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강 파괴는 창조의 어머니?

유치원에서 신나게 놀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재미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블록을 열심히 쌓아서 무언가를 만들고 있는 아이. 그 어린작가는 자신의 키보다 높은 조형물을 완성하고 기뻐한다. 그 순간 어디선가 나타난 파괴의 화신들이(서로 아무 상관도 없는 아이들이 무리를 지어 괴성을 지르며 뛰어 다니면서 눈에 띄는 정돈된 모든 것들을 흐트러뜨리고, 망가뜨리고, 부셔버리는 아이들. 훗날 그런 아이들은 초등학교에 진학하면 여학생들의 고무줄을 끊고 도망가는 모습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그 조형물을 무참히 무너뜨리고 환호성을 지르며 사라진다.

작가는 울음을 터뜨린다. 우리의 본성 안에는 창조의 본능과 함께 파괴의 본능 역시 존재함이 아닌가 생각하게 한다.

그 후에도 그 아이는 열심히 무언가를 쌓아 올리고 역시 파괴의 화신들은 달려든다. 그러나 한 가지 달라진 것은 그 화신들이 도착하기 전에 쌓아 올리던 아이 스스로가 파괴해 버린다. 그리고는 달려오던 아이들을 보며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창조와 파괴의 카타르시스, 둘 다 거부하기 힘든 유혹임이 분명한 듯 하다.

인류는 삶을 영위하기 위해 모여서 촌락을 형성하고 절대자를 찬양하기 위해 건물을 짓고 도시를 건설하였다. 어떤 인류는 삶을 영위하기 위해 혹은 절대자를 위해 촌락과 도시를 파괴한다. 전쟁이라는 이기심의 표현으로 인해 도시는 파괴되고 황폐화되지만 인간은 그 폐허 위에 또 다른 문명의 상징들을 다시 창조한다.
이렇듯 창조하고픈 본능은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지만 파괴의 본능은 더 새로운 것을 위해 기존의 것을 파괴해 버린다.

예술 역시 그러하다. ‘아름다움의 창조’에 기초를 두고 예술가들이 창작활동을 하고, 그 결과로 인류는 많은 아름다운 작품들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창조의 본능’으로 제작 된 ‘창작물’은 인간의 또 다른 본능인 ‘파괴의 본능’으로 철저히 부서진다. 하지만 이러한 파괴는 영원한 죽음으로 이르는 길이 아닌 또 다른 창조의 밑거름이 된다.

파괴를 위한 창조는 아니지만 매너리즘에 빠지는 걸 참지 못하는 그런 부류의 인류가 있기 때문이다. 아름다움이 눈에 익어 식상해지는 것을 용서할 수 없는 것이다.
매너리즘의 극복은 때로는 견디기 힘든 추악한 행위일 때가 있지만 예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때도 있다. 아마도 예술은 그렇게 발전하는 듯 하다.

르네상스 시대에 등장한 원근법의 발견은 그 이전의 미술이 표현하지 못했던 입체감을 가능하게 해주면서 회화에 있어서 주류(主流)를 이루게 되고 수세기를 풍미하였지만 (물론 지금도 원근법이 무시되거나 사장된 것은 아니다. 그것은 그대로 지속적인 계승과 발전이 계속되고 있다.) ‘큐비즘’에 의해 원근법이 철저히 파괴된 후 미술은 새로운 역사를 맞이할 수 있었다. 그 외에도 모든 예술의 발전에는 고정관념의

파괴가 있어왔고(마르셀 뒤샹, 브랑쿠시, 잭슨폴록, 백남준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예술가들) 지금도 파괴를 위해 많은 예술가들은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파괴를 위한 것인가? 창조를 위한 것인가? 라는 질문은 닭이냐 계란이냐 라는 것과 같은 질문이다. 창조를 위해 파괴를 해야 한다. 총 칼을 들고 남의 나라를 초토화 시키고 건물을 지어주자는 이야기가 절대 아니다.
편안함 안락함에 늘어져 있는 우리의 몸과 마음을 파괴하자! 그렇게 스스로를 부수고 나와서 모든 사물을 바라보라! 그리고 예술을 보자! 훨씬 즐거워지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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