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_교수인터뷰 서울대 물리학과 임지순 교수







“구체적으로 반도체 물리학이 제 전공이죠. 탄소나노튜브의 기초와 응용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특히 탄소나노튜브를 이용한 디스플레이(전계방출 디스플레이, FED)와 유기분자의 전기적 성질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20대에 고체의 전자구조를 양자역학적인 방법을 이용해 컴퓨터로 계산하는 길을 개척한 박사학위 논문을 냈으며, 98년 탄소나노튜브를 다발로 묵으면 도핑이란 어려운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반도체가 된다는 사실을 발표하면서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이론 물리학자, 임지순 교수와의 인터뷰에 걱정이 앞섰던 것이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물리학은 어려운 수식과 이론들이 많이 나와 어렵다는 생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에 인터뷰가 전문적이고 어려울 것이라 예상했지만 의외로 편한 모습으로 설명을 너무나 쉽게 잘 풀어 주신다.

초등학교 때부터 막연하지만 과학자가 꿈이었다는 임교수.
“처음 대학에 입학할 때는 잘 몰랐습니다. 그저 근본적인 원리를 캐내는 학문이라고 막연한 생각만을 가지고 있었는데, 내 성격을 보니까 물리학같이 뭔가를 따져 확실한 설명이 되는 것이 만족스러웠던 것 같았죠. 물리학은 어렵다면 어려운 학문일 수 있는데, 그것이 장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어려운 수식은 컴퓨터가 해주고 대신 창의적인 생각이 필요하고, 남들이 하지 못한 발견이나 물질의 현상을 보는 학문이라는 점이죠. 의외로 굉장히 도전적인 학문입니다. 물리학은 어렵기도 하지만 흥미 있는 학문임에는 분명합니다.”


화제를 버클리 대학으로 옮겨 보았다. 80년대에 졸업했기 때문에 많은 시간이 지나서 처음에는 우려했으나 왕성한 활동으로 인해 아직까지도 버클리 대학에 자주 다녀온다고 한다. “미국에 좋은 대학들이 많지만 버클리 대학은 물리학에 관한 한 항상 다섯 손가락 안에 듭니다. 저의 경우 80년대 버클리 대학을 다녔지만, 60~70년대 당시 버클리 대학은 입자물리학과 노벨상을 가장 많이 배출한 대학으로도 유명했습니다. 또한 주립대학이라 다양한 스펙트럼의 학생들이 많다는 점이 특징이죠. 특히, 물리 뿐 아니라 인문사회 쪽으로도 유명합니다. 그래서인지 학문 분위기는 진보적이고, 캠퍼스 분위기는 자유분방합니다. 요즘 같이 다양한 정보가 많지 않아서 처음부터 잘 알고 간 것은 아니었지만, 그런 점에서 나와 잘 맞았던 것 같습니다.”

서울대는 순수 물리학분야에서 지난 5년간 7백66편의 SCI 등재 논문을 발표했다. 편수로는 미국 대학 랭킹의 30위 수준이다. 하지만 미국 내 1위인 버클리 대학(2천29편)의 교수 수가 서울대의 2배 수준인 것을 감안할 때 적어도 양적으로는 상위권에 근접했음을 나타낸다. 그러나 임교수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과거에 비해 우리나라 대학의 연구성과가 많이 늘어난 편입니다. 그러나 실험, 시청각교육, Demonstration 등의 분야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죠. 버클리 대학은 연구 못지 않게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곳입니다. 특히 물리학과의 특성상 토론식 수업보다는 직접 보여주고 실험하는 부분이 중요하죠. 버클리 대학 물리학과는 이런 부분에서 큰 장점이 있습니다.”

임교수가 말하는 학생들에게 가장 아쉬워하는 것은 2가지 이다.
“버클리 대학의 수업분위기는 다이나믹합니다. 학생들이 질문을 많이 하고 대답을 잘 해주죠. 이에 비해 한국학생들은 참 아이러니합니다. 요즘 학생들이 예전 학생들에 비해 자기 의사표현에 적극적이고 참여적인 것은 분명한데, 수업에서만큼은 차이가 없습니다. 수업분위기가 일방적인 것 같아 답답합니다. 또한, 한국학생들은 주어진 시간 내에 문제를 풀고 시험은 잘 보지만 창의적인 생각에서는 많이 부족합니다. 물리학은 단순 계산보다는 창의성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군요.”


최근 국내에서 이공계 기피현상에 대한 논란과 함께 다양한 해결책이 제시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해결이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물리학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입시 자료를 보면 여전히 이공계 지원자보다 한의대, 의대, 약대를 지원한 학생수가 더 높다는 통계자료를 봐도 알 수 있다.
“그 문제는 좀 극단적으로 알려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상황보다 과장된 부분이 많죠. 지금 실시하고 있는 이공계 살리기 정책이 효과를 보려면 좀 더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여전히 물리학이 좋아서 이쪽으로 진학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그들에게 길은 다양하게 있습니다.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그 학생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잘 교육시켜서, 그들의 호기심과 열정을 꺼뜨리지 않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죠.”

21세기 들어서 나노 과학이나 IT발전에 의한 반도체 기술 등이 눈부신 발전을 해 왔다. 물리학이 기초학문임에도 응용연구가 아주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음은 주목할만한 사실이다.
“오히려 예전보다 인력수요가 더 늘어나고 혜택이 많아졌습니다. 이 분야 쪽으로 더 많은 연구비가 지원되고 있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활용하여 실제 생활에 적용하여 연구할 부분들이 무궁무진하답니다. 특히 나노기술을 이용한 공기청정기, 냉장고, 세탁기, 섬유 등이 최근 많이 상용화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서울에서 열린 국제 탄소나노튜브회의를 회상하면서 임지순 교수의 입가에는 살며시 미소가 흐른다.”세계의 연구자들이 우리가 무얼 하고 있는지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죠. 회의장 가득찬 세계적으로 저명한 많은 물리학자들을 보면서 참 보람을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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