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본 사회]제1강 21세기 무서운 충격의 진원지, 중국

 


지난 5월 1일, 2004 올림픽 축구 아시아 지역 예선에서 한국이 중국을 꺾고 조 1위로 본선 진출을 확정지었다. 앞으로 중국 축구는 가위눌리듯 ‘공한증(恐韓症)’에 더욱 시달리며 영원히 한국을 따라잡지 못하리라는 예감을 자타가 확인하는 듯한 날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 무렵 <차이나 쇼크>가 전 세계 증시를 강타했다.
그 충격은 한국에 한층 더 커다란 파장을 일으키면서 경제계를 뒤흔들었다. 중국이 경제 정책에 조그마한 변화를 준 것만으로도 엄청난 후유증에 시달리게 된 한국의 현실을 분명히 확인하게 된 계기였다. 바야흐로 ‘공중증(恐中症)’의 시작인가. 도대체 우리에게 중국이 뭐길래?
‘한중일’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우리는 중국을 그냥 아시아의 여러 나라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한다. 더구나 축구와 한류 열풍을 통해 만만한 대상으로 여기게 된 듯하다. 그러나 중국은 보통의 국가라고 하기에는 규모가 너무 방대하다. 그 차이를 실감하기는 쉽지 않다. 그저 몇 가지 수치를 가지고 짐작만 해볼 뿐이다. 예를 들어, 몇 해 전에 중국이 인구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는데, 그 조사 요원은 무려 600만 명이었다. 그렇게 많은 사람을 동원하여 조사를 해도 그 총합계의 10% 정도를 가산해야 실제 인구의 근사치가 된다고 한다. 그 인구 가운데 일년에 10억 이상을 버는 사람이 1% 정도 된다는 이야기를 듣는데,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무려 천만 명이 훨씬 넘는 규모다. 한국의 최고급 승용차를 당장 현찰로 구입할 수 있는 인구가 한국 인구보다도 많다는 이야기도 과장이 아닌 것이다.

중국 대륙은 인구 그 자체가 크기도 하지만 유동성도 대단히 심각한 문제다. 예를 들어 급속한 경제 성장의 결과 지금 농촌에 남아도는 잉여 노동력이 약 1억 5천만 명으로 추정되고, 그 가운데 8천만 명 정도가 도시에 흘러들어와 일하거나 실업자로 전전하고 있다. WTO 가입 이후 가속화되는 농업의 구조 조정 속에서 이농 인구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춘절 (春節 : 설날) 무렵이 되면 도시와 농촌을 오가는 유동 인구가 한국 인구의 2배 가까이 되는 셈이다. 그리고 도시로 삶터를 옮겨온 이들 가운데는 같은 지역 출신들끼리 일정한 지역에 모여 살면서 예전의 생활 방식을 그대로 가져와 유치원이나 진료소를 고향의 모습 그대로 재현하고 있어서, ‘국내판 차이나타운’을 연상케 한다.

중국을 바라볼 때 유념해야 할 것은 그러한 스케일만이 아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속도이다. 중국의 변화는 더 이상 ‘만만디’가 아니다. ‘차이나쇼크’는 대외적으로 가해지기 이전에 중국 스스로 겪는 극심한 충격이다. 그리고 그것은 진작에 거의 예견되고 있던 시나리오다. 압축 성장이 낳는 부작용은 한국의 그것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나다. 왜? 우선 그 거대한 규모로 인해 그 반향이 훨씬 증폭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중요한 이유는 대단한 동력으로 비약하는 지금의 시점이 범 지구적으로 급속한 변화의 소용돌이가 일고 있는 상황이어서, 한국이 그 단계를 지날 때와는 전혀 다른 환경이기 때문이다. 비동시적인 것들의 동시성. 후발 공업화 국가일수록 여러 단계의 사회 변화를 한꺼번에 겪는다는 말인데, 그 점에서 중국은 그 어느 사회보다도 격렬하다고 할 수 있다.

중국 경제의 급성장과 풍요로움의 이면에 드리우는 그늘은 의외로 크고 음울하다. 위에서 언급한대로 농촌이 피폐해지면서 수많은 이농민들이 도시로 흘러들어오지만, 그들은 심하게 차별받는다. 말이 통하고 피부 빛도 같지만 마치 불법 이민 노동자와 같은 신세다. 그 가운데 범죄의 길로 빠져드는 이들도 상당수에 이른다. 점점 벌어지는 빈부격차는 중국의 발목을 잡는 무거운 족쇄로 클로즈업되고 있다. 가속화되는 고령화도 심각하다. 60세 이상 인구 비율은 이미 10%를 훨씬 넘었고, 그 절대 규모가 매년 3%씩 증가한다. 그러나 그들을 부양할 수 있는 사회 보장제도가 뒷받침되지 않아 많은 노인들이 가난에 시달린다. 중국 정부가 사교(邪敎)로 규정하여 감시하고 단속하는 [파륜궁(法輪功)] 신자의 60%가 60세 이상 노인이라는 점은 그들이 놓인 처지를 반영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른 한편, 젊은이들은 대학을 졸업하고도 청년 실업자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

중국의 고도성장을 가로막는 최대 복병은 환경 문제다. 우리는 갈수록 심해지는 황사 현상으로 그 폐해를 막연하게 짐작하고 있지만, 그 실상은 실제로 매우 심각하다. 중국의 서북부에는 매년 평균 2460평방 킬로미터씩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고, 이 추세로 가면 100년 내에 경작지가 모두 사라진다. (이미 경지면적의 20%가 없어진 상태다.) 건조지대에서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엄청난 지하수를 끌어올려야 하는데, 그러한 대규모 관개로 인해 지하수의 수위가 매년 1미터씩 낮아지는 지역이 있다. 그리고 지하수에는 탄산나트륨 등 염분의 농도가 높은 경우가 많아 수분이 증발하고 나면 염류 토양화가 발생하여 식물이 고사하면서 사막화가 진행된다. 서부지역의 환경이 급속하게 악화되면서 이른바 [생태 난민]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사막화 이외에도 ‘단류(斷流)’라는 문제도 심각하다. 대도시가 급증하고 공장이 많아지면서 황하의 물을 상류와 중류에서 대량으로 끌어다 생활 및 공업용수로 사용하게 됨에 따라 강수량이 조금만 줄어도 하류엔 아예 물이 말라버리는 현상이다. 빈번한 단류는 토사의 축적을 촉진하여 하천의 홍수 처리 능력을 떨어뜨린다. 이는 당연히 그 유역의 농업에 치명타를 가하게 된다. 인구 폭발과 농업의 쇠퇴가 빚어내는 결과는 중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 곡물 시장에 무서운 재난이 될 것이다. 테크노크라트들이 경제 성장의 템포를 스스로 조절해야 할 필요를 느끼는 것은 바로 그 막대한 충격의 파급 효과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리라.

2008년 북경 올림픽이 열린다. 1964년의 토쿄 올림픽, 1988년의 서울 올림픽이 그러했듯이 이번 올림픽도 중국에게 있어 사회 변화의 큰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 핵심은 민주화이다. 경제 성장에 따른 사회의 다원화에 부응하여 정치 체제를 유연하게 풀어갈 것인가. 부패하고 비효율적인 관료 시스템의 한계를 보완할 시민사회의 자율성이 형성되기 시작할 것인가. ‘차이나쇼크’를 스스로 완충하고 조절할 수 있는 내부의 역량을 발견하고 키울 것인가. 올림픽이 그러한 진보의 지렛대가 되기를 전망해본다. 더 나아가 그 글로벌 이벤트를 통해 아시아권의 개방적인 네트워크가 확대되고 북한 사회에도 훈풍이 가득 흘러들어가기를 기대한다. 그 의미 깊은 축제를 즈음하여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차분히 구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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