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하의 젊은 논리] 왜 월드컵 열기가 없는가?

   
   
 
세계인의 축제 월드컵이 얼마 남지 않는 이즈음 우리나라에서
월드컵 열기가 달아오르지 않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와 함께 각종 조치가 취해지고 있다.
내가 자주 보는 KBS의 ‘TV, 책을 말하다’라는 프로그램도 밤 10시에서 월드컵 특집
관계로 밤 12시로 밀려났다. 거의 모든 신문은 월드컵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우리가
월드컵을 어떻게 치러야 할지에 대해 연일 대서특필하고 있다. 거리에 걸린 현수막은 또
어떠한가. 월드컵 홍보의 바다 속에 들어온 느낌이다. 그런데 왜 월드컵 열기는 뜨겁지
않은가? 몇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우리나라는 월드컵을 유치할 만한 축구 기반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한 마디로 말해서 프로축구가 없다는 것이다. 이런 말을 하면 왜 우리가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프로축구를 한 나라가 아닌가? 라는 반론이 나올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프로축구는
명색만 프로이지 실상은 대기업의 홍보수단에 불과하다. 즉 프로축구단이라면 입장수입과 광고
등으로 독립적으로 경영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다른 기업의 지원 없이 자생적으로 살림을
꾸려나갈 수 있어야 하는데 우리의 프로축구단은 대기업 홍보비로 운영되는 것이지 입장수입
등으로는 유지할 수 없는 형편이다. 프로축구 시합에 관중이 없다는 것은 상식이고 어느
팀이 어느 곳을 연고지로 하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도 드문 것이 현실이다. 한국의 프로축구는
열기가 없는데 월드컵을 연다니 이상할 뿐이다. 많은 관중으로 프로축구장이 넘쳐나고 시합
결과에 많은 팬들이 기뻐하고 슬퍼하는 분위기가 아닌 환경에서 덜렁 월드컵을 한다니 무엇인가
어색하다.
둘째, 월드컵 유치가 과연 우리들의 자발적인 의사였는가?
의심이 간다. 월드컵을 유치한 것까지는 좋다고 하자. 그 다음 경기장 문제인데 우리는
무려 1조원을 들여 10개의 경기장을 신축하였다. 사실 1조원인지도 잘 모르겠다. 하여튼
월드컵을 위해 10개의 경기장을 신축한 선례는 없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예산은
누가 내는 것인가? 결국 주민이 내는 것인데 이런 막대한 돈을 내면서 월드컵을 해야 할
이유에 대해 우리가 납득한 적이 있었는가? 일본 나고야는 월드컵 유치를 반대했다고 한다.
즉 주민들이 번거로움과 일상생활을 깰 위험이 크다는 이유로 월드컵 유치를 반대하여 나고야에서는
경기가 열리지 않는다고 한다. 나고야에는 이미 훌륭한 경기장이 있는데도 말이다. 우리는
이와 같은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 모든 도시가 서로 유치를 못해서 난리였다고 하는데
과연 그것이 주민의 뜻이었는지 아니면 정치인과 관료들의 의사였는지 궁금하다. 만약 주민의
염원이었다면 지금처럼 월드컵 열기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셋째, 국민 계몽적 태도에 대한 반감이다. 정부 약 2년
전부터 월드컵 ‘D – 146’ 식으로 대대적인 홍보를 하였다. 교통 월드컵, 환경 월드컵,
질서 월드컵 등등. 아니, 월드컵과 연관 안 되는 것은 도대체 무엇인지 궁금할 정도가
되었다. ‘무엇을 매일 이렇게 해야 한다’는 식인데 정말 짜증난다.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서나
가르칠 것들은 전 국민을 상대로 가르치려 하니 말이다. 국민을 아직도 해방 직후의 무지몽매한
계몽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들은 알 만큼 알고 있고 할 만큼 하고
있다. 행사 담당자나 관료 등 관련자들만 잘 하면 된다. 국민을 어린이로 보고 끝없이
계몽하려 한다면 월드컵 열기는 더 식을 것이다.
나는 이왕 유치한 월드컵이니 즐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시합에만 관심을 갖지 말고 세계적인 수준의 경기를 직접 볼 기회는 거의 없으니 ‘아,
축구가 이런 것이구나!’하고 느꼈으면 좋겠다. 그리고 개최국이 16강을 목표로 하는 것은
월드컵 사상 처음이라고 한다. 우리의 축구 실력이 이 정도라면 더 편한 마음으로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월드컵은 경쟁의 장이 아니라 축제이다. 축제는 즐겨야 한다. 우리나라
시합도 그 축제의 한 부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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