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치료]제1강 진정한 웰빙으로서의 문학치료

치료라는 말이 붙기 전에는 일본식으로 요법(療法)이란 말도 사용했지만 왠지 어르신들의 자석 침대 치료 같은 느낌이 난다. 그러니 오늘날 정서에 더 어울리는 ‘치료’란 이름이 붙여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치료란 말은 치료사가 물리적으로 치료하는 것(curing)과 환자가 자발적으로 치유하는 것(healing)을 함께 포함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좋을 듯하다.

왜냐하면 심신적 과정이란 육체적 상처를 치료하듯이 일방적으로 행해진 결과가 아니라 내담자/환자가 치료사와 상호적으로 작용하면서 치유하는 과정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오늘날은 뉴턴 물리학 시대의 생물학적 병인론이 생물학적-심리적-사회적 요인들을 다양하게 고려하여 판단하는 병인론으로 대체되었다. 교육 또한 권위주의나 위계의 시대에 성행했던 일방적인 교육을 지양하고 교양과 같은 상호적인 방법을 지향한다. 이렇듯 문학치료 또한 근본적으로 이런 자발적이고 상호적인 맥락에서 이해해야 쉬울 듯 하다.


한 남자가 있다. 그는 지금 독배를 들고 자살하려고 한다. 모든 것을 다 경험했지만 그에게는 삶의 기쁨이 없다. 앞만 보고 달려 왔다. 사람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토대를 알기 위해 유전자를 공부했고, 슈퍼콤의 최우량 칩을 만들기 위해 기계들과 더불어 살아야 했다. 학점을 따기 위해 취업을 하기 위해 회사와 교수에게 알량한 편지를 얼마나 썼던가? 자연과 더불어 싱싱한 삶을 맛보기는커녕 냄새나는 것들과 짐승 뼈다귀 같은 이론들과 더불어 싸워 왔다. 이런 파우스트가 우리 속에 얼마나 살아서 움직이는가? 하지만 그가 독배를 마시려는 순간 부활절의 종소리와 부활을 노래하는 합창이 파우스트로 하여금 자살하지 못하게 한다. 그러나 정작 자살을 막은 것은 부활이나 부활절 합창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그것이 유발한 자기 어린 시절과 청년기에 대한 기억 때문이었다.

이 소리는 파우스트가 어릴 때부터 익숙하게 듣던 소리고 이 소리를 들으면 그는 생명으로 충만해진다. 이 노래를 들으면 그리움에 가득했던 어린 시절로, 유쾌하게 놀았던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 “추억이 이제 나를 어린 시절의 감정으로 마지막의 엄숙한 발걸음을(죽음을: 필자) 멈추게 한다”(762-784행)고 파우스트는 고백한다. 우리가 문학치료의 가능성을 보는 것은 바로 이 부분이다. 심리치료사들이 종종 말하곤 하는 것처럼 인생이란 항상 그런 것이다. 한 쪽 문이 닫히면 다른 문이 열리는. 하지만 비극은 우리가 열려 있는 쪽이 아니라 항상 닫혀 있는 문을 본다는 것이다. 파우스트 역시 마찬가지다. 그가 지금 우울(?)에 시달리는 것은 바로 자아존중감의 상실인 것이다. 문학치료는 바로 이런 사람들에게 다른 문을 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문학치료가 치유라고 해서 항상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문학이나 책 그 자체만으로 치유를 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치료사의 개입이 필요하기 때문에 문학치료학 같은 학문분야가 필요한 것이다. 우리는 보통 현실감이 있느냐에 따라 정신병(psychosis)과 신경증(neurosis)을 구분하고 신경증 내에서도 유형과 반복의 정도에 따라 치료적 개입이 필요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정신건강의 차원으로 나누어진다.

이런 관점에서 문학치료의 대상은 보통 세 가지로 구분한다. 이를테면 입원환자인 경우, 자주 반복되는 신경증문제를 신경정신과나 심리상담을 받는 경우, 그리고 마지막으로 개인의 발달적 차원에서 상담을 하는 경우로 크게 대별할 수 있다. 전자는 현재 좋은 약이 개발되어 있어서 치료에 도움이 되고 난 후에 문학치료 같은 치유법을 병행하면 좋을 것이다. 입원환자들도 보통 세 그룹으로 나누는데 보통 그중 1/3은 완치가 불가한 그룹으로, 1/3은 계속 약을 복용해야 하고 낮은 수준의 (이를테면 시적 리듬의 반복 같은) 문학치료를 병행할 수 있고, 나머지 1/3은 문학치료 대상이 된다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신경증 차원이나 웰빙 차원의 내담자는 말할 것도 없이 좋다.

우리가 오늘 말하려는 웰빙으로서의 문학치료는 위에서 말한 마지막 발달적 관점에 의거한 것이다. 문학은 우선 무료한 나의 삶을 유희라는 관점에서 재미있게 하고, 더 넓은 세계를 보게 하며, 다른 사람의 삶을 통해 새로운 통찰을 얻게 하고, 어렵고 실망스런 내용을 재경험함으로써 위안과 보상을 얻게 한다. 문학치료는 장르에 따라 어느 정도 구분된다.

서구에서는 보편적으로 독서치료 (Bibliotherapy)로 알려져 있고 시치료 (Poetry Therapy)나 이야기치료 (Narrative Therapy), 드라마 치료 (Drama Therapy)가 활성화되어 있다. 결국 우리 말 문학치료가 다시 영어로 번역된다면 Bibliotherapy밖에는 안 되지만 필자는 문학이란 개념이 각 나라에서 다른 만큼 필자가 이해하는 문학개념을 바탕으로 문학치료란 말이 가장 적절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래서 그 안에 다시 시, 이야기(서사, 소설), 드라마(연극), 영화 같은 문학의 장르를 포함한다.


그 다음으로 치료 방법의 문제를 언급해야 한다. 왜냐하면 환자/내담자를 이해하고 치료매체를 이해해야 일이 수월하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이해하는 방법 또한 세계관만큼 다양하다. 어떤 사람은 이론적 배경을 동양사상에 두는 이도 있고 정신분석학이나 대상관계이론, 게슈탈트 심리학에 두는 이도 있다. 필자는 프로이트-라캉으로 연결되는 분석치료와 후기 구조주의 언어학을 바탕으로 인간을 이해하고자 한다. 이유는 문학이 놀이이자 언어예술작품이기 때문이다. 문학은 우리가 심각한 것으로 받아들인 일들이 지나고 보니 별일 아니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그래서 우스꽝스럽고 아이러니하고 숭고하고 추하고 불안한 일들은 누구나 겪을 수 있다는 통찰을 하게 한다.

그리고 누구나 지금의 답답하고 각박한 위기에서 벗어나 파우스트처럼 좋은 일들에, 따뜻한 추억에 감정을 내맡길 수 있다. 이러는 동안 긴장은 완화되고 생각이 바뀌고 삶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치료적으로 개입할 때는 느낌을 만들고 생각을 바꾸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 어릴 때부터 갖고 온 적개심의 대부분은 억압되어 있지만 문학작품을 통해 이를 불러낼 수 있다. 자신을 확인하게 하고 마치 파우스트가 죽음의 길목에서 돌아섰듯이 우리에게 새로운 문을 바라보게 한다. 연극은 어떤가. 우리가 평생동안 자기 자신은 연기하지 못하고 남(가면:persona)을 연기해 왔다는 것을 체험함으로써 새로운 자아를 확인할 수 있다. 좋은 대학생이 되기 위해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우리는 많은 욕망을 희생하고 산다.

놀고 싶을 때 독서실에서 밤샘공부를 하였건만 내게 주어진 것은 없다. 시를 통해서 우리는 정서를 소산시킬 수 있다. 물끄러미 바라보던 하늘 속에 떠오르는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 지우려 해도 지워지지 않는 아픈 상처는 시의 이미지를 통해 나에게 많은 억눌린 감정을 불러온다. 하지만 살아가는 가운데 우리는 이런 많은 변화를 겪는다는 통찰을 하면 그 아픈 상처가 심미적 체험이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이것이 문학을 통한 치유의 동기가 된다.

인간이 유기체인 이상 인간의 삶은 끊임없는 변화 속에 있다. 끊임없이 먹어야 한다면 끊임없이 배설해야 하듯이 끊임없이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끊임없는 보상의 배출구를 찾아야 할 것이다. 기억한 것은 망각해야 하고 새로운 것을 기억해야 한다. 아프게 마친 사랑은 그에 대한 위안과 보상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새로 살 수 있을 것이다. 거부된 마음은 적개심을 가지고 있을 터이지만 그 적개심이 우리의 삶을 마비시킬지도 모른다.

유기체는 바이러스에 대항한 면역체계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사랑의 상처나 적개심은 곧 이 면역체계를 약화시키고 정신과 신체의 질환을 유발한다. 의사들은 기회 있을 때마다 스트레스가 지속되거나 무의식에 억압된 정신적인 문제를 그냥 두면 신경증과 정신병을 유발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우리는 늘 이 역동적인 정신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수단을 구해야 한다. 문학이라는 놀이는 그래서 늘 환영받는 수단이다. 이렇게 되면 그간 우리가 그 역할을 간과했던 책을 읽고 연행(演行)하고 영화를 보는 것이 웰빙을 위한 필수과목이라고 과감히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앞으로 네 번에 걸쳐 구체적인 방법으로 여러 독자들께 가까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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