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하의 젊은 논리] ‘훌륭한’ 지도자와 과거의 ‘빈부’

   
   
 

대선전이 시작된 이즈음 후보들이 서로가 가난한 시절을 보냈다고 경쟁하듯이 행동하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2002년 5월 21자 중앙일보 ‘문창극 칼럼’은 이 점을 꼬집고
있다. 즉 결론은 “가난하고 부유하고, 좋은 학교를 나오고 안 나오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 사람이 주어진 환경에서 어떻게 성장했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과거의 빈부의 문제가 아니라 누구의 정책이 더 현실적이며 올바른가가 문제다.”라고
말한다. 이 결론은 옳다. 어느 누가 이 결론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 한
가지 생각해볼 문제가 있다. 그것은 과거의 빈부가 훌륭한 지도자가 되는 데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결론을 이끄는 과정이다. 즉 귀납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

필자는 과거의 빈부가 훌륭한 지도자가 되는 데 아무 관련이 없다는 것을 보이기 위해 4명의
미국 대통령을 예로 든다. 케네디와 루스벨트는 부유한 출신으로 훌륭한 대통령, 닉슨은
가난한 출신으로 실패한 대통령, 그리고 링컨은 가난한 출신으로 성공한 대통령으로 예시되었다.
달랑 4명의 예로 성장기의 빈부와 훌륭한 대통령과의 함수 관계를 결론 내린다면 그것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가 될 것이다. 오히려 제시된 예만 보면 확률적으로 부유한 출신을
뽑는 것이 더 현명할 것이다. 왜냐하면 부유한 출신은 2명인데 모두 성공한 지도자가 되었는데
가난한 출신 2명은 성공 1명, 실패 1명이므로 확률상 부유한 출신이 더 나을 것이기
때문이다. 즉 과거의 빈부와 지도자의 성공과는 관련이 없다기보다 더 많은 자료를 조사해볼
필요가 제기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필자는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가. 우리 국민이 유난히 가난한 후보에게
더 점수를 주어서는 아닐까. 잘사는 사람보다 못사는 사람, 잘난 사람보다는 보통 사람,
귀족풍보다는 서민풍에 막연한 편애를 가진 것은 아닐까.”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막연한 추측일 뿐이다. 미국의 사례를 제시한 것처럼 우리의 사례를 살펴보는 것이
필자의 입장과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승만-조봉암, 박정희-윤보선, 노태우-김영삼·김대중,
김영삼-김대중, 김대중-이회창 등이 우리의 대통령 후보들이었고 앞의 사람이 당선자였다.
이승만-조봉암의 경우는 잘 모르겠으나 김영삼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두 당선자는 경쟁자보다
가난한 후보였다. 즉 4번의 경우 중 3번은 보다 가난한 후보가 당선되었던 것이다. 이렇다면
확률상 서민임을 강조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후보들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으므로 확률이 높은 서민풍을 강조하게 되는 것이리라.

우리나라가 서민풍을 강조하고 정책대결로 나아가지 않는 원인은 정책대결이라는 것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즉 여야의 차별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파이를
키울 것인가, 아니면 있는 파이를 지금 나누어 먹을 것인가에 대한 판단의 문제는 앞으로
파이를 키우면서 소외된 계층이 없도록 골고루 분배가 이루어지는 쪽으로 여야가 가닥을 잡을
것이다. 즉 파이도 적절히 키우고 나누어 먹기도 적절히 하는 방향이 될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여야의 구별은 사실상 없게 되므로 결국 심정적인 표 가르기가 된다. 즉 지역,
혈연, 학연, 과거의 빈부가 주요한 요인으로 떠오르게 된다는 것이다. 미국처럼 공화당과
민주당이 확실한 정체성을 갖고 정책 대결을 펼친다면 부자로 자랐든 가난하게 자랐든 문제될
것이 없을 것이다. 즉 사람보다 정책을 보고 투표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

단선적 후보 판단은 위험하다고 필자는 말한다. 옳은 말이다. 그리고 필자처럼 단선적으로
우리의 정치상황을 파악하는 것도 역시 위험하다. 현상 밑에 있는 동인을 볼 수 있게 해야
한다. 신문 칼럼이 갖는 영향력에 비해 과연 칼럼이 그만한 논리로 무장하고 있는지 의심스럽고
현상을 꿰뚫는 통찰력을 갖고 있는지는 더욱 의심스럽다. 아, 현상이 눈에 보이는 대로
단순하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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