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세상읽기] 연관(association)의 힘과 창조성

   
   
카오의 법칙은 무어의 법칙과 메트칼피의 법칙에
비해 우리에게 덜 알려져 있지만, 결코 덜 중요하지는 않다. 카오의 법칙은 더 다양한 요소로 구성된 네트워크가 더 창조적임을
말하고 있다. 우리 모두가 네트워크로 연결된다고 해도 만일 우리가 전부 같은 생각만 한다면, 그 네트워크를 통해서 얻어지는
생각도 하나밖에 없을 뿐이다. 반면 서로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네트워크를 통해 연결되어 있다면, 이 다른 생각들이
연관(聯關, association)을 맺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낳을 경우는 무한대에 가까워진다.
    재일 사업가 손정의씨는 1년에 250여개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발명가 기질의 소유자이다. 그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방법은 독특하다. 그는 단어가 씌어진 300개의
카드를 가지고 있는데, 이 중 세 개를 뽑아 이를 조합해서 모두 백가지 잡종적인 아이디어를 만든다. 이 100개의 아이디어
중에 비용, 참신성, 자신의 지식 등을 고려해서 상품화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300개의 단어를 세 개씩 배열함으로써 만들어지는
잡종적 아이디어는 무궁무진하다. 미국의 사회학자 밀즈(C. Wright Mills)도 관련이 없어 보이는 아이디어를 결합하는
것이 사회학적 상상력의 기초가 됨을 강조하고 있다.
  정보 혁명을 강조하는 사람들은 1.4M 플로피 디스크에 들어있는 비트(0과
1의 조합)의 수가 우주를 통틀어 존재하는 원자의 수보다도 많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단순한 요소를 결합시켜서 새로운
배열이 만들어지는 경우의 수는 이보다 훨씬 더 많다. 우리가 포커를 칠 때 사용하는 서로 다른 문양의 카드를 배열하는
경우의 숫자는 우주가 탄생하고 지금까지 시간을 초(second)로 합친 것 보다 많다. 새로운 지식, 아이디어는 무(無)에서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지식, 아이디어를 새롭게 결합함으로써 만들어진다.
  1960-70년대 활약한 미국의 비평가 겸 저술가였던 아더 쾨슬러(Arthur
Koestler)는 과학적 창조성의 배후에 독특한 종류의 연관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 독특한 연관을 설명하기 위해
보통의 연관(association)과는 조금 다른 종류의 bisociation을 상정하는데, 이는 한국말로 복관(復關,
여기서 bi는 복, 쌍, 둘이라는 뜻) 혹은 이중연관이라고 번역될 수 있다. 쾨슬러는 bisociation을 설명하기
위해 인간은 왜 유머(humor)를 들을 때 웃는가라는 문제부터 출발한다. 과학적 창조성과 유머가 무슨 관련이 있는가?
유머는, 창조성과 마찬가지로, 인간을 제외한 다른 영장류들은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인간에게 고유한 고급 지적 활동이기
때문이다. (여담이지만 겉으로 보기에 관련이 없어 보이는 이 둘을 관련짓는 것도 쾨슬러의 창조성 덕분이다.)
  1980년대에 이장호 감독이 만든 이보희, 안성기 주연의 <무릎과 무릎 사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당시로서는 꽤나 야한 영화였는데, 이 영화를 모르더라도 이 영화의 분위기를 생각하면서
다음 문제를 풀어 보자.
     
    질문: 무릎과 무릎 사이에는 뭐가 있지?
자, 여러분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가. 혹시?…
그런데 답을 보면 영 딴판이다.
답: 과 (힌트: 무릎과 무릎 사이에는 과가 있음)
     
  쾨슬러는 사람이 유머를 들었을 때 터트리는 웃음이, 두 개의 관습적으로
양립 불가능한 개념적 매트릭스가 한 순간에, 한 접점에서 만났을 때 나온다고 주장한다. 무릎과 무릎 사이에 무엇이 있는가를
상상하다가, 그 사이에 과 가 있다는 답을 들을 때, 두 개의 서로 다른 개념적 매트릭스는 순간적으로 한 점에서 만나고,
우리는 허탈한 웃음을 터트린다.
  독일의 생리학자 페닝거(Karl Pfenninger)는 시각의 비유를
들어 생각의 새로운 결합을 설명한다. 인간의 오른쪽 눈, 왼쪽 눈은 각각 2차원의 영상밖에는 인식하지 못한다. 그렇지만
이 두 눈에서 받아들인 조금씩 다른 이차원의 영상들이 두뇌에서 종합되면 3차원이라는 질적으로 다른 공간적 비전을 만들어
낸다. 비슷한 방식으로, 서로 다른 데이터가 두뇌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결합해서 한 단계 차원이 높은 창조성으로 발현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양자물리학 탄생의 일등 공신인 독일 물리학자 하이젠베르크는 데이터가 결합해서 창조적인 성과를 낳는 과정을 서로 다른 생각의
결합으로 본다. 그의 말을 직접 들어보자.

     
    인간의 사상사에서 가장 비옥한 발전은 아마도 두
개의 서로 다른 생각의 경향(lines of thought)이 만나는 지점에서 일어났을 것이다. 이 두 경향은 서로 다른
문화, 다른 시기, 혹은 다른 종교에 뿌리가 있을 정도로 상이한 것일 수 있다. 따라서 이런 두 경향이 실제로 만나서,
즉 이 둘이 서로 연관을 맺어 실질적인 상호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면, 우리는 새롭고 흥미로운 발전이 뒤따를 수 있다고
기대할 수 있다.
   
서로 다른 생각들은 어떻게 만나서 창조적 지식으로
거듭 날 수 있는가? 나는 여기에 일곱 가지 유형이 있다고 파악하는데, 다음 강의에서는 이 일곱 가지 유형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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