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숙집이 사라지는 골목길

불과 5년여 전만 해도 어느 대학이나 학교 주변에는 하숙집 구하기가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주요 대학의 정시모집 발표가 나고 새 학기를 앞둔 2013년의 서울은 하숙집을 구하는 행위 자체가 힘들고,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다.

대학가에 하숙집이 사라지고 있다!

“학생, 왜 이렇게 학교 근처에 하숙집이 없어요?”

“하숙집이 없을 리가요. 하긴 웬만한 좋은 하숙집은 지금쯤 정원이 다 차서 그럴 수도 있어요.”

“아니던데. 우리 신랑이랑 학교 근처 부동산이란 부동산은 다 돌고 오는 길인데, 하숙집이 없네요.”

한 중년 부부의 사례다. 이들 부부는 곱게 키운 큰아들을 대학교에 입학시키고, 아들이 살 집을 알아보기 위해 강화도에서 먼 길을 나선 것이었다. 아무래도 스무 살 아들이 혼자 사는 것은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며 ‘엄마’와 같은 하숙집 아주머니를 만나러 이곳저곳 생경한 서울 구석구석을 발품 팔아 다닌 것이다. 그러나 반나절이 지나도록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 자취방도 상황은 마찬가지. 예전처럼 싸고, 저렴하고, 좋은 자취방이 모인 곳을 아무리 찾으려 해도 요즘의 대학가 풍경은 그 모습이 바뀐 지 오래다. 대학가 입구마다 열 맞추어 일렬종대로 펼쳐진 대기업 프랜차이즈 간판만이 공허하게 떠오를 뿐이다.

늘어나는 원룸과 고시텔, 바뀌어 버린 라이프스타일

실제로 학생 입장에서 하숙집을 구해봐도 상황이 같을까? 서울의 어느 대학가. 걸어서 30분 반경에 대학교 세 곳이 모여있고 근처에 여자대학교가 한 곳, 지하철을 타고 두 정거장만 가면 대학교 하나가 더 있는 곳이다. 강북 최대의 대학교 밀집 지역이자, 예전부터 이른바 ‘하숙집이 많은 곳’으로 유명한 지역이다. 널찍한 대로 주변, 목이 좋아 보이는 부동산을 가면 어떤 대답을 들을 수 있을까?

하숙집을 찾으려 해도 “하숙집은 구하기가 어렵다.”며 “요새는 다들 원룸이나 고시텔을 선호해요. 밥도 깨끗하게 주고, 본인이 직접 해먹을 수도 있고.”라고 당연하다는 듯 ‘원룸’이나 ‘고시텔’을 추천한다. 학생 입장에서 생각하면, 아담한 공간에 보증금은 수천, 거기에 월세와 관리비 포함 꾸준히 많은 목돈이 나가는 원룸과 고시텔이다.

“복학하면 공부에 술에, 밤새우는 일도 허다할 텐데. 피곤하고 쉬고 싶으면 언제든 들어가서 쉬고 싶을 텐데 하숙은 그런 거 잘 못해. 밥 시간 딱딱 정해져 있지, 그때 밥 못 먹으면 월에 내는 식대는 보상도 안 되는 거고. 그리고 하숙집은 여러 명이 공동생활하는 건데, 늦게 오고 그러면 눈치가 얼마나 보이겠어?”

부동산 주인의 말도 일리는 있다.
문득, 예전에 한 잡지에서 본 달라진 대학생 라이프스타일에 관한 칼럼이 머릿속을 스쳤다. 요즘 대학생은 어느 랩 가사의 일부분처럼, ‘월화수목금금금’, ‘88만원 세대’라는 주홍글씨가 자신들만이 알아볼 수 있도록 낙인 찍혀 있는 것 같다. 학점관리도 그렇지만 비싼 등록금에, 생활비 마련을 학업과 경제활동을 병행해야 한다. ‘팀플(팀플레이)’이라는 새로운 괴물은 낮과 밤을 뒤바꾸고, 눈 깜짝할 새 돌아오는 시험기간은 지쳐 있는 몸에 더욱 강행군을 하게 만든다.

하루가 멀다고 신문 지면상에 오르내리는 강력범죄들 역시 학생들에게 하숙이 아닌 첨단화 된 원룸과 고시텔을 선택하게 한다. 특히 여학생의 경우, 돈을 더 들여서라도 잠금장치와 CCTV가 달린 원룸을 선택한다. 수강신청과 기타 각종 유비쿼터스 환경을 완벽하게 지원해줄 초고속 인터넷의 유무도 이유 중 하나다. 방마다 와이파이 중계기와 공유기가 달려있고, 공강 날에는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개인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이 같은 환경변화로 많은 하숙집이 빨간 벽돌의 정감 있는 모습에서 CCTV와 잠금장치가 달린 세련된 건물로 모습을 바꾼다.

하숙집 몰락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아가사 크리스티의 소설에 늘 등장하는 ‘밀실트릭’은, 사건의 진실을 미궁 속으로 빠뜨리는 동시에 사건을 수사하는 수사관과 그 과정을 읽는 독자에게 이른바 ‘멘붕’을 선사한다. 분명 결과는 발생했는데 원인을 모르고, 사람들의 진술은 엇갈린다.

하숙집의 몰락 역시 보는 이들에 따라 시선이 다르다. 위의 중년 부부와 오랜 시간 ‘하숙 문화’에 길들여진 30년차 하숙집 주인은 하숙이 끈끈한 정과 마음을 나누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객지 생활에 지친 학생들에게 ‘내 집’ 같은 안락함과 포근함을 준다고 말이다. 그러나 요즘의 세대들은 개인적인 사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는, 편리하고 합리적인 공간을 찾는다. 세대가 변하고 라이프스타일이 바뀌면서 대학가의 문화도 바뀌게 된 것이다.

[시선1] 어느 대학 주변에서 30년 넘게 하숙집을 운영한 A씨. 현재 개강을 앞두고 있지만, 4층 건물 30명 정원이 채 반밖에 차지 않아 걱정이다.

“우리 집은 터가 좋아요. 우리 집에 살았던 사람 중에는 잘 된 사람이 많아요. 다들 고시 합격하거나 대기업이나 좋은 곳으로 갔어요. 아직도 명절 같은 때면 선물도 사오고 그래요. 밥도 우리는 매우 신경 써서 줍니다. 제 아내가 새벽 시장에 가서 제철음식도 구해주고, 변하는 학생들 요구에 맞춰서 정말 ‘부모 같은’ 마음으로 대해줍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학생들이 ‘외면’하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어요.

처음 올라오면 외롭고 적적한데 비슷한 나이 또래의 사람들끼리 교류하면서 친해지는 기회도 있고. 가끔 용돈이 없는 친구는 용돈도 주고 그랬어요. 월세 금액도 살다가 정들면 감해주기도 하고. 학교하고도 바로 지척인데. 나는 지금 접어도 여한이 없어요. 그런데 하숙집 하면서 우리 자식들 시집장가 다 보내고, 나름 정을 가지고 했는데 아쉬운 거죠.”

[시선2] 이번 학기 복학하는 20대 중반의 대학생 B씨(남성). 비합리적인 시스템의 하숙집보다 개인적인 사생활이 보장되는 원룸이 편하다.

“하숙은 일단 시설이 안 좋잖아요. 화장실이나 세탁기를 공용으로 쓰는 곳이 아직도 태반이고, 모르는 사람끼리 산다는 게 혼자 사는 것보다 나은 점이 있는 지도 모르겠어요. 아는 사람과 살아도 많은 경우 감정이 쌓이고 틀어지는데, 모르는 사람끼리 감정이 틀어지면 얼마나 불편하겠어요. 그것도 한 공간에서 여러 명이 말이에요. 그리고 식사도 그래요. 시간 놓치면 밥도 안 주고, 뭐 맛있는 거 사와도 혼자 먹기 그렇고. 밤에 늦게 들어오면 눈치 보이고. 사실 따지고 보면 가격도 그렇게 차이가 안 나요. 조금 더 내고 공부나 제 생활에 자유로운 게 좋죠.”

둘 다 일리 있는 말이다. 문제는 부모님 세대와 젊은 세대의 가치관이 너무나 빨리 변해간다는 것. 과거의 추억과 유산을 안고 가기에 요즘 세상이 조금은 각박해진 것이 아닐까? 합리적이고 편리한 것도 좋지만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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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시절의 추억이었던 하숙집이 나홀로족들의 불편함으로 밀려난다니 쫌 씁쓸하네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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