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사랑의 음악학교 2014, 그곳에서 느낀 ‘사랑’의 장면들

클래식? 실내악? 대중 음악에 익숙한 우리에겐 다소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는 장르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한 번 사랑에 빠지면 헤어나오기 힘든 장르 또한 바로 클래식이다. ‘LG 사랑의 음악학교’는 이처럼 클래식을 사랑하는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올해로 6년 째 된 실내악 전문 교육 프로그램이다. 솔로리스트에 익숙한 국내 음악 환경에서 실내악이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재능 있는 학생들이 유수의 교수진에게 실내악 교육을 받을 기회를 부여하는 아카데미. 지난 5월 11일 열린 LG 사랑의 음악학교 학생 콘서트, 12일 LG아트센터에서 열린 링컨센터 `챔버 뮤직 소사이어티` 스프링 콘서트의 화려했던 무대에 앞서, 그들이 공연을 위해 흘렸던 빛나는 구슬땀을 추적해 보았다.

왼쪽부터 바이올린, 첼로, 비올라 연주자들이 앉아 있고 뒤로 피아노 연주자가 앉아 있다. 그리고 길버트 칼리쉬, 안드레스 디아즈, 미샤 아모리가 아이들의 연주를 보며 레슨을 하고 있다.

Scene 1 : 서로 배려하는 ‘사랑’의 장르, 실내악을 연주하다

LG 사랑의 음악학교의 학생들은 그 이름처럼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형태의 ‘사랑’을 배우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우리나라의 입시 환경 탓에 솔로 연주에 익숙해져 있던 학생들은 이 실내악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는 점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왼쪽부터 인터뷰 중인 바이올리니스트 정원빈 양과 피아니스트 박채언 양. 정원빈 양은 남색 블라우스를 입고 바이올린을 들고 있고, 박채언 양은 검은 원피스를 입고 있으며 둘 다 시선이 왼쪽을 향하고 있다.

사실 국내에선 실내악을 접할 기회가 적은 편인데 많이 해 볼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그러면서 서로 맞추고 배려하는 걸 배울 수 있거든요. 또 개인적으로 음악을 할 때 전체를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배우게 되서 유익한 것 같아요. 제가 소홀히 할 수 있는 부분까지 알고 갈 수 있으니까요. 아무래도 이런 건 혼자서는 간과하기 쉽고 배우기 힘든 부분이죠. – 정원빈(18, 바이올린)

실내악은 따로 지휘자가 없기 때문에 연주자들끼리의 호흡이 무척이나 중요하다. 때문에 자신이 돋보이고자 하는 마음을 버리고 오히려 서로가 빛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장르인데, 어린 나이에 아이들은 서로를 이해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었다.

물론 다같이 연습하다 보면 싸우거나 부딪히는 경우도 많아요. 하지만 그럼에도 이 실내악을 통해 서로 배울 수 있는 부분이 참 많고, 그 충돌을 통해 결국엔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게 되거든요. 그 점이 실내악이 가지는 매력인 것 같아요. 어쩌면 다같이 실내악을 한다는 것 자체가 ‘사랑’의 음악학교라는 이름에 꼭 맞는 것 아닐까요?
– 박채언(17, 피아노)

아이들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들이 하고 싶은 걸 충분히 하고 있으며, 아주 많은 것들을 배워 갈 수 있는 부분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상단 사진, 인터뷰 중인 정원빈 양이 질문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하단 사진, 박채언 양이 인터뷰에 성실히 응하고 있다.

무대에 설 때면 관객과 소통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요. 그때의 희열이, 뭐라 설명할 순 없는데 정말 엄청나요. 그래서 전 앞으로 관객들과 호흡을 같이 느낄 수 있는 연주자가 되고 싶어요. 또 나아가 제 음악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두드리고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 정원빈(18, 바이올린)

Scene 2 : ‘사랑’을 남기다 – 서로에게 남기는 일주일간의 흔적들

LG 사랑의 음악학교는 일주일 동안 미국 링컨센터 챔버뮤직 소사이어티의 연주자들로 구성된 교수진에 레슨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이 마스터클래스를 통해 학생들과 교수들은 많은 부분들은 나누고 공유한다. 올 해는 길버트 칼리시(피아노), 우 한(피아노), 안드레스 디아즈(첼로), 미샤 아모리(비올라), 션 리(바이올린)이 내한했다. 그리고 대망의 첫 만남, 학생들과 교수 안드레스 디아즈를 만나 서로의 감상을 들어 보았다.

학생들이 말하는 ‘설렘’

카페 4인용 테이블에 왼쪽부터 예쁘게 교복을 입고 앉아 있는 이다빈, 김현지, 허고은솔, 심정우 학생이 앉아 있다.

처음엔 유명하신 분들이라 설렌 만큼 긴장도 많이 했는데 생각해보다 분위기도 좋고 제가 취약한 부분을 잘 봐주실 것 같아서 기대가 돼요. 벌써부터 새로운 부분들을 배워가고 있어요. – 이다빈(15, 바이올린)

걱정했던 것보다 편하게 대해 주셔서 크게 부담은 없는 것 같아요. – 심정우(15, 비올라)

학생들은 유명 교수진들에 직접 레슨을 받아 볼 수 있다는 것에 대해 큰 기대와 설렘을 가지고 있었다.
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1번 사진-김현지 학생이 다른 친구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2번 사진-테이블을 내려다 보며 생각에 잠긴 심정우 학생, 3번 사진-턱을 괸 채로 웃으면서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이다빈 학생, 4번 사진- 인터뷰 질문에 차분하게 대답하고 있는 허고은솔 학생.

처음 실내악을 배울 땐 혼자 하는 것보다 난이도가 쉬워서 이 프로그램을 통해 내가 많이 배울 수 있을까 싶었는데 확실히 배우는 부분들이 정말 많거든요. 때문에 이 마스터클래스도 기대가 커요. 아무래도 해외에서 유명하신 교수님들이 직접 오셔서 봐주시는 거라 새로 배울 수 있는 부분이 더 많을 것 같아요. 곡 설명을 통해 깊은 이해와 함께 음악사도 배우고, 음악적으로도 더 깨끗하고 완성도 있는 연주가 가능해 지지 않을까요? – 김현지(15, 바이올린)

긴장감보다도 벅찬 기대감에 젖어 있던 아이들은 교수님들께 전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말에 잠시 고민하더니 자신의 생각을 또박또박 얘기하기 시작했다.

부족한 부분은 더 지적해 주셔서 제가 아직 모르고 있는 부분들을 더 배울 수 있으면 좋겠어요. 또 가르쳐 주실 때 ‘이건 이렇게 저렇게 해라’보다 ‘이런 것들 중 어떤 게 괜찮을 것 같니?’ 이런 식으로 저희 의견도 물어봐 주시면서 가르쳐 주셨으면 좋겠어요. 재밌고 편하게요! – 허고은솔(15, 첼로)

챔버 뮤직 교수진, 아이들을 만나다
레슨실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안드레스 디아즈의 모습.
이번 레슨을 위해 내한한 CMS 소속 유명 첼리스트 안드레스 디아즈(Andres diaz)는 아이들과의 첫 만남을 굉장히 놀랍다고 표현했다.

정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아주 재능이 많은 친구들이에요. 긍정적인 힘 또한 넘쳐 나고요. 4년 전에 왔을 때도 좋았지만, 지금은 학생들이 실내악을 대하는 태도나 수준도 훨씬 높아진 것 같아요. 당시의 한국 학생들은 솔로에 굉장히 익숙한 상태라 실내악을 낯설어 했었거든요.

레슨실에서 첼로 연주자의 연주를 꼼꼼히 살펴 보고 있는 안드레스 디아즈. 허리에 손을 올렸다. 첼로 연주자는 자신의 연주에 몰입해 있다. 뒤로 피아노 연주자가 보인다.
그는 4년 전에도 한국에 와 마스터클래스 프로그램에 참가한 경험이 있다. 4년 전을 회고하며 그때에 비해 한층 높아진 국내 아이들의 실내악 수준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아이들에게 아주 다양한 것들을 가르쳐 주고 싶어 했다.

하이든의 현악 4중주는 프레이징이 매우 복잡한 곡이에요. 보통 곡들이 4 / 4 / 4 마디로 진행되는데 이 곡은 그걸 벗어나는 아주 어려운 곡이거든요. 때문에 그 음악의 구조를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요. 레슨을 할 때 아이들이 곡의 구조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작곡가들에 대해 알도록 하는 것 또한 중요하고요. 모든 작곡자들의 천재성을 이해할 수 있도록 가르쳐 주고 싶어요. 물론 상황마다 곡마다 중점을 두는 부분은 조금씩 다르겠죠. 예를 들어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소나타는 사실 피아노 소나타이기 때문에 그 피아노의 아티스트리(예술가적 기교)를 파악하고 그에 맞춰 연주를 해야 하는 것처럼요. 모든 작곡가들이 저마다 다른 음악 언어를 구사하는데 학생들이 음악 악보를 넘어 작곡가를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클래스를 통해 학생들에게 가르쳐 주고 싶은 것들에 대해 말하며 즐거워하는 그에게 학생들에게 혹시 들려주고 싶은 클래식이 있냐고 물었다.

바하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들려 주고 싶어요. 이 곡은 굉장히 간단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지만 첼로 곡 중, 가장 위대한 곡들 중 하나로 꼽히고 있죠. 간단함에도 불구하고 왜 위대한 곡일 수 있는지 아이들에 묻고 가르쳐 주고 싶군요. ‘Why is the best?’

Scene 3 : 당신에게 ‘위로’가 되는 음악, 클래식을 만나다

언젠가부터 국내에는 ‘힐링’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치이고 지친 마음을 위로 받고자 사람들은 ‘힐링’을 부르짖었다. 아이들은 사랑의 음악학교에서 음악적인 능력을 배울 뿐만 아니라 서로 사랑하고 이해하는 법까지 배우곤 한다. 이 클래식을 통해 다른 사람들 또한 사랑을 느끼고 위로 받을 수 있을까.
레슨실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길버트 칼리시. 피아노에 한 쪽 팔을 기대고 있다. 희끗한 머리가 벗겨져 있고 얼굴엔 안경을 쓰고 있다.

나는 꽤 오랜 시간을 보내 왔기 때문에 음악을 하면서 가장 행복했던 하나의 순간을 꼽는 것은 굉장히 어려워요. 다만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내 연주를 병행할 수 있던 것, 내 파트너와 3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함께 공연을 할 수 있었던 것 등 이 모든 것들이 음악을 통해 느낀 내 행복이죠. 음악을 통해 나는 아주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 오기도 했고요.

내한한 교수진 중 가장 연장자이자 CMS 소속 유명 피아니스트인 길버트 칼리시는 음악을 하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에 대해 묻자 이처럼 답했다. 그는 음악 자체를 행복으로 느끼고 있었다. 이어서 음악으로 위로받은 기억에 대해 묻자, 그는 아래와 같이 답했다.

나이가 들면서 내 주변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나는 그 순간 순간 음악으로 위로 받으며 그들을 보낼 수 있었죠.

두 사진 모두 웃고 있는 길버트 칼리시의 모습이다. 한 쪽 다리를 꼬고 두 선을 맞잡은 채 앉아 있다.

우리는 참을성 없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빠름을 즐기고 즉각적인 즐거움을 원하죠. 그러나 고전, 셰익스피어처럼 긴 기다림을 병행하는 감상에서 오는 즐거움을 느끼는 건 매우 중요해요. 물론 어릴 때부터 접하지 않으면 낯설고 힘들 수 있지만 그래도 시도해 보는 걸 추천합니다. 클래식은 아주 느리게 당신에게 행복감을 주며 위로해 줄 테니까요.

길버트 칼리시는 위로를 위한 음악을 추천해 달라는 질문에 익살스러운 웃음을 내비치며 말을 이었다.

당신에게 위로가 필요하다면 바하나 하이든의 곡을 추천합니다. 특히 하이든은 아주 행복한 사람이었어요. 그의 음악을 들으면 훨씬 텐션이 올라가고 즐거워질 겁니다. 단, 힘들 때 베토벤을 듣는 건 아마 더 스트레스가 될 지도 모르겠군요.(웃음)

그는 일흔이 넘는 나이였음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위트가 넘쳤으며 말 한 마디 한 마디에서 힘이 느껴졌다. 그는 그가 표현한 하이든처럼 ‘very happy man’이었다. 고령의 나이에도 해외를 오가며 여전히 아이들을 가르치고 자신의 음악을 하면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그의 긍정적인 에너지는, 그가 사랑하는 음악에서 오는 게 아닐까 싶다.

에필로그 : 음악과 사랑에 빠진 아이들을 만나다

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모두 무대 위에서 공연 리허설을 하는 사진, 1번 사진- 바이올린을 켜고 있는 세 연주자들, 2번 사진- 바이올린, 첼로, 비올라, 피아노 연주 사진, 3번 사진 ?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 연주 사진, 4번 사진 공연 피날레를 위해 첼리스트들이 전부 무대 위에 올라와 악기를 연주하고 있다.
그리고 5월 11일, LG 사랑의 음악학교 학생들은 연습의 결과를 눈부시게 세상에 뽐내고 있었다. 공연은 성공적이었고, 마지막 곡을 연주하던 순간까지 학생들의 눈에서는 설렘과 희열이 가득했다.
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모두 무대 앞 아래에서 공연 리허설을 하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들의 사진들. 1번 사진?최연소 남학생이 바이올린을 켜고 있다. 2번 사진- 바이올린을 켜고 있는 늘씬한 여학생. 3번 사진- 카메라를 들이대자 연주중 웃음이 터진 학생. 4번 사진-너무나도 예쁜 모습으로 눈을 감고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는 학생.
학생들은 아직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꿈을 향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었다.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살아 남기 위해 스스로를 착취하는 근래의 부정적인 그림들과 달리, 진심으로 음악을 사랑하고 제 연주를 한껏 느끼며 즐기는 모습, 그리고 클래식과 실내악이라는 장르를 통해 서로를 ‘배려’해 가는 모습들을 보며 CMS 교수진들이 말한 아이들의 ‘긍정적인 힘’과 클래식의 ‘긍정적인 힘’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다소 지루하고 낯선 장르일 수 있지만 한 템포 늦춰 클래식이라는 장르를 통해 우리들 또한 그들처럼 ‘very happy man’이 되어 보는 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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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피아노를 혼자 다시 쳐보고 있는데 연습하는 게 너무 지루해서 버려놓은 피아노를 보니, 뭔가 음악하는 사람들은 대단해보여요. 악기를 다루는 일도 절대 연습시간이 필요한 것인데, 꿈을 향해 나아가는 학생들을 보니 반성되기도하고, 그들이 멋져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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