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Q 정우영 피처 에디터

늘 흠모의 인기 직업이자 TV 매체의 인기 메뉴였으나 진정한 낯빛은 가려져온 잡지 에디터. 장막을 거두니, 악마는 프라다를 입지 않았다.

사진 _ 이도영(pius 스튜디오)

말 잘하는 글쟁이인 정우영 에디터. 그는 ‘보기 좋은 것만을 분칠하여 보여주는 게 잡지라면 이는 분명히 하류 매체일 것’이란 신념을 밝히며, 휴머니티에 가까운 잡지를 만드는 일에 내공을 쌓아왔다. 이는 사실 피처 에디터로서의 직업적 소명이자 동시에 많은 이들이 그의 기사를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럽젠Q: GQ매거진에 들어가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나요?

대학에서 현대문학을 전공한 후 일반 회사의 웹 기획자로 2~3년간 일했었어요. 일하는 동안에도 여러 곳에 외부필자로 글을 투고하기도 했죠. 그러다가 우연히 한 잡지사에서 일하게 되었고, 그 후 GQ에서 피쳐 에디터로 제의가 들어와 현재에 이르렀습니다.

럽젠Q: 피처 에디터는 칼럼니스트와 비슷한 건가요? 이 직업이 생소한 이들도 있을 것 같아요.

에디터는 칼럼니스트와는 중심이 전혀 달라요. 에디터에게 필요한 건 글 쓰는 능력보다 균형감각이거든요. 기술적인 부분을 보완해줄 여러 전문가를 모아 잡지가 나오기까지의 모든 업무를 진두지휘하는 게 에디터니까요. 그 중 피처 에디터는 패션과 뷰티를 제외한 전방위적 기사를 다루는 에디터라고 생각하시면 이해가 빠를 거예요. 물론 전방위라고는 해도, 잡지마다 들려주는 이야기가 다를 테니 피처 에디터 영역의 차이가 약간씩 있겠죠. 한 잡지 팀 내에서도 기사의 영역을 분담하진 않지만, 어렴풋이나마 서로의 담당영역이 조금씩 생기게 됩니다. 제 경우엔 음악과 책, 기어테크를 많이 다루는 편이에요.

럽젠Q: 피처 에디터의 업무는 어떤 것이 있나요?

글쎄요. 기사마다 워낙 천차만별이라서요. 먼저 기획회의에서 나온 기획을 구체화하는 게 우선이겠죠. 섭외할 땐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이용하죠. 인터뷰 기사는 미리 촬영 컨셉트나 의상, 대략적인 인터뷰 방향까지 섭외 단계에서 얘기되어야 하죠. 제품 화보는 제품사와 포토그래퍼를 컨택해서 조율해야 하고요. 리뷰나 크리틱의 경우는 더 잘 쓸 수 있는 사람이 있을 땐 섭외해서 이야기 방향까지 다 전달하고 기사를 받기도 해요.

럽젠Q: 외고를 청탁한 경우를 예를 든다면요?

예전에 ‘왜 걸 그룹들 노래만 좋을까?’라는 발상에서 시작된 기사를 쓰려고 한 적이 있었는데, 제가 대중음악 업계를 낱낱이 알고 있지는 못하잖아요. 그래서 전문가분께 말씀을 드렸어요.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고, 결론은 저런 식으로 났으면 좋겠다.’ 하고 말이죠. 이렇게 굳이 제 이름으로 나가는 기사 외에도 잡지의 전반적 구성과 관계된 모든 섭외 역시 에디터가 맡아서 해요. 물론 이미지나 일러스트, 디자인 부분도 전문가가 하지만, 기본적으로 컨셉트와 포맷을 정하는 건 다 에디터의 몫이죠.

럽젠Q: 잡지사마다 피처 에디터가 일하는 것에 차이가 크나요?

여성지나 남성지마다 각각 성격이 비슷할 거로 생각하지만, 사실 많이 달라요. GQ는 사회적인 사건이 발생하면 기획회의를 통해 우리 매체가 그것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지 결정하죠. 비판할지, 비웃을지, 다른 관점에서 볼지, 언급하지 않을지 등이요. 이 잡지는 없는 걸 있다고 하거나 있는 걸 없다고 말하는 걸 싫어해서 제 성격과 잘 맞아요. 굳이 인터뷰이의 별스럽지 않은 말을 치장하거나 사회적 물의를 빚은 인터뷰이에게 그 이유를 묻지 않고 넘어가는 일은 없다는 말이죠. 기사의 내용 역시 거의 간섭하지 않는다는 점 역시 그런 담백함과 일맥상통해요.

럽젠Q: 피처 에디터의 장단점으로는 어떤 게 있다고 생각하세요?

직업적인 면을 벗어나, 인생에서 세상을 대하는 태도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게 좋아요. 다양하고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그로부터 조금씩 무언가 배우면서 나를 정립해 나갈 수 있거든요. 일하면서도 인생과 세상에 대해 좀 더 생각하다 보니, 삶에 충실해지는 거죠. 나쁜 점으로는•• 글쎄요••• 아무래도 결과물이 있는 직업이다 보니 정해진 예산과 자신의 욕심 사이에서 오는 딜레마가 좀 큰 것 같아요.

럽젠Q: 피처 에디터가 되기 위한 조건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아무래도 관건은 좋은 취향이겠죠. 돈이 많아야만 좋은 취향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은 잘못된 거예요. 비싼 건 대충 골라도 다 좋겠죠. 하지만 돈이 없어 헌책방을 들락날락하며, 정해진 예산으로 실패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자신만의 ‘면밀함’을 갖게 될 거예요. 그 면밀함이 바로 좋은 취향으로 이어지는 거고요. 물론 사람들과 소통하는 에디터인 이상, 그 좋은 취향은 보편적 취향을 아우르고 있어야 마땅하지만요.

럽젠Q:무엇이 피처 에디터가 되는데 가장 도움이 된 것 같나요?

음••• 전 갈증이 끝이 없었어요. 그 갈증은 제가 만약 좋아하는 뮤지션이 있을 때 그 음반을 모조리 사고 매번 콘서트에 참석하는 의미를 말하는 건 아니에요. 그 뮤지션의 비트적 원류가 된 아프리카 음악을 들어본다거나, 비슷한 느낌의 음악을 모조리 듣고 비교하거나 하는 식이었죠. 단순히 ‘좋다’에서 그치지 않고 스스로의 취향을 끊임없이 질문하고 들쑤시는 그런 갈증을 느꼈던 게 도움이 된 것 같아요.

럽젠Q:미래의 청사진을 꿈꾸는 학생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전 정식 채용을 거친 케이스는 아니었어요. 단지 하던 일은 하되, 기사만 조금씩 써줄 수 없겠느냐는 식으로 에디터의 제의를 받고 시작한 거죠. 하지만 첫 결과물이 생각보다 좋았나 봐요. 첫 기사 후 바로 정식 채용을 제안하더라고요. 물론 에디터가 아니라도 마찬가지예요.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기웃거리다 보면 길이 있을 거예요. 저희 대학 교수님께서 해주신 말씀이에요. ‘모든 걸 풍문으로 판단하지 마라.’ 누가 ‘이건 이렇다더라.’라는 식의 얘기는 정말로 쓸모없다는 거죠. 차라리 빨리 포기하는 방편으로, 부딪혀 깨지는 게 좋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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