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약 쓴소리] 제1강 흥분 잘하는 사람은 ‘사스’ 요주의!

한의학에서는 전염병을 상한(傷寒)병이라 하는데, 이는 말 그대로 한(寒), 즉 차가운 기운에 의해 공기 흐름의 조화가 깨졌을 때 생기는 병이라는 뜻이다.
지금 세계적으로 두려움의 대상이 되고 있는 ‘사스’ 역시 상한병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한의학에서는 전염병이 도는 원인을 어디에서 찾을까? 그리고 한의학에서 보는 ‘사스’는 어떤 질병일까? 그것을 얘기하자면 우선 서양의학과 한의학의 시각 차이에 대해 짚고 가야 할 것이다.

먼저 서양 의학은 모든 질병의 원인을 외부에 있다고 본다. 말하자면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이 인체에 침입하여 병을 일으킨다고 생각하는 것인데, 반면 한의학에서는 내부, 즉 생명력이 약화되어 질병이 생긴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생명력이 약화된다’는 것은 몸 전체의 조화가 깨진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우리가 흔히 몸이 약하다, 심신이 허약해졌다 뭐 이렇게 표현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건강을 좌우하는 것은 사람 스스로의 ‘생명력’과 생명력을 둘러싸고 있는 ‘외부조건’ 이 두 가지다. 이 외부조건이라는 것이 좀 어렵게 말해 여섯 가지 성질의 기운이라는 뜻의 ‘육기(六氣)’이다. 육기가 서로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가에 따라 계절이 변하고 그때그때 날씨, 기후가 변하는 것이다.

존재 자체가 강할수록 외부조건에 영향을 덜 받는다. 줏대가 강하고 소신이 뚜렷하면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처음에 뜻한 대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듯이 말이다.
질병도 마찬가지다. 생명력이 강할 때는 외부 조건이 나빠져도 질병에 덜 걸리지만, 생명력이 약해지면 외부 조건 즉 ‘육기’의 조화가 깨지면 질병에 쉽게 걸리게 된다.

육기가 서로 잘 조화를 이루면 날씨나 기후 조건도 좋고, 공기가 신선하기 때문에 전염병이 돌지 않는다. 그러나 공기가 제대로 순환하지 못하면 독성을 품게 되고, 이것이 심해지면 전염병이 돌 만한 나쁜 외부 조건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전염병이 도는 와중에도 감염되지 않는 사람이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사람마다
얼굴 생김새나 목소리가 다르듯이 자기만의 기운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사람의 기운과 공기 순환의 조화를 깬 육기의
성질이 비슷하면 감염될 확률이 높아진다.

비 오기 전날 뚱뚱한 사람들은 몸이 무겁고 쑤신다는 말을 많이 한다. 이는 뚱뚱한 사람의 몸에는 습기가 많기 때문에 습기가
많은 공기의 영향을 받는 탓이다.
이와 반대로 마른 사람은 건조하면서 차가운 기운이 많아 날이 건조하면서 싸늘할 때 몸이
으실으실 떨리는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 것과 같다.

한의학의 입장에서 본다면 사스가 봄에 돌고 있는 것을 보았을 때 상한(傷寒)병 중에서도 봄 기운이 강한 온열(溫熱)
계통의 병이며, 호흡기에 발병하는 것으로 보아 그중에서도 풍온(風瘟)에 속하는 병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풍의 기운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감염되기 쉬운데, 풍의 기운이 많은 사람들은 흥분을 잘 하며, 평상시에 얼굴이
잘 빨개지며, 혈압이 높은 경우가 많다. 즉, 이런 사람들이 사스에 감염되기 쉬운 기운을 가졌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한의학에서는 전염병이 돌면 약해진 인체의 기운을 돕기 위해 주로 따뜻한 약을 사용한다.

‘동의보감’의 저자 허준은 임진왜란 직후, 역병이 창궐하자 역병을 치료하려고 매실을 대체약으로 사용한 적이 있다. 피난
통에 제대로 된 약초를 구할 수 없어 선택한 것이었는데, 매실을 선택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한방에서 매실은 ‘오매’라고 하는데, 한방의 약리학 격인 ‘기미(氣味)론’에 따르면 오매의
강한 신맛은 근육의 피로를 풀고 혈중 독소를 해독하는 등 간(肝)을 이롭게 한다고 한다. 또 살균 정장(整腸)효과가 있어
배탈, 이질, 설사에 좋다고 한다. ‘허준’이 돌림병의 고열과 설사에 매실을 사용한 것은 이런 효능을 활용한 것이며,
이는 역병 그 자체를 제거한 것이 아니라 오매의 따뜻한 기운을 빌어 몸의 생기를 도와준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전염병을 비롯한 어떤 질병이든 인체의 약해진 생명력을 북돋워주어 병원균에 대항하는 몸의 기능을 최대한
높여 환자의 면역력을 높이고, 음양의 기운을 조화시키는 법을 찾아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 바로 한방에서의 치료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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