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하의 젊은 논리] 또 하나의 마이너리티 리포트

   
 
지난 번에는 다수결 문제를 건드렸으니 이번에는 소수를 문제 삼아보자.
우리 사회에서도 요즈음 마이너리티(minority) 문제가 중요한 쟁점으로 제기되고 있다. 최근에
필자는 사회과학 하시는 분들의 학회 두 군데에 토론자로 참석한 적이 있는데, 두 학회에서 관점은
다르지만 모두 마이너리티 문제를 중요한 주제로 다루고 있었다. 마이너리티는 일단 ‘소수자’를 가리킨다.
유엔이 밝혀놓았듯이 한 공동체 안에서 30%에 미치지 못하는 집단은 자신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시킬
수 없다고 한다. 따라서 소수자는 ‘비주류’에 머무를 수 밖에 없고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찾기 힘든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물론 마이너리티는 머릿수의 문제만은 아니다. 힘의 문제가 개입된다. 예를
들어 우리 사회의 여성은 소수는 아니지만 마이너리티로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마이너리티는 ‘약자’를
가리킨다. 그러나 ‘약자’라는 번역어는 마이너리티의 적극적인 의미를 놓치는 약점이 있다. 왜냐하면
마이너리티는 기존 지배 체제의 표준적인 코드를 거부하는 적극적이고 저항적인 성격을 가지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단은 ‘소수자’로 번역하는 게 좋을 듯 하다.
그런데 마이너리티를 계속 마이너리티로 붙잡아 놓는 데는 어떤 편견이나
고정 관념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른바 ‘낙인 효과’라는 것이 강한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한
번 낙인 찍히고 나면 현실은 바뀌었는데도 편견과 고정 관념은 계속 강하게 현실을 거부하면서 편견이
맞아떨어지지 않는 경우를 오히려 우연하고 특이한 경우로 몰아붙이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편견이나
고정 관념은 여러 가지 논리적인 오류를 범하는 데서 생겨난다. 그래서 마이너리티에 대한 편견은 가히
오류 백화점이라 할 만하다.
우선 많은 경우 이러한 편견이나 고정관념은 근거 없는 것이다. 여기서
근거가 없다고 말하는 것은 그러한 편견이 아주 예외적인 몇 가지 경우를 일반화시켜서 생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여러분이 만일 어두컴컴한 골목에서 맞은 편에서 오던 흑인과 일대일로 마주친다고 상상해보라.
어떤가, 마음이 편하겠는가? 강한 긴장과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은 인종적인 편견을 가진 사람이다.
실제로 흑인들이 특별히 범죄를 더 저지르는 것도 아닌데도 은연중에 흑인에게 범죄자의 이미지를 덮어씌우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이것은 바로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에서 나오는 편견이다. 마이너리티 문제는
아니지만 ‘남자는 다 도둑놈이다’라는 여성들의 선입견도 과연 근거가 있을까? 자신에게 상처를 준
‘그 놈’ 때문에 남성 전체를 이렇게 평가한다면 역시 같은 오류를 범하는 것이다.
때로는 이러한 편견이나 고정 관념에 대해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흑인의 범죄율이 더 높다는 통계 자료를 들어 흑인에 대한 인종적인 편견이 단순한
편견이 아님을 증명하려고 한다. 그러나 이 경우 흑인의 범죄율이 높은 것은 흑인의 본질적이고 유전적인
속성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처해있는 예외적인 조건, 즉 열악한 상황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흑인
중에도 그런 상황에 처한 사람들에서 범죄율이 높은 것이고 이 점은 백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따라서 이 경우는 예외적인 상황에서 나온 데이터를 본질적인 성격에 대한 것으로 오인하는 ‘우연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 어떤 사람은 백인의 평균 지능지수가 흑인보다 높고, 남성의 평균 지능지수가
여성보다 높다는 조사결과를 들어 흑인이 백인보다, 여성이 남성보다 지적으로 열등할 수 밖에 없다는
인종적, 성적 편견을 정당화하려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 이런 조사결과가 다 옳다고 해도 여기서 바로
백인과 남성의 우월성을 추론하는 것은 고려해야 할 사항을 다 고려하지 않은 ‘근시안적 귀납의 오류’를
범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역사적으로 볼 때 백인과 남성은 교육과 사회 참여를 통해서 자신을 계발하고
성장시킬 기회를 충분히 가져왔지만 흑인과 여성은 이런 기회를 박탈당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역사적 과정을 무시한 채 현재의 데이터를 남성과 여성, 백인과 흑인의 본질에 대한 잣대로 삼는 것은
무리가 있는 것이다.
아마 우리 사회에서 갖가지 편견과 선입견에 의해 고통 받는 대표적인
마이너리티 집단은 동성애자일 것이다. 그래서 성적 소수자인 동성애자 문제가 마이너리티 문제에서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한 예만 들더라도 우리는 동성애자를 보면 ‘당신은 언제부터 어쩌다가 동성애자가 되셨나요?’라고
마치 그들에 대한 애정어린 관심을 가지고 있는 듯이 물어본다. 그러나 이런 질문이야 말로 동성애에
대한 골 깊은 편견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 질문은 ‘인간은 누구나 이성애자로 태어난다’는
강고한 편견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전제는 그 진리성이 전혀 증명된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이런 질문은 증명되지 않은 전제를 당연히 참인 듯 전제하는 ‘선결문제 요구의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다원화를 지향하는 사회라면 다원성을 몸으로 실현하는 마이너리티에 대한
편견을 말끔히 씻어 내야 할 것이다. 초 강력 슈퍼 세제나 울트라 슈퍼 세탁기가 어디 없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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