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세상읽기] 나, 사이보그?

   
       
    사이보그(cyborg)라는 단어는 1960년 미국우주항공국(NASA)에 소속된 과학자 클라이니스(Manfred
E. Clynes)와 클라인(Nathan S. Kline)이 만들어낸 말이다. 이들은 우주선이라는 특이한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하는 존재가, 인간과 같은 유기체도 아니고 로봇과 같은 기계도 아니라, 유기체와 싸이버네틱 기계의 ‘잡종’이라고
생각했다. 싸이버네틱(cybernetic)과 유기체(organism)를 합쳐서 사이보그라는 신조어가 탄생했다. 이들이
만든 첫 사이보그는 자동 삼투압 펌프를 몸에 부착한 쥐였다. 이후 사이보그는 영화, 소설, TV드라마의 단골 소재가 되었다.
1970년대에 유행한 (아마 이 글의 독자들은 그래서 모르는 사람도 있겠지만 ^^) <600만불의 사나이>나
<소머즈>의 주인공은 모두 초인적인 힘을 낼 수 있는 사이보그들이었다.
 
       
    사이보그는 공상과학 영화에서만 존재하는가?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초인적인 힘을 내는 사이보그는
아니더라도, 낮은 차원의 인간-기계의 잡종은 우리 주변에도 존재한다. 인공 의수는 물론, 전자 심장박동보조기, 인공 관절,
인공 수정체, 인공 피부를 착용한 사람들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미국의 포스트모던 이론가인 캐서린 헤일즈(Katherine
Hayles)는 이런 의미에서 현대인의 10%가 이미 사이보그라고 주장한다. 여기에 인위적으로 면역성을 획득한 사람들,
안경을 낀 사람들, 컴퓨터를 통해 사이버 세상에 접속하는 사람과 게이머를 포함하면 우리 속의 사이보그의 숫자는 훨씬 더
늘어난다. 사이보그가 아니라고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들이 별로 없을 것이다.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전자기기가 사람의 두뇌, 눈, 수족과
직접 결합해서 인간의 기능을 대체하거나 새로운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미국의 뇌신경학자 필립 케네디(Philip
Kennedy)가 이끄는 다학문 연구팀은 인간의 뇌에서 나오는 뇌파를 이용해서 컴퓨터를 작동시키는 방법에 대해
연구해 왔다. 케네디 박사는 인간 뇌의 운동대뇌피질에 삽입할 수 있는 전극을 개발했고, 조지아 대학교의 무어
교수는 전극과 연결되는 컴퓨터용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1998년 이들은 심장발작으로 전신을 사용할 수 없게
된 (그렇지만 뇌기능은 살아있는) 존 레이라는 환자의 뇌에 전극을 삽입해서, 컴퓨터를 통해 레이와 대화하는
데 최초로 성공했다. “자녀가 몇명이죠?”라는 케네디 박사의 질문에 대해서, 레이는 뇌파로만
컴퓨터 스크린에 “F-I-V-E”라는 단어를 표시하는 데 성공했다.

은 1998년 8월 24일에 본인의 신상정보를 저장하고 특수한 시그널을
내보내는 실리콘 칩을 자신의 팔에 이식했다.

 
 
 
이 마이크로 칩을 통해 워릭의 움직임은
모두 모니터됐고, 그가 방에 들어갈 때는 문이 자동으로 열렸고 전등이 자동으로 켜졌다. 워릭의 실험은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고, 미국의 Wired 잡지는 2000년 2월호에 “나? 로봇!”이라는 특집에서
그를 다루기도 했다. 2002년에 그는 훨씬 더 복잡한 칩을 팔에 다시 인식해서, 칩에서 감지되는 신경파를
사용해서 휠체어와 인공의수를 움직이고, 비슷한 칩이 이식한 사람에게 감정을 유도하는 데 성공했다.

은 고등학생 시절부터 몸에 컴퓨터를 착용하는
실험을 시작했고, 1991년 자신이 만든 “입는 컴퓨터”를 가지고 MIT에 입학해서 1997년에는
인공지능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지금도 매일 컴퓨터와 연결된 망원렌즈를 통해 세상을 보며, 인터넷에
접속하고 문자 메시지를 안경을 통해 수신하기도 한다. 만은 2002년 여름에 서울에서 열린 한 학회에 초청되었지만,
‘9ㆍ11 테러사건’ 이후 공항의 검문검색이 강화되어 그가 몸에 두른 컴퓨터 기기들을 착용하고는 비행기를 탈
수 없었다고 한다. 그는 인터넷을 통해 원거리 강연을 했다.

 
    1999년에 버클리 대학교의 연구팀은 고양이 뇌의 시상(視像) 지역에 있는 177개의 세포와
컴퓨터를 전선으로 연결해서, 고양이가 보는 세상을 컴퓨터 화면에 재생하는 데 성공했다. 눈에 투영된 이미지는 뇌세포를
자극하는데, 버클리 연구팀은 이 뇌세포의 자극을 다시 디코딩해서 컴퓨터 시그널로 바꿀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던 것이다.

이 기술이 더 발달하면, 시각을 잃은 사람이 거꾸로 컴퓨터를 사용해서 뇌를 통해 세상을 인식할 수 있는 날이 올 수도
있다. 아직 그 단계는 아니지만, 2000년에 존스홉킨스 대학교 연구팀과 일리노이 대학교 연구팀은 수천개의 미세한 마이크로광다이오드를
박은 실리콘 칩을 망막 바로 뒤에 이식해서 망막이 손상되어 빛을 전기신호로 바꾸지 못했던 사람들로 하여금, 아주 희미하지만
시각을 되찾게 하는 데 성공했다.

사이보그가 개념이 세상에 태어난 지 40여년. 지금까지 진행된 연구들은 초인을 만들어내진 못했지만, 쉽게 무시할 수 있는
것들은 결코 아니다. 21세기 중엽에는 우리들이 진정으로 사이보그 아이덴티티를 가지게 될 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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