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고? (2) INBP를 통해 직업전문교육 파헤치기

유럽대학은 우리나라가 무조건 따라가야 할 본보기가 되는 대학 시스템을 갖추고 있을까? 그들은 얼마나 다른 대학문화를 지니고 있을까? 유럽의 도서관도 우리나라처럼 시험 때나 되어야 붐비는 걸까? 그 모든 궁금증을 품고 유럽대학에 물었다. 한국과 그들의 다른 점, 그리고 배워야 할 점 모두를. 독일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본 유럽 대학의 재조명은 생각만큼 흥미로웠고, 그 이상으로 충격이었다.

프랑스 북부 루앙(Rouen)에 있는 INBP(이엔베뻬)는 ‘Institut national de la boulangerie pâtisserie’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제빵, 제과인을 양성하는 전문교육기관이다. 이곳을 방문한 날은 완전히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이었나, 교육 디렉터인 카멜 메바키(Kamel Mebarki)의 소개로 학교 구석구석을 맘 놓고 견학할 기회를 얻었다.

오로지 제빵제과를 위해, INBP의 교육시스템

1974년, 프랑스 제빵제과연합회(CNBPF)에 의해 설립된 INBP는 역사가 그리 깊진 않으나 오로지 제빵제과에만 집중함으로써 그 전문성을 높여왔다. 이곳의 주요 교육과정인 C.A.P(취업자격증) 과정도 제빵, 제과로 나뉘어 각 5개월 코스로 구성되어 있으며 최근에는 초콜릿 과정도 신설해 그 과정을 더욱 세분화시켰다.
5개월의 C.A.P 과정은 이론 수업과 실기 수업으로 나뉘어 이루어지는데, 모든 것은 철저히 시험 위주로 진행된다. 그 때문에 이론 수업에서는 단순히 기술이론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시험에 필요한 프랑스의 지리, 역사, 정치, 경제 등 다양한 과목을 가르친다. 실기 수업은 다른 대부분 제빵학교가 강사의 시범을 참관한 뒤에 참여하거나 일부 과정만 참여하는 형식으로 진행되는 것에 비해 INBP는 모든 과정이 학생들이 직접 참여해 진행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수업의 모든 과정은 프랑스어로 진행된다. 때문에 해외에서 온 학생들은 학교에서 지정하는 어학원에서 실시하는 프랑스어 테스트를 통과해야만 입학자격을 얻을 수 있다.

프랑스의 명문 제빵제과학교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

INBP가 지금은 전문교육기관으로 확고히 자리 잡고 있지만, 처음 설립 당시는 연구소의 형태였다. 이 때문에 INBP에는 전문적으로 빵을 연구하는 연구원들이 있는데, 이들은 수업은 하지 않고 오로지 제빵 연구에만 몰두한다. 이날 학교에서는 두 명의 연구원을 만날 수 있었는데 이들은 각각 밀가루에 포함되어 있는 성분인 글루텐을 연구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바게트 빵을 만드는 실험을 하고 있었다. 이렇게 과학적 검증을 거친 내용은 수업을 통해 학생들에게 전달된다. 카멜 메바키는 “밀가루의 종류나 수분함량과 같이 겉으로는 작아 보이는 차이 하나에도 빵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기 때문에 어떤 게 최적의 환경인가를 알기 위해 계속 빵을 굽고 연구하고 있다.”라며 “이런 연구는 학생들에게 전문적인 제빵 기술을 더욱 쉽게 가르치는 밑거름이 된다.”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끊임없이 연구하고 개발하는 노력이 상대적으로 짧은 역사의 INBP가 프랑스의 명문 제빵제과학교가 될 수 있었던 이유였다.

INBP, 국적 불문의 다양한 인재를 키우다

우리가 방문했던 날은 아직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이었지만 학교에는 처음 등록한 학생을 위한 이론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교실에는 다양한 국적의 학생이 수업을 듣고 있었는데, 실제로도 INBP에는 세계 각국에서 온 유학생이 많다. 이는 학교 측의 활발한 국제교류활동의 영향이기도 하다. 해외에 분교를 설립하거나, 교류를 맺은 학교에 강사진을 보내기도 하고, 또 직접 해외에서 학생들을 모집해 이곳으로 데려오기도 한다. 브라질에서 온 카를로스와 토마스가 바로 그런 경우. 카를로스는 “브라질에서 제빵학교에 다니다가 INBP의 제안으로 이곳에 오게 됐다.”라며 “브라질에서는 이론 위주로 수업이 진행돼 아쉬웠는데 이곳에서 실습 위주의 교육을 받을 수 있어서 좋다.”라고 말했다.
INBP의 해외교류는 한국과도 활발하다. INBP 웹 사이트에 한국어가 지원되며, 본교에서 제빵, 제과 C.A.P과정을 수료하고 프랑스 제빵제과분야의 박사학위에 해당하는 BTM을 보유한 김영희를 한국담당관으로 임명해 교류의 폭을 넓혔다. 몇 해 전부터 국내 대학과 교류를 이어오고 있기도 하다. 지난 7월에는 김영희 담당관이 객원교수로 있는 호서전문학교에 INBP 강사를 파견해 2주간 특강을 실시하기도 했다. 앞으로도 INBP는 이러한 국내 대학들과의 교류를 점차 늘려나갈 계획이다.

Mini Interview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자신의 꿈을 찾아 멀리 프랑스까지 날아온 당찬 김민경. 올해 21세의 나이로, 이미 INBP에서 제빵C.A.P과정을 수료한 뒤 올여름부터 루앙 시내의 불랑제리(boulangerie: 빵가게)에서 현장실습(stage)을 굳건히 해내고 있다. 일찍 본인의 길을 닦은 이 빛나는 꿈은 어떤 빛깔일까.

럽젠Q : 멀리 INBP까지 오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한국에서 조리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진학문제를 두고 고민하다가 유학을 결심하게 되었어요. 빵의 본토에서 배우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 프랑스로 오게 되었죠. 그중 INBP가 교육과정도 다른 곳보다 짧고, 전문화가 잘 되어 있다고 들어서 이곳을 선택하게 되었어요

럽젠Q : 프랑스에서 생활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과 좋았던 점은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언어가 가장 힘들었죠. 처음에 와서 말도 잘 안 통하는데다, 프랑스의 더딘 행정처리 속도 때문에 처음엔 체류증을 신청하고 은행업무를 보는 데 정말 답답했어요. 그래도 INBP에서 외국인 학생을 위해서 행정적으로 많이 배려해 주는 게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죠. 좋았던 점은 편하게 배울 수 있다는 것이었어요. 제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러 온 거니까 힘든 것마저도 즐거웠죠. 간혹 프랑스에 대한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유학 온 사람들이 있는데, 대부분 실망하고 돌아가요. 왜냐하면 실생활은 프랑스도 한국과 별로 다를 게 없거든요. 저는 처음부터 그런 기대는 하지 않아서 지금 생활에 만족하고 있어요.

럽젠Q : INBP에서의 수업은 어땠나요?

일단 제가 들었던 제빵C.A.P 과정이 자격시험을 보기 위한 수업이다 보니까 시험의 전 과정을 선생님께서 하나하나 가르쳐 주세요. 또, 다른 학교와 다른 점은 실습시간에 학생이 전부 참여할 수 있다는 거에요. 모르거나 잘 안 되는 부분이 있으면 옆에서 끝까지 알려주시죠. 전체적으로 수업이 전문적이고 실질적인 부분으로 이루어져서 좋았어요.

럽젠Q :프랑스의 직업교육 시스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예전에 INBP에 20대 중반쯤 되는 선생님이 계셨어요. 저도 나름대로 일찍 이 일을 시작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분은 14~15살 때부터 일을 시작해서 C.A.P를 이미 다 마치고 다른 과정에서 경력을 충분히 쌓아 젊은 나이에 교사가 되신 거죠. 그런 분을 보면 솔직히 좀 속상해요. 우리는 늦게 시작하니까요. 프랑스에서는 일찍부터 진로에 대한 교육이 잘 되어 있는 것 같아요. 비단 제빵 쪽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직종에서도요.

럽젠Q : 앞으로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나요?

지금 하는 현장실습이 11월까지인데, 이게 끝나면 제과 C.A.P를 들을 거에요. 그리고 끝나면 또 현장실습을 할 생각이고요. 프랑스에서 외국인이 정식으로 일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요. 노동 비자를 일단 받아야 하고 이를 위해 가게 사장님이랑 따로 계약도 해야 하죠. 그래서 일단 현장실습을 하는 가게에서 열심히 일하고 인정받아서, 거기에서 바로 취업하려고 해요. 그리고 요즘은 단지 프랑스에 유학을 다녀온 것만으로는 한국에서 크게 경력이 인정되지 않아서, 이곳에서 열심히 해서 유명해지던지, 유명한 가게로 들어가서 경력을 쌓아야 할 것 같아요. 그러려면 많이 부족해요. 더 열심히 할 거예요.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moticon

스티커 댓글

스티커를 사용해서 댓글을 남겨보세요!

댓글달기
  • 감동
  • 부들부들
  • 눈물
  • 두근두근
  • 좋아요
  • 사랑해요
  • 멋짐
  • 하하
  • 신남
  • 행복
  • 멘붕
  • 헉
  • 시무룩
  • 하이파이브
  • 응원
  • 쓰담쓰담
  • 뽀뽀
  • 박수
  • 선물하기
  • 고마워
  • 귀여워
  • 셀카
  • 저요
  • 열공
  • 쓰러짐
  • 씻기
  • 팩
  • 조세퐁

    @아멜리에. 간판이 아닌 능력에 따라 대우받는 풍토가 마련되어야 할텐데요. 요즘 한창 취업시즌이라 그런 생각이 더 드는 것 같아요.
  • 조세퐁

    @사과씨. 프랑스인들에겐 주식이라 그런지 빵에 대한 인식이 다르긴 다르더라고요. 또 맛있는 빵들이 어찌나 많던지. 크하!
  • 아멜리에

    제목에 끌려 들어왔어요.. 한국에서도 저런 생각 통하는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요즘 이것저것 생각할게 많네요 ㅠㅠ
  • 직접적으로는 아니고 물 마시러 거실 나가면서 얼핏 본 김탁구..를 보고 그냥 빵 반죽 이렇게 조렇게 해서 만들면 빵이 아니구나~하고 느꼈는데, 저런 연구를 정말로 하고 있군요. 오... 김민경양 열심히 배워서 하고 싶은 일 맘껏 하시길 바랄게요!

소챌 스토리 더보기

네 방에 누가 찾아온다. 공포게임 Top 5

더위 먹은 얼굴 살리는 뷰티템

알면 알수록 자랑스러운 역사 TMI

MT 공감유형

지친 마음 여기서 쉬어 가세요, 경남 하동 힐링 포인트 5

방콕러를 위한 가심비 아이템

쉿, 페이크 바캉스 핫플6

LG글로벌챌린저 얼빡자소서 #03 슬기로운 대학생활

2012년, 빙의하고 싶은 영화 속 주인공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