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앞에는 음악이 있다

1년 동안 무수히도 많은 곳을 발로 뛰며 취재해 온 럽젠 기자들. 정작 그들이 위로와 휴식을, 깨알같은힘을 얻었던 곳은 따로 있었다. 120% 검증 완료, 럽젠 19기 기자들이 공개하는 ‘우리 학교 잇플레이스’.

연세대 앞 어느 LP바의 모습. 벽면이 LP를 꽂은 책장으로 빼곡히 차 있고 책장 앞에는 손님들이 앉을 수 있는 나무 테이블이 놓여 있다. 테이블의 왼쪽 끝에 한 중년의 남자가 앉아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다.
연세대 학생들이 살고 있는 신촌하숙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 ‘응답하라 1994’는 매 순간 신촌뿐 아니라 전국을 들었다 놨다 했다. 그런 ‘응사’에서 스토리를 이끌며 항상 중요한 역할을 해온 것이 있으니, 바로 90년대 추억의 음악들이다. 바로 그 곳에서, 그 음악들을 다시 찾았다. 연세대 앞에는 음악이 있었다.

신촌의 원조 클래식 다방, 미네르바

신촌 클래식 다방 미네르바에서 주문한 커피와 음식들. 빨간색 체크 무늬의 테이블보가 깔려 있는 테이블 위에 블랙 커피가 가득 담긴 커피잔, 초코 케익 한 조각이 담긴 접시, 베이글이 하나 올려진 접시, 그리고 크림치즈와 블루베리 잼이 든 작은 접시가 놓여 있다.
프랜차이즈 카페들이 판을 치는 신촌에서 괜찮은 작은 카페 하나 찾고 싶었다. 그리하여 찾게 된 이곳이 바로, 원두커피 전문점 ‘미네르바’이다. 간판이 눈에 띄지 않게 작은 것도 아니고, 그 위치가 어려워 찾기 힘든 것도 아니나 많은 사람들이 쉽게 지나치곤 하는 작은 다방. 신촌을 제 집처럼 오고 가는 연대생들도 ‘여기에 이런 곳이 있었나?’ 하고 놀라 되물어볼 것이다.
미네르바의 내부 모습들. 왼쪽 사진은 미네르바의 전체적인 풍경을 촬영한 것으로, 둥그런 테이블과 푹신한 방석과 등받이로 된 검은색 소파의자가 여러 개 카페 전체에 놓여 있다. 벽면은 나무로 지은 것처럼 보인다. 오른쪽 사진은 창가 쪽 모습으로, 빨간색 테이블보가 깔린 직사각형의 테이블과 검은색 소파의자들이 놓여 있다.
미네르바는 ‘신촌에서 가장 오래된 원두커피 전문점’이다. 1975년부터 지금까지, 약 38년 동안 신촌의 풍경에 함께해 온 이곳은 옛날 그 모습, 그 앤티크한 분위기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오래된 소파와 테이블, 나무로 된 바닥, 그리고 가스 난로가 어쩐지 우리의 옛 초등학교 교실을 떠오르게 한다.

이곳의 오랜 매력과 함께해 온 음악은 바로 고전, 클래식 음악이다. 쇼팽, 베토벤 등 유명 작곡가의 피아노 곡들은 물론 첼로, 바이올린 협주곡이나 오케스트라 곡까지. 잔잔하게 감도는 클래식은 언제 들어도 질리지 않는 감상으로 커피 맛을 한층 더 돋운다. 손님이 적은 평일에 조용히 앉아 공부에 집중하기도 딱 좋은 환경이다.

미네르바의 사이폰 커피를 만드는 기구의 모습. 빨간 체크무늬 테이블보 위에 놓인 이 기구는 호리병 모양처럼 유리구가 위아래로 두 개 있고 그 아래에 알코올 램프가 설치되어 있어 두 개의 유리구가 데워지는 형상을 하고 있다. 위의 유리구에는 커피 가루가, 아래의 유리구에는 이를 커피로 만들기 위한 물이 담겨 있다.
음악이 다가 아니다. 미네르바는 원두커피 전문점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특별한 커피를 선사한다. 일반적인 기계로 추출하는 아메리카노, 카페라떼 메뉴보다도 단연 ‘강추’하는 이곳 만의 커피는 바로 ‘사이폰 커피’다. 알코올 램프와 플라스크처럼 생긴 사이폰 기구가 마치 과학 실험실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먼저 원두의 종류를 고른다. 콜롬비아 슈프리모, 인도네시아 만델링 등 이름만 들어도 생소한 커피 종류에 당황하지 말 것. 원두커피 전문가 사장님에게 언제든 물어보면 친절한 설명과 함께 입맛에 맞을 만한 커피를 추천 받을 수 있다. 이렇게 고른 원두를 직접 손으로 갈아 사이폰 기구에 내놓으면 커피 추출이 시작된다. 알코올 램프에 불을 붙여 아래에 있는 유리구를 가열하면, 압력으로 인해 물은 저절로 커피 가루가 담긴 위로 솟구쳐 오르고, 곧 가루를 적신 물이 곧 커피가 되어 다시 아래로 떨어진다. 이처럼 신기한 현상을 테이블 위, 바로 눈 앞에서 즐길 수 있기에 사이폰 커피는 ‘눈으로 마시는 커피’로도 불린다.

따끈한 커피와 함께 이곳만의 베이글을 곁들이는 것도 좋다. 여느 카페와 다를 바 없는 플레인 베이글이지만 이에 특별함을 더해주는 것이 바로 크림치즈와 블루베리 잼. 알알이 살아있는 블루베리의 상큼하고 달콤한 맛이 크림치즈와 어우러져, 크림치즈 베이글에만 익숙했던 입맛에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한다.
미네르바에서의 베이글을 즐기는 모습을 촬영한 사진들. 왼쪽 사진은 테이블 위 접시에 반으로 썰은 베이글이 두 조각 놓여 있고, 테이블 앞에 앉은 사람이 블루베리 잼과 크림치즈가 발린 베이글을 반쯤 베어문 것을 손으로 들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베이글과 함께 제공되는 블루베리 잼과 크림치즈가 작은 접시에 반씩 담겨 있는 것을 클로즈업한 사진.

Place 신촌 유플렉스 사거리에서 크리스피크림 방향으로 우회전, ‘대구삼겹살’ 건물 2층
Price 사이폰 커피 2잔 기준 1만1천 원, 베이글 3천5백 원, 케익 5천 원
Open 오전 11시 ~ 오후 10시 30분
Info 02-3147-1327
Tip 커피 외 메뉴들은 현금 결제를 원칙으로 한다.
음악을 고르는 작은 가게, 향 음악사

향 음악사의 내부 모습. 벽면과 가운데에 놓은 CD진열장은 어느 하나 빈 공간 없이 CD로 가득 채워져 있다. 진열장에서 이쪽으로 보이는 벽면에는 최신 음반들이 여러 개 꽂혀 있다.
대형 서점에 함께 위치한 대형 음반 업체에만 익숙한 우리 세대에게 작은 레코드점의 추억을 되새겨주는 이곳, 향 음악사. 이 작은 가게는 어쩐지 8090가요가 흘러나올 것만 같다. 오래되어 보이는 모습에 ‘최신 음반은 없겠지?’ 하며 되돌아 선다면 오산. 추억의 팝과 인디 음악은 물론 최신 아이돌 음반까지도 오래된 진열장을 가득 채우고 있으니 원하는 음반이 있다면 들어가 찬찬히 살펴보기를 권한다.
향 음악사의 내부 모습들. 왼쪽 사진은 CD 진열장 사이 작은 벽면 공간에 여러 음악가들의 사진과 일러스트를 오려두어 붙여 두었고, 위쪽에는 ‘CCTV 작동중!’이라는 글귀가 붙어 있다. 오른쪽 사진은 진열대 중에서 마음에 드는 음반을 두 개 골라내어 잡고 있는 사진으로,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앨범과 가을방학의 앨범이다.
최신 앨범, 베스트 앨범을 알리는 차트도 없다. 같은 앨범을 몇십 장 씩 ‘사재기’할 수도 없다. ㄱ, ㄴ, ㄷ, ㄹ… 분류 태그를 따라 천천히 둘러보며 앨범을 찾는다. 수많은 앨범을 스쳐 지나는 와중에는 추억의 앨범이 눈에 들어오기도 하고, 인상 깊었던 또 다른 앨범에 마음이 꽂히기도 한다. 이곳은 구하기 힘든 인디 아티스트들의 음반을 판매하는 것으로도 유명해 인디 음악 팬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대형 음반 업체에는 없는 또 다른 매력인 셈이다.

더 많은 추억, 더 많은 음악을 원한다면 향 음악사의 웹사이트를 방문해 볼 것. 이제는 구하기 힘든 중고 음반을 CD와 자켓의 상태에 따라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게다가 희소한 중고 음반은 직접 경매에 올려 판매하고, 낙찰 받을 수 있는 쏠쏠한 재미도 숨어있다.

Place 신촌역에서 연세대 방향으로 직진, ‘베스킨라빈스’와 ‘아큐브’ 사이에 위치
Open 오전 10시 30분 ~ 오후 9시
Info 02-334-0283, http://www.hyangmusic.com
응답하라, 복고! LP바 비틀즈

LP바 비틀즈 내부의 모습. 나무로 된 벽면 위에 비틀즈의 멤버 네 명 각각의 초상화와 함께 비틀즈 멤버 모두를 함께 연필로 그린 듯한 초상화가 걸려 있다.
LP, 90년대를 살아온 우리 세대에게는 익숙치 않은 음악 형식이다. 영화 속에서나 복고풍 소품으로만 봐왔던 LP는 그 모습 만으로도 어쩐지 멋스럽고, 추억이 가득한 느낌을 준다. 이제 눈으로만 즐기던 LP의 진짜 매력을 들어보자.

각종 술집이 가득한 신촌에서 이곳이 특별한 이유는 바로 옛날 음악 다방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찾기도 어려울 뿐더러 지하에 위치해 있지만, 주말 저녁이면 손님으로 테이블이 가득 차 더 이상 손님을 못 받는 모습까지도 볼 수 있다. 추억, 그리고 음악을 찾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 열기가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LP바 비틀즈의 내부 모습들. 왼쪽 사진에는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선반에는 LP들이 빼곡히 들어앉아 있으며, 그 가운데 LP 턴 테이블과 스피커 등이 선반 위에 놓여 있다. 오른쪽 사진에는 왼쪽으로는 가득 찬 LP선반, 오른쪽으로는 술병이 진열되어 있는 선반이 보인다.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장관은 입이 떡 벌어지게 멋지다. 한쪽 벽면을 가득 메운 LP장과 두 개의 턴 테이블, 그리고 빵빵하기로 소문난 스피커까지. 음악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에게도 호평을 받는 이곳만의 자랑이다. 사장님은 직접 턴 테이블 앞자리를 지킨다. 손님의 신청곡이 들어오면 빽빽한 LP들 속에서도 금세 신청곡이 들어있는 LP판을 찾아 턴 테이블에 올린다.
LP바 비틀즈에서 먹을 수 있는 술과 안주들. 왼쪽 사진은 테이블 위에 칵테일 잔 두 개가 올려져 있으며, 테이블의 유리판 아래에는 여기를 다녀간 사람들의 명함과 낙서, 신문지 등이 깔려 있다. 오른쪽 사진은 안주를 촬영한 것으로, 육포와 땅콩, 과자 등이 한데 담겨 있다.
8090가요와 올드 팝을 좀 안다면 바에 앉아 사장님에게 신청곡을 주문해보길 바란다. 나만을 위해 울려 퍼지는 특별한 음악과 함께 기울이는 시원한 맥주 맛이 더없이 좋을테니 말이다.

Place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52-77 지하 1층
Price 칵테일 7천 원, 맥주 1만 원 대, 안주 1만 원 대
Info 02-323-6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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