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본 사회]제6걍 숨어드는 젊은이들, 그들의 미래는?

 

‘일본을 보면 한국의 미래가 보인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이 말은 우리에게 희망을 의미했다. 고도성장을 구가하면서 구미 선진국들을 깜짝 놀라게 했던 일본은 한국의 모델이었고, 실제로 이삼십 년 정도의 시차를 두고 한국은 일본의 행로를 밟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1990년대 접어들면서 한국이 일본을 쫓아간다는 것은 불운한 사실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원조교제, 교실붕괴, 등교거부 등 일본사회의 부정적인 현상들이 한국에서도 재현되었기 때문이다. ‘잃어버린 10년’이라는 일본의 90년대는 단순히 경제의 정체만이 아니라, 사회 전반의 균열로 특징 지어진다.
그 가운데서도 사람들의 마음이 닫히고 고립되는 것이 가장 두드러지는데 그것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바로 ‘히키코모리’ 신드롬이다. 이제 한국에도 꽤 알려져 그다지 낯선 용어는 아니나 굳이 번역하자면 ‘집안에 처박혀 지내는 것’이다. 어느 정도 두문불출인가 하면 최소한 6개월에서 길게는 10여 년 정도에 이르기도 한다. 그런 사람들이 현재 일본에서 최소 50만 명, 최대 100만 명 정도로까지 추산된다고 한다. 집에서 나오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자기 방에서 나오지 않는다. 식사하고 화장실 갈 때 이외에는 오로지 방 안에서 텔레비전이나 만화 같은 데만 몰두하는 이들도 많다.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적어도 5년에서 10년 정도 전부터라고 보이는데, 사회 문제로 부각되기 시작한 것은 2000년 무렵이었다. 히키코모리가 과연 정신 질환인지에 대해서는 뚜렷한 정설이 없다. 겉보기에는 멀쩡하고, 대인공포증 같은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회적 관계가 완전히 차단되어 있다는 것은 아주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나이 분포를 보면 20대와 30대에 집중되어 있고 40대, 50대도 적지 않다고 한다. 그러니까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10대나 20대부터 그런 생활을 지속해온 셈이다. 만일 그러한 생활 패턴이 그대로 굳어져 나이가 들어버리면 이들은 사회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짐이 되어버린다. 지금이야 부모에게 얹혀 살 수라도 있지만, 그들이 사망한 후에는 아무런 대책이 없다. 집도 없고 연금 혜택도 받지 못하는 이들이 고령화되면 어떤 사회가 될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최근 일본의 새로운 족속으로 등장한 NEET(Not in Educaion Employment or Training : 교육도 취업도 직업 훈련도 하지 않는 이들)족이 무려 70만 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히키코모리와 중첩되지 않을까 추정된다. 일자리를 구할 의사 자체가 없기 때문에 ‘실업자’가 아니라 ‘무업자’로 분류되는 그들은 그렇지 않아도 고령화 때문에 침체되고 있는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이들이다.
그들보다는 조금 상황이 나은 이들이 프리터(freeter)다. 정규직에 얽매이지 않고 아르바이트에 종사하면서 일과 놀이 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하며 살아가는 젊은이들. 90년대 초에 처음 그러한 현상이 나타났을 때는 대단히 ‘쿨’하고 앞서가는 라이프 스타일로 주목을 받았고 실제로 취직할 능력이 있어도 일부러 그런 삶을 선택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 그들이 30대 중후반으로 접어들면서 과연 그들에게 미래가 있는가 하는 질문이 던져지고 있다. 청춘이 한창일 때 잠깐 분방하게 살아가는 것은 멋져 보이지만, 나이가 들어 결혼하여 가정을 꾸리고 집을 마련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금은 일부러 프리터의 길을 선택하는 이들은 크게 줄었고, 어쩔 수 없이 그렇게 살아가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우리 역시 강 건너 불구경 하고 있을 처지가 아니다. 장기 침체로 들어가는 한국이 사회 문화 영역에서 또 다시 일본의 전철을 밟을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을 지우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아니 이미 그러한 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불가피하게 프리터의 길에 접어든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히키코모리도 보이지 않게 확산되고 있다는 보고가 들려온다. 하여 관심 있는 한일 전문가들의 학술 교류가 몇 년 전부터 매해 계속 되고 있는 실정이다.

얼마 전 쿄토시에서 히키코모리를 전문으로 연구 활동을 하는 분으로부터 한국은 일본보다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는 경고를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는 근거는? 한국에서는 십대 때 치러야 하는 대학 입시의 스트레스가 훨씬 심하고, 거기에서 탈락하거나 좋은 위치를 차지하지 못하면 그 불이익을 일생 내내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국은 일본과 달리 ‘패자부활전’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혹독한 조건이기 때문에 세상으로 나아가는데 대한 두려움의 강도가 훨씬 세고, 그로 인해 위축되어 사회와 자아를 쉽게 절연해 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청년 실업의 장기화, 이는 한국과 일본이 공통으로 안고 있는 현실이다. 학교 이외에 별다른 현실을 체험하지 못한 젊은이들이 세상에 입문하지도 못한다는 것은 엄청난 재난이 될 수 있다. 그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타인과 사회를 경험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 일본에서는 히키코모리들을 집에서 끌어내기 위한 다양한 전략들이 구사된다. 한 때 히키코모리였다가 이를 극복한 경험자들이 중심이 되어 자기의 체험을 발표한다든지, 히키코모리들을 위한 소모임을 꾸려 대인관계의 코드를 회복하게 하기도 한다. 그리고 동네에 있는 작은 가게에서 작은 일부터 시작하도록 주선해주는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핵심은 젊은이들의 자립심 결여다. 한국과 일본은 결혼 전까지 부모에게 얹혀 사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드문 나라다. 물론 그것이 지니는 장점도 있지만, 독립심을 키우기에는 불리한 삶의 조건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독립시키는 것이 능사도 아니고, 지금처럼 경제가 어려운 마당에 현실성도 없다. 함께 살더라도 아이들이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훈련, 실패를 통해 성장하는 경험이 주어져야 한다. 그리고 현실에 직접 맞부딪히며 자아의 잠재력을 깨우쳐가는 학습이 절실하다. 지식 위주로 편향되어 내면의 단단한 힘을 키우지 못하는 교육이 달라지지 않는 한, 젊은이들의 집단 자폐는 어두운 예감만이 아닐 수 있다. 그것은 일차적으로 기성세대의 책임이 크지만 젊은이들 스스로 자각하고 혁신을 꾀하는 몫도 결코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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