 야릇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예를 들어 미국, 영국 같은 선진국 사람들을 만나면 이상하게 꼬리를 감추고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같은 일부 후진국 사람들을 만나면 꼬리를 지나치게 올리는 경향이 있다. 예컨대 선진국을 여행할 때면 무조건 그 사람들의 행동이나 사고방식이 옳다고 믿고 그대로 흉내 내지만 후진국 사람들을 만나면 무조건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선진국이건 후진국이건 우리들은 그들에게서 배울 것이 얼마든지 있다. 또한 선진국 시민들의 사고방식 속에서도 배우지 말아야 할 점도 얼마나 많은가? 여행을 할 때는 어느 지역이든지 나의 근원지라 생각하고 상대적 우월감이나 패배감을 떨쳐 버리고 중립적인 마음가짐으로 보고 배우도록 하자.



걱정하는 사람은 여행을 즐길 수 없다. 여행 중 집에다 두고 온 일 때문에 조바심을 내는 것은 걱정하는 양과 비례하여 여행의 즐거움은 반감될 것이다.



여행지에서 결례가 되거나 탈법적인 일이 내가 속해 있는 한국에서는 허용되므로 여행지에서도 허락된다는 사고방식은 자기 편의주의적 사고방식에 불과하다. 독일 하이델베르그의 한 유스호스텔에도 이상한 문구가 붙어 있다. “한국인 배낭여행자들의 입실을 거부합니다.” 도대체 우리 배낭여행자들이 어떻게 행동하였기에 입실을 거부하는지 자초지종을 따져 물어봤더니 한국 배낭여행자들이 유스호스텔 규칙을 잘 지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후 10시 이후에는 소등하고 잡담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여행자들끼리 모여 맥주 파티를 하며 소란을 피웠다나. 여행 중에는 여행지의 규칙을 잘 지켜야 한다. 로마에서는 로마법을 따라야 한다는 초보적 상식을 지켜야 한다.

길게 봐서 아직 한국인들에게 배낭여행 문화는 초보단계이다. 아직 배울 것도 많고, 고쳐야 할 것도 많은 문화이다. 하지만 이것이 어느 날 갑자기 우리에게 성숙된 문화로 다가오지 않는다. 배낭여행을 처음 시작하는 순간에 이미 나는 과거의 경험자이다. 나부터 작지만 성숙된 문화를 만들려고 노력한다면 다음번 여행을 준비하는 후배들은 한걸음 더 선진화된 배낭여행 문화를 경험 할 수 있지 않을까?

–> 다음 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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