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상식] 제4강 사이버 공간에서의 법률관계

 
각종 온라인 게임에서 남들보다 좋은 아이템을 확보하려는 시도는 자연스럽게 아이템 거래를 가져왔고, 현재는 이를 전문적으로 중개하는 사이트도 많이 생겼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게이머가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하여 획득한 게임 아이템은 소유권의 객체가 될 수 없고, 단순한 이용권이라는 채권적 권리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바꾸어 말하면 타인의 아이템을 불법적으로 자신의 계정으로 가져오는 행위는 일반인의 상식으로 생각하면 ‘절도’라고 보아야 하겠지만 법적인 관점에서 보면 절도는 아니며, 불법행위의 유형에 따라 사기죄가 될 수는 있습니다.

그 이유는 게임 아이템은 절도의 객체가 되는 ‘재물’로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 대법원은 절도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절도의 대상이 재물이어야 하는데 컴퓨터에 저장된 정보는 그 자체가 유체물이라 볼 수 없고, 물질성을 지닌 동력도 아니므로 재물이 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논리의 연장선상에서 게임 아이템이나 ‘아바타’도 당연히 재물이 될 수 없습니다. 게임 아이템이나 ‘아바타’는 게임 개발자가 창조한 것으로서 저작권의 보호대상입니다. 즉, 게임 개발자는 게임 아이템이나 ‘아바타’에 대한 저작권을 가지며, 게임 개발자는 게이머로 하여금 아이템이나 ‘아바타’를 단지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것입니다.

따라서 타인의 게임 아이템을 불법적으로 자신의 계정으로 가져오는 행위는 사용권이라는 일종의 재산적 이익을 취하는 것이 되므로 절도죄가 아닌 사기죄(해킹의 경우, 정확히는 컴퓨터사용사기죄)나 공갈죄(타인을 협박하여 자신의 계정으로 ‘아바타’나 아이템을 옮기도록 하는 경우)에 해당됩니다.

최근 경찰의 사이버범죄수사대는 국내 인터넷 대형 포털 사이트를 대상으로 개인의 주민번호와 이름만을 입력 받는 방식으로 성인인증절차를 거치는 것은 청소년으로 하여금 성인정보에 접근하는 것을 차단하는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없으므로 청소년보호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해당 사이트에 대해 시정을 요구한 바 있습니다.(물론 이것이 과연 청소년보호법 위반이 될 수 있을 지는 좀더 세밀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이는 단적으로 ISP의 책임이 중요함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예를 들어, 타인을 비방하는 글이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게시판에 게시되었거나 타인이 저작권을 가지는 음악파일, 영상파일(예로 들면 MP3, DIVX) 등이 게시판을 통하여 공유되고 있는 경우를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 경우 해당 글을 올리거나, 저작물을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무단으로 공유한 네티즌에 대해서는 당연히 형사상 또는 민사상의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ISP를 대상으로는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을까요. 바꾸어 말하면 자신을 비방하는 글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이나 저작권을 침해 받은 사람이 ISP를 대상으로도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는지에 관한 것입니다.

저작권법에 따르면 다른 사람에 의한 저작물 등의 복제, 전송으로 인하여 그 저작권 등이 침해된다는 사실을 알고 당해 복제 전송을 방지하거나 중단시킨 경우에는 ISP의 책임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저작권 침해의 경우 위 기준에 따라 판단할 수 있습니다. 명예훼손의 경우를 보면 ISP가 타인을 비방하는 글이 게시된 사실을 알았거나 충분히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삭제하는 등의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방치한 경우 ISP도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례가 있습니다.

사이버 공간을 이용한 범죄행위로는 명예훼손, 전자상거래사기, 개인정보유출, 사이버 성폭력, 해킹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인터넷의 익명성이나 타인의 정보를 쉽게 도용할 수 있는 점을 이용하여 위와 같은 범죄행위는 점점 증가하는 추세이며, 인터넷의 주 사용자인 청소년이 형사 입건되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특히 명예훼손이나 개인정보유출의 경우 인터넷상의 정보 확산 속도는 가히 상상을 초월하므로 오프라인 공간에서의 범죄행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피해자에게 가해지는 고통의 정도도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행위의 피해자는 경찰에 신고하고 ISP에 해당 게시물의 삭제를 요구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필요한 경우 민사소송을 통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할 것입니다.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에관한법률 제44조에 따르면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일반에게 공개를 목적으로 제공된 정보로 인하여 법률상 이익이 침해된 자는 해당 정보를 취급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당해 정보의 삭제 또는 반박 내용의 게재를 요청할 수 있고,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는 정보의 삭제 등의 요청을 받은 때에는 지체 없이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이를 즉시 신청인에게 통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사이버 범죄의 피해자는 해당 ISP에 대해 게시물의 삭제 등을 요청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상에서 사이버 공간에서의 법률문제를 살펴보았습니다. 사이버 문화는 현재도 새롭게 변화하고 창조되고 있으므로 모든 것을 법률로써 해결하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사이버 문화를 밝고 아름답게 가꾸는 데는 인터넷의 주 이용자인 네티즌의 건강한 의식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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