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속의 나의 반쪽찾기] 제1강 신화 속 사랑은 변화를 의미한다

 
‘적과 흑’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프랑스 작가 스탕달은 ‘사랑론’에서 사랑의 진행을 ‘결정화’와 ‘탈 결정화’ 현상으로 설명하였다. 이러한 이론의 배경은 오스트리아 짤즈부르그(Salzbourg)에 위치한 소금 광산에서 착안 되었는데, 광산의 깊숙한 곳에 위치한 ‘소금호수’에 잎이 다 떨어진 나뭇가지를 던져 놓은 후 2, 3개월이 지나서 그 나뭇가지를 꺼내 보았더니, 원래의 앙상했던 나뭇가지 모습은 간데없고 소금의 결정체가 마치 수정처럼 나뭇가지에 붙어 반짝이는 아름다운 가지를 발견하게 되었다. 이것을 ‘결정화’라고 하며, 자신의 상상과 환상을 동원하여 사랑하는 상대에게 이른바 ‘사랑의 옷’을 입히는 작업을 일컫는 말이라고 하겠다. 사랑의 결정화 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하면 우리가 흔히 하는 말로 ‘눈에 무엇인가 씌웠다’라고 설명될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는 우리가 생각하는 모든 장점이 상대에게 투영되면서, 단점은 모두 가리어지게 된다. 이제 시간이 흘려 결정화 현상으로 달아 붙었던 소금 결정체가 하나 둘 떨어지게 되고 나뭇가지는 점점 본래의 앙상한 모습을 되찾게 되는 데, 스탕달은 이 과정을 ‘탈 결정화’로 설명하고 있다.
수년 전 모 방송국에 연세가 있으신 부부들이 출연한 프로그램이 있었다. 남편은 사회자에게 단어를 받아 부인에게 설명하고 부인은 정답을 말하면 되는 것이었다. 정답은 ‘천생연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남편 되시는 분이 “우리 부부를 가리켜 하는 말 있잖아”
부인이 잠시 망설인 뒤에 “원수”라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남편이 “아니, 그거 말고 네 글자로 하는 말”
부인은 또 답하였다, “평생 원수”
아마도 스탕달의 ‘탈 결정화’현상의 구체적인 예가 아닌가 생각된다. 물론 이러한 단어에 담긴 뜻을 그대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 즉 ‘원수’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적용될 경우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적’과 같은 개념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사랑하는 과정에서 그 정도가 구분되어지는 단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여러분도 알고 있듯이 그리스 신화에서 ‘사랑의 신’은 ‘에로스’이다. 어린 천사의 모습에 날개를 달고 등에는 화살 통을 메고 날아다니며 손에든 화살을 연인들의 심장에 쏘는 어린이 모습을 한 신이 ‘에로스’이다. 이 개구쟁이 같은 ‘사랑의 신’을 이해하려면 우선 그의 다양한 탄생 신화를 잠시 알고 넘어가야 한다. 신화마다 신들의 탄생 신화를 다양하게 제시하고 있지만, 에로스만큼 탄생 신화가 많은 신도 드물 것이다.

에로스는 밤의 신인 닉스가 잉태한 달걀에서 태어났다는 탄생 신화가 존재한다. 여기에서 달걀의 내부는 ‘대지’, 껍질은 ‘하늘’을 의미 하는데, 이것은 에로스가 이 세상의 모든 물질을 탄생시키는 근본적인 화합의 에너지를 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에너지야 말로 신들의 탄생, 우주의 내적 결합 그리고 인류의 영속성을 보장해주는 근원이라고 하는 것이다.

이 외에도 에로스는 ‘포로스'(온갖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와 ‘페니아'(부족함)의 결합으로 태어났다는 설도 존재한다. 이 탄생 신화는 두 가지 의미로 해석해 볼 수 있는데, ‘포로스’가 ‘길’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므로 에로스(사랑)은 ‘아무 곳으로 나 있지 않은 길’로 해석되면서 광범위한 의미로 ‘자신이 스스로 개척해야 하는 길’로 볼 수 있다. 또 하나의 의미는 ‘부족함’과 ‘수단’의 결합으로 ‘무엇인가 항상 부족한 것을 채우려고 하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계략을 쓰는 관계로 늘 불만족과 걱정스러움 속에서 사는 것’이 사랑의 의미인 것이다. 그런데 플라톤의 ‘향연’에서는 ‘포로스’를 ‘풍족함’으로 설정하면서 에로스를 ‘풍족함’과 ‘부족함’의 결합으로 보고 있다. 즉 상반되면서도 서로 보충하고 나누어야 하는 성격의 부부에게서 태어난 ‘사랑’이기도 한 것이다. 여기에 에로스는 도둑과 사기꾼의 신 그리고 협상의 신이기 한 ‘헤르메스’와 미의 여신인 ‘아프로디테’의 결합에서 태어났다는 설, 전쟁의 신인 ‘아레스’와 미의 여신인 ‘아프로디테’ 사이에서 태어났다는 설 등도 존재한다.
이와 같은 여러 탄생 신화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 첫 번째 해답으로 제시할 수 있는 것이 ‘사랑의 다양한 얼굴’이라고 하겠다. 즉 사랑은 한 가지 모습만 지닌 것이 아닌 다양한 여러 얼굴로 우리에게 다가온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에로스에게서 주목해 볼 수 있는 것이, 프쉬케와의 사랑 이야기이다. 프쉬케는 ‘마음’ 혹은 ‘신뢰’를 상징하는 인간으로서 그 아름다움이 미의 여신이자 에로스의 어머니인 ‘아프로디테’를 능가한다고 묘사되고 있다. 인간으로 신을 능가한다는 것은 부러운 일이기도 하지만 종종 ‘신의 노여움과 질투’를 초래하는 경우가 있는데, 프쉬케의 경우가 그러하였다.
아프로디테는 프쉬케의 아름다움에 반하여 자신의 신전에서 발길을 돌려 프쉬케를 찾아가는 인간들의 모습을 보고 걷잡을 수 없는 질투를 느꼈다.
“에로스야, 나의 아들 에로스야. 저 건방진 프쉬케의 입술에 사랑의 쓴 물을 묻혀 아무도 그를 사랑하지 못하게 하고, 그녀의 심장에는 사랑의 단물을 묻힌 화살을 쏘아, 그녀가 잠에서 깨어나 처음 보는 아무나를 사랑하도록 하렴”
아프로디테의 계획은 그녀가 깨어나면서 처음 본 사람을 사랑하도록 하고, 상대는 그녀의 입술에 묻은 쓴 물로 인해 그녀를 혐오하여 결국 비참한 사랑으로 종말을 맞이하라는 운명을 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사랑은 그 누구도 앞일을 예측할 수 없는 것, 프쉬케의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눈이 자신을 바라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은 에로스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면서 프쉬케를 찌르기로 하였던 화살이 오히려 자신을 찌르게 되고, 사랑의 화살에 찔린 에로스는 자신이 ‘사랑의 신’임에도 불구하고 그 사랑의 힘에 굴복하여 프쉬케를 사랑하고 만다. 그런데 이것이 무슨 조화인가? 에로스가 사랑에 빠지게 되자 지금까지의 ‘어린아이’ 모습이 ‘청년’의 모습으로 바뀌어 버리고 말았다.
이 청년 에로스가 두 번째 해답인 ‘사랑은 변화의 근원’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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