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복 박사의 재미있는 한자 이야기 1





한문 공부는 그리 쉽지 않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한문에 대한 거부감부터 느낀다. 그러니 컴퓨터에 익숙한 젊은 사람들에게 있어서 한문이 고리타분하게 느껴질 것은 뻔한 일이다.

요즘 대학생들의 한자 실력을 보면 영 엉망이다. 부모님 함자를 제대로 쓰지 못하는 학생들도 많다. 소위 명문대학이라고 일컬어지는 대학의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심지어는 신문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대학생들도 허다하다.
얼마 전 한 학생이 모르는 한자에 대해 물었다. 난 깜짝 놀랐다. 그 한자는 9급 한자 시험에 응시하는 초등학생들도 알만한 글자였다. 이미 대학생들의 한자 실력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심각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그 동안 우리의 교육은 한자를 도외시 해왔다. 심지어는 한자 폐지 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리고 입시 위주의 교육은 한자 교육을 뒷편으로 밀어냈다. 그러니 대학생들의 한자 실력이 형편없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그러나 생각을 바꿔야 한다. 우리말의 대부분은 한자로 되어 있다. 그 뜻을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자를 알아야 한다. 특히 국어 교육에 있어서 한자는 절대적인 부분을 차지한다. 우리말의 문장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도 마찬가지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호남(湖南 )과 호서지방(湖西地方)은 전라도와 충청도의 별칭이다. 호남은 ‘김제(金堤) 벽골제의 남쪽 지방이라는 데서 유래 되었고, 호서는 제천 의림지의 남쪽이라는 데서 유래가 되었다. 둘 다 호수의 남쪽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영남(嶺南)도 소백산과 태백산맥을 기점으로 나뉘어 진 경상도, 대구, 부산, 울산 등을 포함하는 말이다. 령(嶺)은 산마루를 뜻하는 말이다. 결국 영남지방은 소백산과 태백산맥의 남쪽지방을 의미하는 말이다.

그런가하면 잘못 쓰는 한자어도 많다. 우리가 술자리에서 흔히 쓰는 ‘乾杯(간배, 건배)’라는 말이 있다. 엄밀히 말하면 건배라는 말보다는 간배라는 말이 옳다. 乾(건)으로 읽을 때는 ‘하늘, 건괘’를 의미하고, 乾(간)으로 읽을 때는 ‘마르다, 말리다’는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때문에 술잔을 비운다는 뜻으로 쓰일 때는 ‘간배’가 맞다.
그런가하면 한자에 너무 연연한 나머지 순수 우리말인 ‘생각’도 한자인 ‘生覺’으로 표현 하는 경우도 많다. ‘사랑’이란 말도 순수 우리말인데 불구하고 ‘思郞’으로 쓰기도 한다.
전자는 한자를 써서 편리한 경우고, 후자는 너무 한자에 연연한 나머지 오용하는 경우이다.
이러한 점에서 한자를 올바로 이해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제부터라도 한자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공부를 해야 한다.
우선 한자와 한문의 차이를 알아야 한다. 한자 한 글자 한 글자를 한자라고 한다. 그 한자가 문장을 이루었을 때는 한문이라고 한다. 때문에 한문을 알기 위해서는 한자를 먼저 외워야 한다.
기본 글자 천자만 외워도 신문을 보는 데는 불편한 점이 없다. 나아가 삼천 자만 외운다면 전공서적을 보는 데도 전혀 막힘이 없을 것이다. 하루에 열자 씩 한 달만 투자한다면 삼천 자는 간단하게 외울 수 있을 것이다. 삼천 자를 외우면 한자에 대한 재미를 느끼게 된다. 그 다음부터는 한자를 활용을 하고 싶은 욕망이 생기고 책을 볼 때도 단어와 한문의 구조를 살피게 된다. 그 단계를 일러 한문의 입문 단계라고 한다.
이렇게 하루에 두 시간씩 두어 달만 한자를 위해 투자를 한다면 평생 동안 한자에 대한 두려움을 잊고 대학 졸업생으로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대학생활을 할 때는 한자에 대한 중요성을 제대로 자각하지 못한다. 그러나 직장 생활로 접어들면 한자를 몰라 난감할 때가 많다.
그래서 요즘 한자 시험을 치르는 대기업이 점점 늘고 있다. 그만큼 직장 생활에서도 한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영어 단어를 외우기 위해 수년간을 투자하지만 한자 공부를 위해서는 한 달도 제대로 투자를 하지 않는다.
비록 힘들지라도 한자를 위해 조금의 시간이라도 할애한다면 세상을 보는 혜안이 생길 것이다. 그리고 안다는 것에 대한 새로운 재미를 느끼게 될 것이다. 그래서 한자가 중요하고 어려워도 공부를 하게 되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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