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치료]제2강 문학치료의 첫번째 사례_독서치료,이야기치료

 
이번 강의에선 문학치료의 한 범주로서 독서치료나 이야기치료의 과정을 보여주고자 한다. 문학작품이나 이야기는 그것이 과거를 말한다는 데서 일치점을 가지고 있다. 과거란 기억을 말한다. 그런데, 이 기억은 화해 조정을 받은 기억이 있고 그렇지 못한 기억이 있다. 전자의 경우는 의사소통이 원활한 가정에서 자란 사람일 경우인데, 이 사람은 어린 시절 문제가 있었을 때 부모와 이 문제를 상의하여 그것을 하나의 해결된 스토리로 저장해 두었다. 말하자면, 이 사람의 기억은 ‘늑대와 일곱 마리 아기염소’나 ‘라푼첼’같은 동화나 소설에서 찾을 수 있는 교훈과 같이 화해 조정을 받은 기억, 즉 공개적인 기억으로 남는다. 다시 말하면 이것은 하나의 역사가 되고 하나의 이야기로 남는 셈이다.

그러나 그 사람의 유년의 경험과 그와 관련된 정서가 너무나 가혹하여 감히 드러내놓고 말할 수 없는 경우는 다르다. 이런 기억은 화해 조정을 받지 못하고 억압되어(이 경우, 의식적인 억압이 아니라 무의식적인 억압을 말한다) 있어서 성인이 된 후, 이와 유사한 상황이 되면 불쑥불쑥 고개를 내민다. 노이로제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고 환청이 들리는가 하면 히스테리성 육체 질환이나 원인 모를 공포와 구토, 틱 장애, 심지어 그 분노에 못 이겨 자살을 택하는 경우도 있다. 이번 강의에서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거절로 인한 정동장애를 문학으로 어떻게 치유받을 수 있는지 실습을 해보고자 한다. 유년시절의 거부나 모욕감으로 인한 이성친구에 대한 불안이나 우울, 적개심이 있다면 어떻게 할까? 문학작품을 통해 그로 인해 파생된 불안감, 분노, 애증의 원인을 이해하고 진단하고 해소할 수 있는 치료의 과정을 살펴보자. 예로 들 작품은 첫 강의에서 제시한 『좀머 씨 이야기』중의 한 에피소드로 한다.

독일 작가 중에 파트릭 쥐스킨트란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이 쓴 소설들은 우리나라에서도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하였지만 그 중에 특히 거절에 관한 한, 소설 『좀머 씨 이야기』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소설에서 일인칭 화자 ‘나’는 어린 시절에 거절의 고통을 당할 때마다 좀머 씨가 나타나 구해주었다는 사실을 고백하고 있다. 이 소설에서는 걸음을 멈추면 죽기라도 하듯 매일 줄기차게 남의 말을 아랑곳하지 않고 걸어다니는, 아니 걸어다녀야 하는 좀머 씨가 ‘나’라는 한 생명을 살린 경우를 내면적으로 아주 잘 묘사하고 있다. 그 안에는 좀머 씨로 인해 고통에서 벗어나는 여러 에피소드가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카롤리나 퀵켈만에 관한 이야기이다.

화자인 ‘나’에게 너무나도 예쁘고 선망의 대상이었던 카롤리나를 만나고 싶은 꿈이 실현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호수 윗마을에 사는 카롤리나와 같이 갈 수 있는 경우는 없었다. 하지만 어느 날 “있지, 월요일에 너랑 같이 갈게…”, 이 말을 듣는 순간 화자인 ‘나’는 흥분한다. 정말 꿈같은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그 순간 이후, 그러니까 그 날 하루 종일, 그 주일 내내 그의 귓가에는 그 말만이 들려 왔고, 그 말은 너무나 달콤하게 들렸다. “그림 형제 동화책에서 읽었던 어느 것보다도 달콤했고, ‘지금부터 내 음식을 먹어도 좋아, 내 침대에서 자도 돼’라고 말했던 『개구리 왕자』에 나오는 그 왕자님의 약속보다도 더 달콤했다.

‘오늘은 빵을 굽고, 내일은 고기를 굽고, 모레는 왕비님께 아기를 갖다 바쳐야지!’라고 말했던 룸펜스틸첸 요정처럼 조바심을 내며 날짜를 세었다. 마치 내 한 몸 안에 행복에 젖어 있는 한스와 루스틱 형과 황금 산의 왕이 다 들어 있는 기분이었다. “월요일에 너랑 같이 갈게!”, 이 말이 그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 주었다. 그래서 그는 이 날부터 그 애와 같이 걸어가게 될 날을 기다릴 뿐 아니라, 그 준비에 바빴다. 숨겨진 볼거리들과 먹을 것 마실 것을 빈틈없이 준비하고 그 날이 오기까지 학수고대하였다. 만나기로 한 그 날도 학교에서는 의젓하게 굴었고 공부에도 열심히 집중했다.

그러나 이게 웬일인가? 이 날은 여학생들만 한 시간씩 수업을 더하기로 되어 있어서 한 시간이나 더 기다리기까지 했는데 카롤리나가 와서는, “얘! 나 오늘 너랑 같이 안 가. 엄마 친구가 아프대. 그래서 엄마가 거기 안 간대. 우리 엄마가 그러는데…” 하지 않는가? 그 순간 갑자기 이상하게 귀가 멍멍하고 다리에 힘이 빠져서 그는 그것을 머리에 기억해 두기는커녕 제대로 듣지도 못하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의 풍경은 그대로 굳은 것 같았다. 그때 걸어가는 좀머 아저씨만 아니었더라도 위안을 찾을 데라곤 전혀 없는 듯 했다.

이런 경우를 나는 말할 것도 없고 독자들도 많이 겪었으리라. 이런 거절을 받을 때 우리의 감정이 어떨까? 이를 대체할 위안이 있기라도 한 것일까? 특히 동생이나 형 때문에 부모로부터, 아니면 변심한 애인에게서 이런 거절을 당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그런데 이 문제를 잘 살펴보면 거절로 인한 적개심 뒤에는 사랑이라는 큰 실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랑하지 않았으면 그렇게 분노하거나 미워하거나 절망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다음으로는 카롤리나가 사랑한다고 말한 것이 아니라 자기가 일방적으로 사랑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언젠가 부모에게 일방적으로 요구했던 사랑을 화자는 다시 대상인 카롤리나에게 투영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우리 자신의 핵심 감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어느 정도 극복하였지만, 어릴 때 나는 너무 예민하여 툭 하면 삐치고 집을 나가고, 마음에 들지 않는 나의 청을 거절한 사람과는 끝끝내 화해하지 않는 습성이 있었다. 물론 ‘오냐, 두고 보자’ 하는 오기가 지금의 나를 가난과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 정도나마 공부하게 만들었겠지만, 고백하건대 나는 정신적으로 견디기 힘들만큼 거절을 수용하지 못했다. 할머니 품에서 자란 나는 자연스레 할머니와 더 가까웠고 그러는 동안 동생은 어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하게 되었다. 그러자 어머니는 나에게 거절의 상징이 되었다. 동생에게는 해주지만 나에게는 해주지 않는 것 같았다.

그 후 나의 정신생활은 피폐했다. 우선 어머니를 용서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누군가 나에게서 멀어질까 늘 불안했다. 그리고 거절당하면 절대 수용하지 못하고 꼭 보복하려는 심리가 있었다. 경중을 가리지 않는다면 사람은 누구나 이런 특성을 가졌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남근(권력)에 대한 욕구가, 그것이 엄마의 보살핌이든 카롤리나에 대한 사랑이든 모두 신기루일 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권력의 거절과 거부에 대해 익숙해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하면 참고 견뎌야 한다. 불교에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사바세계라 하는데 이때 사바란 말은 참고 견딘다는 뜻이라고 한다. 자아가 거절당했을 때 참고 견딜 수 있는 힘을 얻게 하는 것이 바로 치료의 목표이며 그 치료의 힘이 바로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서 나오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자신의 영혼을 만나보자. 일방적으로 거절당하거나 거기에다가 수치심까지 부가된다면 우리는 그 고통의 느낌과 결부된 기억을 마음 속 깊숙이 감추게 된다. 어떤 사람은 그 거절당한 기억에 관련된 정서적 고통을 회피하기 위해 그것이 스토리 밖으로 빠져나가도록 억압한다. 그러면 우리는 거절에서 아무 것도 배우는 일이 없을 것이다. 그 사람은 그런 상황만 오면 불쾌감과 불안감을 나타낼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필자의 경우와 카롤리나의 경우를 보면서 거절당한 좋지 못한 경험을 정상화시키는 힘을 얻게 된다. 외롭거나 불안해하는 사람은 거절당하면 더욱 외로워지고 불안해진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읽으면 그런 유사한 고통을 다른 사람도 경험하고 누구나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우리는 남편이나 이성친구로부터의 거절로 우울하게 된 경우나 유년시절에 얻은 부모로부터의 거절의 경우를 이 이야기 속에서 다시 찾을 수 있다. 그러면 문학의 스토리는 자기 인생의 스토리와 통합하게 되고 자기의 과거에 대해 새로 볼 수 있는 힘을 준다. 그러면 그 사람은 이 문학을 통해 더 이상 거부당한 피해자가 아니라 그 거절을 제어할 수 있는 지배자가 된다. 더욱이 그는 이런 글을 읽으면서 이 거절의 상황을 고백한 사람에 대해 그의 거절에 대한 고통을 통해 자기가 당한 거절의 고통을 깨놓고 이야기하지 않아도 자기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의 뉴욕대학교 부속병원 재활센터 입구 벽에는 다음과 같은 시가 새겨져 있다.

“큰일을 이루기 위해 힘을 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했더니 겸손을 배우라고 연약함을 주셨다.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는 건강을 구했더니 보다 가치있는 일을 하라고 병을 주셨다. 행복해지고 싶어 부유함을 구했더니 지혜로워지라고 가난을 주셨다. 세상 사람들의 칭찬을 받고자 성공을 구했더니 뽐내지 말라고 실패를 주셨다. 삶을 누릴 수 있게 모든 걸 갖게 해 달라고 기도했더니 모든 걸 누릴 수 있는 삶 그 자체를 선물로 주셨다. 구한 것 하나도 주시지 않았지만 내 소원 모두 들어주셨다. 하나님의 뜻을 따르지 못하는 삶이었지만 내 맘속에 진작 표현 못한 기도는 모두 들어 주셨다. 나는 가장 많은 축복을 받은 사람이다.”

거절된 것을 축복으로 승화시킨 내면의 고백이자 아름다운 시이다. 혹자는 거절에 대한 합리화라고 일축할지 모르지만 이런 인식은 스스로의 문제를 극복하는 대단한 인식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문학작품이나 이야기는 대개 이런 과거의 거절에 대한 경험을 말하는 경우가 많다. 너무 많은 준비와 사랑을 쏟은 카롤리나로부터 얻은 것이라곤 “너랑 같이 갈 수 없어!”라는 거절을 당하고, 물질적 축복을 구했는데 가난이라는 것을 주신 하나님으로부터 이런 거절을 당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그 거절을 익혀야 한다. 비록 당사자인 문학의 주인공은 고통스럽겠지만 같은 것을 경험한 우리에게는 큰 힘과 위안이 된다. 거절을 당한 사람이 나 외에 또 있고 그가 나를 이해해줄 수 있다는 점에 우리는 기쁨을 얻는 것이다. 등에 “조심하시오, 그는 뭅니다”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닌 디킨스의 『데이빗 카퍼필드』나 “간통녀”의 약자 A를 달고 다닌 나다니엘 호오도온의 『주홍글씨』, 정말 일로나를 너무나도 좋아하였으나 결국 거절당하고 복수하는 한스를 그린 영화 『글루미 선데이』에는 정말로 사회에서 거절당한 나의 여러 다른 페르소나들이 존재한다. 이런 문학을 읽으면서 우리는 우리의 억울한 거절을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거절에서 우리는 인생의 의미를 배울 수 있다. 인생에서 달라고 기도하는 것은 많되 그것을 얻은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거절의 이야기에서 비로소 마음의 참된 치유를 얻을 수 있다.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emoticon

스티커 댓글

스티커를 사용해서 댓글을 남겨보세요!

댓글달기
  • 감동
  • 부들부들
  • 눈물
  • 두근두근
  • 좋아요
  • 사랑해요
  • 멋짐
  • 하하
  • 신남
  • 행복
  • 멘붕
  • 헉
  • 시무룩
  • 하이파이브
  • 응원
  • 쓰담쓰담
  • 뽀뽀
  • 박수
  • 선물하기
  • 고마워
  • 귀여워
  • 셀카
  • 저요
  • 열공
  • 쓰러짐
  • 씻기
  • 팩

소챌 스토리 더보기

대학생 집콕러를 위한 월간 소비

편지가게 글월, 마지막으로 편지를 받은 게 언제예요?

비전공자를 위한 교양서

비전공자를 위한 전공자의 교양서 큐레이션

일본어 번역가 강민하 | 마음까지 전하는 번역

VEGAN ESSAY 의생활 실전편ㅣ스물 한 살의 비건인 나는, 잘 입고 있습니다

VEGAN ESSAY 식생활 실전편ㅣ스물 한 살의 비건인 나는, 잘 먹고 있습니다

VEGAN ESSAY 입문편ㅣ스물 한 살의 비건인 나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2012년, 빙의하고 싶은 영화 속 주인공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