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X FX 편성기획팀 조아라

TV에 빠진 게 한심해 보인다고? TV에 죽고 사는 이가 당당히 글로벌 채널에 입사했다면 어떤가? FOX 채널 코리아의 인턴으로부터 남성 채널 편성기획팀의 정직원으로 거듭난 성장 드라마의 주인공, ‘조아라’라면 다르다.

취미를 직업으로, 가능할까?

흔히 취미와 직업을 별개로 생각하는 우리의 사고방식에 그녀는 의문을 제기하다 못해 박살 내는 대학 생활을 지냈다. TV에 중독된 그녀의 첫 날갯짓은 대학교 시절. 방송을 보는 것만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만들어보고 싶어진 욕구를 신문방송학과 내의 영상학회인 ‘RTV’에서 발현했다. RTV는 시민채널 에 한 달마다 방송 콘텐츠를 제출하는 활동으로, 아마추어들끼리 형식에 구애를 받지 않고 다양한 방송 관련 기획을 시도할 수 있었다. 그것도 2년간 끈덕지게 했다. 그러면서 서서히 기획 영역에 눈을 뜨게 되는데•••.

RTV 활동을 통해 카메라도 잡아보고 연출도 하고 심지어 연기에도 도전한 적이 있어요. 여기서 제가 얻은 것은 직접 촬영하고 편집하는 제작보다는 아이디어를 내고 구체화하는 기획 쪽이 더 잘 맞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죠.

이후 기획에 대한 그녀의 감을 솎아내기 위해 걸어간 또 다른 길은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의 홍보팀. 이때 배우들이 공중 장면을 찍을 때 사용하는 와이어를 관람객들이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이벤트 기획을 보면서 독특한 아이디어가 주는 감동에 큰 희열을 느꼈다. 그때부터 기획과 방송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직업을 물색하게 시작했다.

TV를 좋아한 발칙한 스펙과 사람을 움직이는 긍정의 힘

그녀가 생각한 기획과 방송의 교집합이 되는 직업은 바로 ‘편성기획’이었다. 프로그램을 좀 더 재미있는 시간에 배치하고 홍보하는 영역이었던 것. 하지만 편성기획은 인턴이나 신입 사원은 거의 뽑지 않고 경력직을 선호해 입사 모집이 뜸한 편이다. 반쯤 포기한 상태로 있다가 신의 계시처럼 발견한 FOX 채널의 편성기획팀 인턴 공고를 발견하고는 그녀는 바로 케이블 TV와 자신의 삶을 자기소개서에 즐겁게 썼다. 당시는 제출 마감일이 단 2일 밖에 남지 않은 촉박한 상황이었다.

자기소개서에 남들과 다른 점을 부각하고 싶었어요. 저는 토익 시험도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학점 관리를 소홀히 한 편이었어요. 하지만 케이블TV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자신했죠. 그래서 케이블 TV에서 프로그램을 어떻게 홍보하고, 시간대 선정과 프로그램 시즌제는 왜 하고 있는지, ‘나’라면 어떻게 할지를 제시하며 케이블TV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표출시켰죠.


어찌 보면 기업 입장에서는 기본 ‘스펙’이 깔리지 않은 그녀가 발칙해 보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케이블TV에 대한 해박한 지식은 그녀의 탄탄한 ‘스펙’이었다. 결국, 그녀의 진정성은 인턴 최종 4인에 들게 하는 쾌거를 낳았고, fox와 fox life, FX, 그리고 National geographic 총 4개의 채널을 2주씩 일을 하면서, 최종 한 명의 정직 인턴이 남을 수 있는 서바이벌 체제에 도전하게 되었다. 물론, 이 기간은 특별한 미션 없이 단순히 전화받는 업무에서부터 자료 조사, 홈페이지 관리 등의 일을 했지만, 그녀가 꿈꾸던 기획편성팀의 하루는 어쩔 줄 모를 정도로 신이 났다.

별로 중요하지 않은 업무에도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한 번은 부사장님께서 ‘아라 씨는 항상 긍정적이고 힘이 넘쳐요.’라는 말을 하시더라고요. 제가 희망하던 일을 하게 되니까 너무 감사할 따름이었어요.

하지만 해피엔딩으로 끝나진 않았다. 최종 선발된 한 명은 그녀가 아니었고, 결국 조용히 무대 뒤로 물러나야 할 시간이었다. 그때 그녀에게 또 다른 기회가 걸어왔다.

마침 편성기획팀에 공석이 생긴 거예요. 그런데 보통 다른 경력직으로 자리를 채우지만, 회사에서 저에게 정식인턴 기회를 주셨죠. 제가 일을 잘했다기보다 항상 즐거워하는 제 긍정적인 모습을 높이 평가해주신 것 같아요. 방송계는 밝고 긍정적이고 재미있게 일할 수 있는 인재를 선호하니까요.

부족한 건 채우고, 또다른 가능성에 시선은 돌리고

정식 인턴의 기회를 얻는 그녀는 모든 업무를 다 소화할 줄 알았지만, 오산이었다. 편성기획팀은 참신함과 더불어 의외의 꼼꼼함이 요구되는 곳이었고,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참신한 이벤트와 더불어 홍보 영상의 홍보 방향 및 디테일한 멘트와 CG를 제안해야 했기 때문이다. 예컨대 방송 하단에 흘러가는 프로그램 홍보 스크롤 멘트, ‘60초 뒤에 방송이 시작됩니다.’라는 멘트까지 모두 편성기획팀의 일이다. 그녀는 창의적인 아이디어에는 자신 있었지만 꼼꼼함이 부족해 일하면서 주눅이 들기 일쑤였다.

꼼꼼함이 필요했기 때문에 많은 콘텐츠를 보면서 디테일을 잡아내려고 했어요.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어투나 말투 하나를 체크하며 뇌리에 꽂힐 수는 단어들을 골라냈죠. 이때 다독도 도움이 됐어요. 또 참신함도 키우기 위해 형식을 파괴하고 변화를 준 컨텐츠를 많이 찾아봤고요.

이런 노력을 바탕으로 매력적인 프로그램 광고 멘트와 다양한 이벤트, 프로모션들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1년 뒤 그녀는 남성채널 편성기획팀의 정식 직원이 되었다. 정규직이라는 안정적인 위치로 변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비포장도로 같은 험난한 길을 택했다.

남성채널 특성상 섹시 컨텐츠를 좀 더 자극적으로 홍보하는 부분은 여자가 하기엔 힘들어서 선배들이 많이 걱정했어요. 하지만 전 일로 받아들여서 어떻게 하면 좋은 아이디어와 멘트로 선배 및 시청자에게 인정받을지 생각했죠. 그런 상황을 오히려 즐기니까 결과적으로 시청률도 많이 나왔고요.

아이디어와 참신함이 빛나는 그녀의 날갯짓은 여전히 힘차 보였다. 힘 센 남자를 선정하는 ‘정력맨 콘테스트’를 홍보하면서 꽃미남 열풍 이후 차세대 열풍인 ‘힘센 남성’을 부각했다. 또 최근 미국 10대 축제 중 하나인 ‘WWE 레슬매니아’를 직접 관람할 수 있는 티켓을 시청자에게 주자는 그녀의 아이디어가 구현되기도 했다.

TV를 보는 취미가 결국 TV의 편성 기획을 맡는 직업으로 이어지기까지, 그녀는 그 영역 내의 다양한 시도를 서슴지 않았다. 그녀가 쌓은 ‘스펙’ 역시 이력서 한 줄을 채우기 위한 것이 아닌, 자신의 역량을 최대치로 쓰고 즐길 수 있는 직업을 쟁취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본인 마음의 소리를 들으라는 그녀의 조언은 익히 들었더라도 이제는 진정 새겨야 할 머스트 두must do 리스트였다.

대학교 때 제일 중요한 것은 즐기는 것 같아요. 즉 다양한 문화 체험에 자신을 넣어보는 거죠. 영화나 전시회, 공연 등을 통해 시야를 넓힐 수 있잖아요. 과도하지 않는 선에서 술을 마시고 클럽을 가는 것도 찬성이에요. 그러면 클럽 문화에 대해 고민할 수 있으니까요. 책상에만 앉아 있으면 자신이 누군지,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모르잖아요. 대학 때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내가 누구인지 파악하는 일인데 말이죠.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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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학생인 저도 공감이 많이 가는 글이네요..
  • 박상영

    정말로 행복하게 사는 분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부럽습니다 ㅠㅠ
  • 엄PD

    @ 토마토링 좋아하는 일을 찾는 과정이 제일 중요하죠.. 바로 이런 고민을 치열하게 하는 시간이 바로 청춘인 것 같네요..^^
  •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찾는게 중요한것같아요~ 저도 끊임없이 고민해보아야겠습니다^^ 좋은기사 감사합니다!
  • 엄PD

    하하 태진 기사님이 좋아하는 '디테일'을 중요시하는 곳. 바로 편성기획팀이죠. FX에서 남성다움을 이끌어내기 위한 노력은 바로 이런 디테일들이 쌓여서 이루어진다고 생각을 합니다^^
  • 황태진

    가끔 FX 채널을 보면서 정말 남성다움을 끌어내는 프로그램이다라고 느끼곤 했는데, 이런 열정적인 분들이 뒤에서 땀을 흘리고 계셨군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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