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 음악에 대한 이해(1)> 서구적 음악관으로부터의 탈피










초등학교 시절, 학교 강당에는 여러 장의 초상화가 걸려 있었다. 수염을 기른 단군 할아버지를 비롯하여 세종대왕, 안중근 의사, 김구 선생 등 대한민국 사람이면 모두 알 만한 사람들이다. 맞은 편 벽에는 장발의 서양인 초상화가 걸려 있는데 그 가운데는 링컨, 아인슈타인, 다빈치 그리고 베토벤과 슈베르트도 있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우리는 그 강당에서 손가락에 짝짝이(캐스터네츠)를 끼고 선생님의 풍금소리에 맞춰 노래를 불렀다. 무슨 노래인지는 생각나지 않지만 발이 무지하게 시렸고 오줌이 마려워서 질질 흘리며 노래를 부른 기억이 남아 있다.

왜 그 강당에 베토벤과 슈베르트의 초상화가 걸려 있었을까?
그것은 그 강당에 드나드는 어린 학생들이 베토벤이나 슈베르트처럼 훌륭한 음악가로 성장하였으면 하는 선생님의 바람이 환경미화로 구현된 것이리라. 훌륭한 음악가가 된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런데 왜 하필 베토벤과 슈베르트였을까. 메카니즘이 이렇게 발달한 오늘날에도 베토벤이나 슈베르트의 음악을 즐기는 사람들은 몇몇 소수의 탐미적 성향을 지닌 지식인들인데, 라디오도 드물던 시절에 초등학교 저학년의 발시렵고 오줌 마려운 아이들에게 베토벤과 슈베르트는 가당치도 않다.



후배 녀석 하나가 미국에서 지휘공부를 하고 귀국했다. 명색이 음악전문가인데도 불구하고 녀석은 무조건 서양의 클래식만이 좋은 음악인줄 알고 있었다. 그의 음악관에는 지독한 편견과 심한 배타성이 있었다. 편견은 그가 신봉하는 음악이 워낙 훌륭한 음악이라 자연스럽게 생긴 것이고 배타성은 최고의 음악을 섬긴다는 우월감에서 나온 것이다. 편견과 배타성은 인종의 질환이다. 그의 아내가 내게 말하기를 아들 녀석이 첼로를 하는데 유행가를 듣다가 아빠에게 들켜서 혼난 적도 있다고 했다. 각설하고 그 녀석은 클래식 음악이라는 공주병에 걸려 있는 것이다. 문제는 술 취한 사람이 안 취했다고 하듯 녀석은 자신에게 정신질환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녀석은 오늘도 자신이 거대한 지배논리의 희생물이라는 것도 모르고 목에 힘주고 지휘봉을 휘두르고 있다.



우리 전통음악을 고리타분하다고 생각하는 계층이 서구 제국주의의 희생자들이다. 이러한 나의 자각은 클래식과 재즈가 더 이상 재미없게 되면서 생겨났다. 너무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 후에 국악이 재미있어지고 각 국의 민속음악(에스닉뮤직)도 즐기게 되었다. 그 후 나의 음악적 견해는 크게 바뀌었다. 둥근 지구 위에는 어디엘 가나 음악이 있다. 그 음악은 우열을 가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환경과 취향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변한 것일 뿐. 여기서 ‘지구가 둥글다’는 의미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둥글다는 것은 어디나 중심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두 발을 딛고 서 있는 이곳이 바로 지구의 중심이 된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그대가 있는 그 곳 역시 중심이다. 그러나 서구 사람들은 자신들이 중심이라는 오류를 범했다. 우리음악이 고리타분하다는 것은 그림에서 서양화는 좋은데 한국화는 고리타분하다는 것과 같다. 화폭을 물감으로 꽉 채우는 것과 여백의 미를 살리는 것과는 다른 방식일 뿐 우열을 가릴 일이 아니다. 그림과 달리 음악 분야에서 이러한 정신적 귀속 상태가 강하게 나타나는 것은 음악이 대중들의 정서를 좌지우지하는 데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2000년을 기점으로 월드뮤직이라는 새로운 사조가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월드뮤직이란 서구를 제외한 다른 지역의 음악적 요소가 들어있는 대중음악을 말한다. 아프리카, 아시아, 남미 등의 전통음악이 팝 뮤직과 만난 것이다. 그 배경에는 지구촌 사람들의 의식이 서구지향적인 사고에서 벗어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월드뮤직은 프랑스가 제일 발달했는데 이는 프랑스 사회에서 불교가 기독교보다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것과도 상관이 있다. 이라크 전쟁에서 미국의 일방적 도발에 프랑스가 강한 반발을 보인 것에서도 어떤 상관관계를 유추할 수 있다.

서양인들이 만든 뉴에이지나 월드뮤직 음반 재킷에 부처님을 사용하거나 한문으로 된 문구를 삽입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서구사회가 동경하는 동양의 신비한 이미지를 살리기 위한 것이다.
서구사회에서 동양적인 이미지를 고급스러운 것으로 간주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앞으로의 판도가 동양 쪽으로 기울어질 것을 예견하는 것이다.

다음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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