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강 40대의 어른 공룡 둘리

우리의 꿈과 희망이 현실이라는 거대한 벽을 만나면서, 무참히 무너지는 스스로를 느낄 수있었던 좋은 작품이라 생각하는데 둘리와 나이든 둘리.
‘둘리’라는 긍정적으로 성공한 캐릭터의 변형, 이것만으로도 작가가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조금더 손쉽게 전달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피카소의 ‘한국전쟁’이라는 작품이 있다. 전쟁의 잔혹성과 인간성 파괴의 아픔을 ‘게르니카’라는 작품으로 표현했던

피카소는 우리민족의 아픔인 6.25사변을 자신의 언어로 표현해 냈다. 위대한 예술가로 알고 있는 피카소가 우리민족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구나 하는 마음에 괜한 고마움이 들긴 하는데, 이 작품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자면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이 들곤 한다.

나폴레옹 군대가 스페인을 점령하고 양민을 잔인하게 처형하는 장면을 묘사한 고야의 ‘1808년5월3일’이라는 작품을 보자 무고한 겁에 질린 시민들에게 무자비하게 총을 겨누고 있는 군인들의 모습. 피카소의 그것과 같은 구성으로 되어있다. 우연의 일치로 고야와 피카소의 구성이 같은 것일까? 위대한 화가 피카소가 자신보다 앞서 위대했던 고야의 그림을 모를 리가 만무하지 않은가? 그렇다면 피카소가 고야의 그림을 표절한 것인가?

18세기 독일의 미학자이며 미술가인 빈켈만(Johann Joachim Winckelmann)은 저서 ‘그리스미술 모방론’에서 “우리가 위대하게 되는 길, 아니 가능하다면 모방적이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고대인을 모방하는 것이다”라고 이야기하였다.
여기에서의 고대인은 그리스인을 이야기하는 것이고, 모방 역시 그리스의 예술 작품에 나타나는 자연의 모방, 즉 이상적인 미의 모방을 의미하고 있는 것이다.

빈켈만에게 있어서 모방하고 싶은 최고의 아름다움은 그리스의 클래식이었다. 하지만 피카소는 고야의 작품을 보면서 폭력 앞에서의 인간의 모습에 관해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고야에 대한 존경이 생겼지 않았을까? 비무장의 민간인들에게 총을 겨누는 비인간성의 고발

에 있어서는 고야의 작품을 능가할 만한 것은 없을 거라 생각하고 한국전쟁에서 그의 이미지를 가지고 왔을지도 모른다.

모방은 그리스어로 ‘미메시스’다. 최초의 의미는 제사장이 행하는 숭배 행위 즉, 무용과 음악, 노래를 의미했으며 이는 ‘모방이 외면적 현실의 복제가 아니라 내면적 현실의 표현’임을 의미한다. 그 후 기원전 5세기에 ‘모방’이란 명칭은 숭배 의식의 용어에서 철학 용어로 바뀌었으며 외면적 현실의 복제를 가리키기 시작했다.

모방을 모티브로 가져오는 예술의 장르가 있다. 패러디(parody), 패스티쉬(pastish 혼성모방), 레프리카(replica), 오마쥬(hommage)등.
인간이 하는 모든 행위는 모방에서 시작한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무언가를 풍자하고 있다. 아기는 엄마를 따라 하며 아빠를 흉내낸다.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따라 하다보면 글을 알게 되고 샘을 할 수 있게 된다. 모방과 복제, 그리고 창작을 해야 하는 예술의 입장에서 모방과 복제는 ‘병과 약’의 두 가지 모습을 다 가지고 있다. 예술가의 양심과 해석의 각도에 따라 극단적으로 분리해 보면 ‘새로운 창작물과 최악의 표절’로 나타날 수가 있다.
중요한 것은 양심이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조차 할 수 없는 바쁜 시대에 원작의 유명세에 무임승차하려는 무의미한 쓰레기들을 걷어 낼 수 있는 방법은 양심을 찾는 것 밖에는 없다.
무의미한 웃음을 원한다면 가까운 비디오 숍에 가서 에로비디오들의 이름을 훑어보자. 정말 아무 생각 없이 한판 웃고 나올 수가 있을 것이다. 진정한 풍자와 존경을 느끼고 싶다면 음악을 듣고 미술을 보고 연극을 보자. 그 안에서 찾을 수 있는 인간성의 풍자와 아날로그로 진행된 인간의 흔적을 짚어보면 무엇이 예술이고 무엇이 쓰레기인지 느낄 수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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