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전 아뜰리에] 제3강 예수님에게 팬티를 입혀라

 

  돌멩이 한 개로 블레셋의 거인 골리앗을 처치하고 나중에 이스라엘의 왕이 된 다윗. 세상에서
가장 멋있는 모습으로 악을 응징한 후 승리의 격정이 아닌 고요한 내면의 분노를 차분히 응시하고 있는 미소년의 모습. 마치
다윗을 직접 만나본 것은 아닐까! 그의 이름 Michelangelo처럼 천사 미카엘이 그의 속에 들어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훌륭한 작품이다.

다비드! 이것은 미켈란젤로의 예술세계에 있어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피에타, 모세상, 죽어가는 노예상 등의 조각품을 비롯,
시스티나 천장벽화, 천지창조, 최후의 심판 등 그의 손끝에서 빚은 작품들은 인간으로서 함부로 범접할 수 없는 경지를 만들어
놓았다.

  신의 축복을 받은 미켈란젤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 얼마큼인지
궁금해졌다.
당시 이탈리아에서는 고대 그리스의 골동품들을 수집하고 연구하는 전문가들이 있었는데 미켈란젤로는 멋진 고대 그리스 풍의
작품을 하나 만들고는 그것에 때를 뭍이고 일부러 여기저기 파손을 시켜 가짜 그리스 조각품을 만들었다. 그리고는 당대 최고의
감정가에게 지난 주에 발굴해 낸 것이라고 사기를 쳤다.
감정가는 이리보고 저리보고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지식과 모든 경험을 총동원해서 감정을 했다.
“이 작품은 고대 그리스의 작품이 맞습니다! 맞고요.”
미켈란젤로는 그 작품을 감정가에게 팔고 집으로 돌아왔다. 손에 쥔 돈이 문제가 아니었다. 당대 최고의 감정가도 자신의
작품과 고대 그리스의 걸작을 구별해 내지 못하다니….

  시대를 앞서가는 아니 시대를 초월하는 예술가답게 미켈란젤로는는 많은 사건과 사고를 저질렀다.
최후의 심판을 하는 예수님을 나체로 그려놓은 것. 그것도 성당에다가. 가장 아름다운 하나님의 형상이란 인간이 입고 다니는
천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고 비교 되어서도 안 되기에 알몸의 예수님이 가장 위엄 있고 진실에 가까운 모습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교황은 길길이 날뛰며 당장 지워버리라고 호통을 쳤다. 하지만 다행히도 경제적 머리가 잘 돌아가던 교황의 측근 한명이 비용을
문제 삼아 지우는 것을 막았으며 대신 예수의 알몸에 팬티를 입히자는 의견을 내게 된다. 그래서 최후의 심판에 등장하는
예수님이 이상한 천 조각을 두른 모습이 된 것이다.

  미켈란젤로의 말년 작품들은 거의 다 하다가 만 듯한 미완성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노년의 예술가의 기력이 다 된 것인가? 하나님께 받은 재능을 다 써버린 것인가? 미켈란젤로는 이렇게 이야기
했다.
“미완성 하는 것이 진정한 완성이다.”
어쩌면 미켈란젤로는 깨달음을 얻었는지도 모르겠다.

 
눈물이 날 정도로 아름다운 조각 피에타 앞에서 작가 스스로도 감탄과 자신에 대한 존경을
왜면하지 않았던 미켈란젤로가 어느 날 그 아름다운 피에타가 항상 그 모습으로 그 자리에만 있다는 걸 발견했다.

즉 자신의 작품들이 아름다운 건 사실이지만 부랑자 걸인처럼 숨쉬고 움직이지는 못한다는 것. 부랑자 걸인만도 못 하다는
것. 아무리 아름다운 조각 혹은 회화도 전능한 조물주의 하찮은 작품과는 비교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인간의 눈과 이성으로 판단 가능한 아름다움의 극치를 버리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생명이 없는 돌덩어리로 고대 미술품 감정사를 속였듯이 하나님을 속여 보려 노력했을 지도 모른다. 자신의
재주라는 것이 결국 생명 없는 돌덩어리에 국한됨을 느끼고 그는 겸손으로 다시 태어났으리라.

하나님을 찬양해야 하는 인간의 재주가 하나님을 넘어설 수 있

  다는 느낌을 전달해 준다면 그것 자체로 죄가 되지 않을까? 이러한
겸손을 배우는데 한 평생이 걸렸으리라. 더 이상 진정한 창조자 앞에서 창조의 흉내를 내지 않고 미완성 해버림으로 진정
겸손한 인간의 모습을 완성해 낸 것이었다.

그의 미완성 작품 앞에서 한 평생을 신과 자신과 자신의 분신들과 힘든 싸움을 마치고, 위대한 예술가가 아닌, 하나의 작고
왜소한 자신을 발견한 이제는 겸손한 미켈란젤로의 뒷모습이 보이는 듯 하다. 자만심, 오만, 편견 등에서 자유로운 콧대
주저앉은 늙은 미켈란젤로에게서 자신을 버리고 자유를 쟁취한 그 용기를 배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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