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강 별이 빛나는 밤

 
언덕에 앉으면 보이는 커다란 삼나무와 마을의 불빛들, 그리고 마치 밤하늘을 헤엄치듯 수놓고 다니는 별들…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이라는 작품을 보면 모든 사람들의 눈에 비치는 밤하늘은 모두 같을진대 어째서 고흐의 눈에는 이렇게 비춰졌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밤하늘의 별은 반짝거린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노래도 그렇게 배웠었다(반짝반짝 작은 별…).
군입대를 앞둔 친구와 찾은 깊은 산 속에서, 피아노 뚜껑만큼 새까만 밤하늘에 머리 위로 수직으로 떨어질 듯한 느낌의 밤 별들을 느껴 보긴 했지만, 고흐의 별처럼 이리도 요란하게 밤하늘을 누비고 다니지는 않았었다.

분명 이런 느낌은 오랜만의 여행에서 하룻저녁 요란스레 놀며 밤을 새우다가 우연히 보게 되는 밤하늘과는 차이가 있을 것이다.
고흐는 많이 아팠었다. 정신분열에 우울증, 그리고 심지어 잘라낸 귀까지…
그는 고통 속에 불면의 밤을 보내야 했고, 그의 긴긴 밤을 같이 해주는 친구는 그의 그림이었다. 그는 모든 것을 잊어 버릴 듯 세상을 덮고 있는 어둠을 사랑했을 것이다. 그의 고통과 지친 삶을 어둠에 묻어 버리고 싶었을 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그 어둠 속의 희망을 갈망했을 것이다. 밤하늘의 별들을 보며 고된 그의 삶 속에 구원의 빛을 발견하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 생각했던 시절처럼 떠돌아 다니는 별의 여행을 함께 하며, 그는 긴긴 밤을 그렇게 어두움과, 별빛들과 대화를 나누고는 새벽녘에 지쳐 쓰러지듯 잠이 들었을 것이다.
또 한 명 잠을 이루지 못하는, 아니 이룰 수가 없는 예술가가 있다. 어린 시절 사고로 육체의 성장이 멈춰버리고 그 콤플렉스를 이겨내기 위해 술과 여자, 그리고 영혼의 자유를 외치며 보헤미안이 되기 위해 살았던 로트렉이 바로 그였다.

이완 맥그리거와 니콜 키드먼이 주연했던 영화, ‘물랑루즈’ 속에서 로트렉을 만날 수가 있다는데, 주인공 남녀를 엮어주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던 조그만 아저씨가 바로 로트렉 이었다. 그는 몽마르뜨에 작업실을 차려놓고 밤이면 밤마다 환락 속에서 생활하며, 그리고 환락의 밑바닥을 그림으로 열정적으로 표현하며 그곳의 생활을 즐겼다. 결국 그는 알코올중독으로 37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그렇지만 그는 세상의 가식과 편견과 권위 앞에서 자유로웠던 그의 영혼을 자랑스러워 했을 것이다. 남보다 오래 살지는 못했지만, 남보다 돈이 많지는 않았지만, 남보다 키가 크지 않았지만 아무도 이해해 주는 사람이 없다 해도 그는 누구보다도 행복한 삶을 살았다고 자부했을 것이다.

많은 예술가들은 밤을 사랑한다. 고요한 적막 속의 사색과 나의 못남도 가려줄 수 있는 어두움, 그리고 희망의 별빛들은 땀구멍마저도 빤히 들여다 볼 수 있는 낮의 밝음에서보다 훨씬 더 스스로에게 솔직할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빠듯한, 숨이 차도록 달려온 하루를 정리하고 뉘엿뉘엿 지는 해를 바라보며, 어디선가 나를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가서, 전투적인 삶으로 인해 스스로를 압박해야 했던 가면과 가식과 삶의 영위를 위한 비굴함마저 벗어 던지고 진짜 나를 그들에게 보여주며, 그간의 삶을 나누며 눈물을 흘리고 웃을 수 있는 밤.
새벽부터 나를 깨워서 나를 만들어 가는 삶도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러한 삶이 진정한 나를 찾는 것이 아니라 그저 누군가를 쫓아가기 위한 허둥거림이거나 유행에 치우쳐 스스로를 획일화시키는 것이라면 나는 정중히 사양하겠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자지러지듯 웃다가 웃음의 근육들을 제어하지 못한 누군가 발사해 버린 방귀소리마저 삶의 활력이 될 수 있는 밤… 그래서 밤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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