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이거룡 교수의 인도 이야기 – 종교 없는 종교, 힌두교








우리가 흔히 종교의 나라라고 하는 인도에 살면서 놀라는 것은, 종교라는 말 혹은 종교에 대한 논의가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 사람들은 지극히 종교적이다. 아침에 눈뜰 때부터 잠자리에 들 때까지 모든 일과가 신과 관련을 지니며, 년 중 수많은 축제가 있지만 종교와 무관한 축제는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3백여 가지의 성례가 행해지며, 신이 개입되지 않는 성례는 없다. 하늘과 땅, 비, 구름, 천둥, 번개, 바람, 강, 산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자연이 신으로 숭배되지 않는 게 없으며, 소나 멧돼지와 같은 짐승들이 신격화되기도 한다. 길거리에서 구걸하는 거지가 끼니는 걸러도 아침이면 꽃을 사서 사원에 간다.
힌두교를 떠받치고 있는 두 기둥은 업과 윤회에 대한 믿음이다. 죽은 자가 각기 자신의 업에 따라 다시 이 땅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완전한 깨달음을 얻어 범계(梵界)로 간 자들은 다시 지상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힌두교는 어떤 특정한 창시자에 의하여 만들어진 종교가 아니다. 장구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다수 대중의 보이지 않는 손을 통하여 형성되어 온, 지금도 형성 도상에 있는 미완의 종교다. 모든 힌두교인이 공유하는 공통 경전도 없다. 물론 베다(Veda)나 우파니샤드(Upanisad)같은 오래되고 중요한 경전들이 있지만, 모든 계층의 힌두교인들이 공유하는 경전은 아니다. 이 경전들은 상층 힌두교도들에게만 허용되기 때문이다. 힌두교인은 힌두교인으로 태어난다. 이들에게 종교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태어나면서 이미 어떤 한 종파에 속해 있으며, 일생 동안 그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는 것이 이들의 삶이다. 애초부터 종교라는 이름으로 의식되는 테두리가 없으니 벗어날 테두리도 없다고 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힌두교는 곧 삶이다. 물고기가 물에서 살 듯, 힌두교인은 종교로 산다. 스스로의 종교를 의식하는 힌두교인은 드물다. 이런 점에서 힌두교는 ‘종교 없는 종교’다.





자신의 종교를 의식하지 않는다는 것은 여러 가지 의미를 지닌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정통 · 이단 시비가 없다는 것이다. 분명히 서로 다르지만 싸우지 않는다. 이들에게 `다르다’는 것은 다만 다른 것일 뿐, 결코 `틀린 것’이 아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다양한 것에 대한 배려가 사회 전반에 뿌리 깊이 내려 있는 까닭이다. 진리는 하나지만 여기에 이르는 길은 여럿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힌두교인들이 포교를 의식하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자기의 종교를 참된 종교로 주장하기 위하여 다른 종교들을 거짓 종교로 단죄할 필요도 느끼지 않으며, `하나의 종교’ 혹은 `하나의 신’이라는 미명하에 다른 종교를 탄압하려 들지도 않는다. 각자 자기의 전통에서 “힌두교인은 보다 훌륭한 힌두교인이 되고, 무슬림은 보다 훌륭한 무슬림이 되며, 기독교인은 보다 훌륭한 기독교인이 되라”는 것이 우리가 잘 아는 마하트마 간디의 가르침이었다.






따지고 보면 종교에 대하여 묻고 대답한다는 것은 이미 그것으로부터의 소외를 의미한다. 그것은 묻는 자와 묻는 대상의 이별이다. 종교가 뭐냐고 묻는 사람은 이미 종교를 겉돌고 있다는 증거다. 그 물음의 끄트머리에는 다만 생명 없는 말장난 나부랭이가 있을 뿐, 거기에 종교는 없다. 종교에 대하여 하나의 물음이 추가되고 하나의 대답이 보태질 때마다, 개념이 쪼개질 때마다, 우리는 그것의 본질에 다가가는 듯한 일시적인 허상에 사로잡힌다. 그러나 실상은 점점 더 본질로부터 멀어져 가고 있다. 겹겹이 쌓인 장막에 갇힌다.
생각해보면, 우리 주변에는 종교에 대한 논의가 너무 많다. 우리 사회에 종교에 대한 물음과 이에 대한 논쟁이 잦다는 것은, 그 만큼 우리는 종교의 본질로부터 멀어져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도한 의식성은 언제나 사실을 왜곡시키는 위험을 동반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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