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BE A FRIEND WITH JAZZ | 재즈를 염탐하는 효과적인 방법

재즈는 대중적이지 않다? 하지만 우리 일상 속에서 가장 쉽게 접하는 음악이 바로 재즈다. 과연 재즈는 어떤 음악일까? 재즈를 사랑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재즈와 친해지고 싶지만, 영 다가가기 어려웠던 당신을 위해 소채리가 준비한 특집, HOW TO BE A FRIEND WITH JAZZ!

기획1 _ HOW TO BE A FRIEND WITH JAZZ : 재즈를 염탐하는 효과적인 방법
기획2 _ HOW TO BE A FRIEND WITH JAZZ : 재즈와 친해질 수 있는 확실한 방법
기획3 _ HOW TO BE A FRIEND WITH JAZZ : 재즈에 빠진 사람, 베이시스트 이유빈(발행예정)

재즈에 대한 내 감정은 미미했다. 그저 심심한 일상 속에 BGM이 필요하거나 자취방의 적막이 싫을 때 재즈를 찾았다. 음반의 이름을 외울 만한 정성도 들이지 않았고, 단지 재즈 선율이 주는 편안함을 편리하게 이용했다. 약한 호감을 가졌던 것 같다. 커다랗지는 않지만, 함께하면 즐거운 정도의 감정. 하지만 점점 재즈 애호가가 추천한 음반을 일부러 찾아 듣고, 플레이리스트가 나의 재즈 취향을 어렴풋이 반영하기 시작했다. 다양한 콘텐츠 속에서 언급되고 재평가되는 재즈를 마주할 때마다 감정이 깊어졌다. 호감이 짝사랑으로 변한 것이다.

STEP 1. 재즈 영화 : 재즈를 염탐하는 효과적인 방법
성공적인 짝사랑을 위해서는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사람들은 좋아하는 상대가 생겼을 때 SNS의 사진과 글을 보며 몰래 호감을 키워 나가곤 한다. 이것을 보통 ‘염탐’이라고 부른다. 재즈 영화를 보는 것은 이 ‘염탐’과 비슷한 단계가 아닐까? 재즈를 발전시킨 예술가의 일생, 재즈로 인해 살아가는 캐릭터의 모습을 통해 음악의 삶과 다양한 면면을 확인하는 것이니 말이다. 그러다 보면 조금 어렵게 느껴졌던 상대, 재즈와도 내적 친분을 쌓을 수 있을 것이다.

치코와 리타 2010
<치코와 리타>는 치코라는 천재 피아니스트 남자와 리타라는 아름다운 가수의 사랑 이야기다. 쿠바의 수도인 하바나에서 함께 재즈를 하던 연인 사이에 열등감과 자존심이라는 불청객이 찾아 들고, 후회를 거듭하며 재회하기 위해 노력하는 뮤지션의 모습을 담았다. 극 중 치코가 연주하는 피아노곡은 쿠바의 거장, 베보 발데스가 직접 작곡하고 연주한 것이라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찰리 파커, 디지 길레스피 등 전설적인 뮤지션들의 음악을 리마스터링해서 쓰는 대신 뉴욕의 재즈 뮤지션의 실제 연주를 녹음했고, 냇 킹 콜의 연주는 그의 동생인 프레디 콜이 재현했다고 한다. 재즈를 단순히 영화의 극적인 장면을 위해 이용한 것이 아닌, 영화의 주인공과 다름없는 존재로 ‘모셔온’ 것. 재즈 선율처럼 자유롭고 무심하게 덧칠한 듯한 애니메이션도 영화의 매력 포인트다.

위플래쉬 2014
<위플래쉬>는 ‘스릴러 음악영화’라는 별명에 걸맞게 특별한 액션씬도 없이 쫄깃한 긴장감을 선사하는 영화다. <라라랜드>와 같은 감독의 작품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서늘하며 동시에 데일 듯한 분위기를 내뿜는다. <위플래쉬>는 명문 음악학교 빅밴드의 드러머로 선발된 앤드류가 광기 가득한 스승 퓰리쳐를 만나 변화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프린스턴 음악 학교의 드러머였던 감독의 실화를 바탕으로 발전시킨 이야기라고. 1군 밴드에 발탁되는 것이 ‘메이저 리그에 입성하는 것과 같다’고 표현하는 앤드류의 모습은 재즈가 그들에게 얼마나 큰 우주인지, 또 여유로워 보이는 연주자 뒤편에는 각고의 노력이 숨겨져 있으리라는 짐작을 가능케 한다.

본 투 비 블루 2015
재즈 애호가로 알려진 무라카미 하루키가 ‘청춘의 냄새가 나는 곡을 연주하는 사람’이라 칭했던 쳇 베이커. 그는 잘생긴 외모로 ‘재즈계의 제임스 딘’이라고 불렸던 쿨재즈의 대표 트럼펫 주자다. 그의 노래는 ‘20세기가 낳은 가장 아름다운 흐느낌’이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으나 충만한 능력에 반해 그의 삶은 헤로인으로 얼룩져 그리 아름답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쳇 베이커는 끝까지 트럼펫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그가 마약으로 무너지고 재기하는 과정을 담은 영화 <본 투 비 블루>는 그의 삶을 리얼하게 재현하지는 못했지만 에단 호크가 ‘My Funny Valentine’을 부르는 마지막 장면은 길이 남을만한 명장면이다.

라라랜드, 2016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 <라라랜드> 신드롬을 나타내는 가장 적절한 표현이다. <라라랜드>는 정통 재즈만을 고수하는 세바스찬과 배우 지망생인 미아의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세바스찬은 지독한 재즈 ‘덕후’인데, 그의 집안 곳곳에 흩뿌려져 있는 뮤지션의 흔적을 찾아내는 것도 재미있는 관람 포인트다. 그가 아끼는 의자는 , 등 명곡을 남긴 재즈 피아니스트 호기 카미카엘이 앉았던 것이라니 그 극성을 부릴 법도 하다. 또 널브러진 각종 음반의 주인공은 빌 에반스, 마일스 데이비스, 쳇 베이커 등 그야말로 전설의 레전드 아티스트다. 이런 사소한 배경지식들을 알고 나면 세바스찬의 고집과 선택을 깊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재즈 영화가 더 궁금하다면?

버드 1988
자타공인 재즈광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이 전설의 섹스폰 연주자 찰리 파커에게 보내는 헌사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 가난하게 살아온 찰리 파커의 불행한 개인적 삶과 그의 예술성까지 치밀하게 파고 드는 수작. 미국 3대 재즈바 중 하나인 ‘버드랜드’의 버드가 파커의 별명에서 온 것이다. 1989년 아카데미 베스트 사운드 부문에서 수상을 할 정도로 귀호강을 할 수 있는 영화다.
마일스 2015
트럼펫 연주가 마일스 데이비스의 탄생 90주년을 맞아 개봉한 영화. 퓨전 재즈의 선구자로 알려진 마일스 데이비스의 삶을 조명한다. 5년째 세상에서 자취를 감춘 마일스를 한 기자가 찾아 나서고 취재를 통해 숨겨진 음반도 들춰낸다. 완벽하게 마일스를 표현한 돈 치들의 연기를 보는 즐거움도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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