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플라스틱의 A to 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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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90학번이구요. 대학에서 무역학을 전공했습니다. 대학원에서는 국제협력학을 공부했구요. 예전부터 이 일이 꼭 하고 싶었고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즐겁습니다.”활동중인 많은 사회인들을 보면 현재 하고 있는 일과 대학시절 전공 사이에 전혀 연관성이 없는 경우가 허다한데 비해서 이 길을 걷기 위해 꾸준히 준비해온 그의 대학시절을 짐작해볼 수 있었다.

“음, 상사라는 곳은.. 제가 예전에 대학원 수업을 들었을 때 교수님께서 무역이라는 것에 대해서 chip to chip 이라는 비교적 짤막한 정의를 해주시더라구요. 첫번째 칩은 감자칩이구요, 뒤에 칩은 반도체 칩이죠. 무역에서는 그만큼 안 다루는 아이템이 없다는 말씀이셨겠죠.”상사로 말할 것 같으면 70-80년대의 대학생들에게 선망의 직종이었다. 해외 수출이 가속도를 내고 있던 시점에 종합상사의 역할이 막대했고 당시 대기업들의 상사들은 고속성장의 가도를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90년대부터는 한국기업들이 대외무역에 있어 상사를 통하지 않고 자체 조직력을 기반으로 직접 거래함으로 인해 한국 종합상사의 기능이 축소될 수 밖에 없게 되었고, 현재 LG상사의 경우는 경쟁력 있는 공장에 대한 직접투자를 통해 거창한 외형보다는 실질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시스템으로 변화하였다.송규철 대리가 현재 몸담고 있는 상사 내 합성수지팀은 그야말로 우리 생활 속 플라스틱 제품에 관한 모든 것들을 다루고 있는 곳이다. 음료수의 PET(페트)병, 의자, 비닐봉투, 칫솔 등 우리생활 전반에 걸쳐 흔하게 볼 수 있는 플라스틱들의 재료와 아이템들이 거래되고 있다.


희망직업과 전공이 거의 일치해 일하는데 있어 편하지 않았을까라는 기자의 다소 철없는 질문(?)에 대학과 대학원에서 무역과 국제협력을 공부한 송규철 대리는 의외의 대답을 던졌다.”물론, 그런 면이 분명히 없잖아 있죠. 하지만, 책에서 나오는 무역 용어들을 줄줄 외우고 시험쳤던 것들. 지금 생각하면 실무에서 그다지 많이 사용되지도 않고 오히려 현장에 뛰어들면서 배운 것들이 훨씬 많습니다. 해외로 나가서 국제적 감각을 기를 수 있는 기회가 비교적 많아진 요즘 대학생들이 부럽습니다.”

가죽을 만지는 장인은 손님이 구두가 내발처럼 편하다고 할 때, 가수는 관객들이 ‘앵콜’을 외칠 때 가장 자랑스럽고 삶의 에너지를 얻는다. 과연 그는 어떠한 순간에서 이 일의 기쁨을 맛보며 일할까.”저희의 역할에 대해서는 조율사라는 이름이 딱 맞죠. 메이커와 바이어 사이에서 양 쪽 모두가 웃을 수 있는 윈-윈(win-win)게임을 이끌어 내서, 거래처에서 LG상사라면 믿을 수 있다는 평가를 들을 때가 가장 행복한 순간이죠.”

그는 개성에는 개성상인이 있고 송도에는 송상이 있듯 상사는 세계적으로 활동하는 현대판 상인이라며 재밌는 비유를 통해 자신을 설명했다. 그러나 요즘 무역인들은 튼튼한 다리도, 봇짐이나 걸걸한 입담도 아닌 자신이 맡는 아이템에 관해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정도의 전문적 지식과 순간의 빠른 결정력이 꼭 필요한 점이라고 말했다.

최근 우리나라의 대중교역량이 이미 미국을 앞질렀다는 뉴스가 머리에 떠돌던 지라 송규철대리에게 중국에 대해 받은 생각들도 들을 수 있었다.”회사에서 지원하는 연수차 3개월간 중국에 머물렀는데, 중국은 앞으로도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엄청난 인구와 자원과 우리나라에 비해 우월한 노동조건도 커다란 매력입니다. 그래서 요즘 중국에서 LG의 대중(對中) 마케팅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지고 있죠.”


아무리 자신이 좋아하는 어떤 일이든 조금의 아쉬운 점은 있기 마련 아닐까.”글쎄요, 일단 퇴근 시간이 늦죠 체력적으로 힘이 들죠. 우리나라에서 저녁이라고 생각하는 시간에 지구 반대편 중동에서는 한창 일할 낮일 테니까요.”

열심히 일하는 사람은 역시 제대로 노는 법도 알고 있다는데, 과연 송규철 대리는 금쪽같은 휴식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상사 내 동호회 FC LGI 때문에 토요일이 기다려진답니다. 중국에 갔다 온 이후로 생겼는데 제 포지션은 수비수입니다. 요새 축구를 통해 땀을 흘리는게 스트레스 해소법이라면 해소법이겠네요.”

또한 그에게 있어서 가족은 가장 큰 버팀목이고 자신이 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며 가정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드러냈다. 그래서 아내와 맛있는 음식집을 찾아가는 것 역시 그를 행복하게 하는 또 하나의 쉼표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아직 그 역시 ‘루키’이긴 하지만 어떤 후배들과 일하고 싶으냐는 질문에 예전에 생각하고 있던 신입에 대한 나름대로의 ‘모델’이 있었다는 듯이 명쾌한 대답을 하며 오늘의 자리를 마무리했다. “자신의 분야에서 거리낌없이 이야기 할 수 있는 신입입니다. 프로페셔널한 전문성과 이루려는 목적이 분명한 그런 사람이면 좋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기존의 것에서 머무르지 않고 배운 것을 통해 +a를 더하는 능동적인 후배들과 함께 일하고 싶습니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여의도의 붉은 저녁풍경에서 세계를 무대로 뛰는 ‘LG상인’ 송규철 대리의 바쁜 하루가 저물어 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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