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_유학생 리포트 중국의 저력을 실감하다_청화대학 공대



처음 이 곳에 도착했을 때, 거의 2차선 도로 넓이쯤 되는 길을 가득 메운 자전거 행렬에 정신이 없었다. 익숙하지 않은 자전거를 타고 그 행렬에 합류하면서, 때론 그 자전거 행렬을 가로질러 길을 건너면서 강의실에 찾아가는 일조차 버겁게 느껴졌었다. 그리고 다들 뭐가 그렇게 바쁜지, 어쩌다 자전거끼리 부딪쳐도 미안하다는 인사말조차 하지 않은 채 청화대학 학생들은 어느새 저 멀리서 빠르게 페달을 밟아대고 있었다. 자전거로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청화대학 학생들의 사이를 비집고 들어갈 만한 틈이 나에겐 보이지 않는 것 같이 느껴졌다.

우연히 참석하게 된 ‘교환학생 환영회’는 이윤관계가 얽히는 개인과외 외에 처음으로 청화대 학생들을 좀 더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4명이 함께 쓰는 기숙사 생활, 졸업을 위해 매년 체육 과목을 이수해야 하는 이야기, 성적을 석차별로 공개하는 공과대 이야기. 인구정책 덕에 가정에서는 ‘소황제’로 불릴 만큼 집안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자라왔고, 모두 고등학교 때까지는 중국의 25개 성에서 수위에 들던 학생들이었던 그들이 이곳 청화대학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가히 상상을 초월했다.

밤 11시. 어김없이 모든 기숙사가 소등되면 그들은 빛이 있는 장소를 찾아 남은 숙제를 하거나, 책을 보곤 한다. 내가 아는 한 학생은 금요일 저녁이면 24시간 영업을 하는 학교 밖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밤새 공부를 하고 다음날 아침에 돌아온다고 한다. 또 수업이 없는 저녁 시간, 심지어 주말과 휴일까지도 평소와 다름없이 건물 앞을 가득 메운 자전거들은 이 곳 학생들이 얼마나 스스로 노력하는지를 잘 대변해준다.

왜 그들은 그렇게 열심히 노력하는 것일까? 그들의 집안이나 주위 사람들에게 받는 기대는 우리나라 사정과 비슷하다. 하지만 내 생각에 우리 나라의 대학생들과 비교하여 그들은 학교에 대한 자부심과 자신이 하고 있는 공부에 대한 자부심, 그것에서 비롯되는 국가 장래에 대한 책임감이 무척이나 강한 것 같다. 비단 정치계 인물들 뿐 아니라 경제, 문화 등 사회 모든 분야에서 현재의 중국을 이끌어 가고 있는 그들의 선배들을 이야기하면서 이곳 학생들은 가깝게는 몇 년, 길게는 몇 십년 뒤의 자신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구체화하기 위해서 스스로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우리 나라 대학생들의 자유분방하고 활달한 모습을 이곳 학생들도 조금은 가지고 있었으면 하는 바램도 있다. 이들도 이성에 대한 호기심이 있고, 외모 가꾸는 것에 신경 쓰고, 여러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것을 원한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우선순위 밖의 일인 것처럼 보인다. 한 청화대학 친구가 현재 자신들 생활의 장단점을 이야기하면서 너무 자신의 개성없이 일반적이고, 전형적인 방법과 목표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쉽긴 하지만, 지금 이때가 자신들의 함량을 가장 극대화시킬 수 있는 최적기이고, ‘내가 아니면 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결코 현실에 안주할 수 없다고 했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이 모였기 때문에 현재의 중국이 존재하고 중국의 미래를 밝게 전망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이곳에서의 1년은 이런 그들을 느끼고 그들과 경쟁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교훈을 주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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