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한국 스타일 그녀, 소니아 서울산업대 영어영문학과 06학번 (파키스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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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서울산업대학교 영문과 학생이다. 한국에서 영문학을 전공하는 파키스탄 사람이라니 언뜻 이상하다. 소니아는 파키스탄에서 2년제 대학교를 다니며 회계를 전공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일하는 아버지의 부담을 덜어드리고, 경영 공부도 할 겸 한국에서 일하는 아버지를 따라 한국으로 왔다. 한국에 오기 전에는 한국 사람이었던 외숙모를 딱 한 번 본 게 한국에 대한 지식의 전부였다. 심지어 친구들이 한국에 가면“한국사람들은 벌레 를 먹는다”고 겁을 주는 바람에 한국에 오자마자“나 밥 먹어요, 벌레 안 먹어요.”라고 말하고 다녔을 정도 라고. 경영 공부를 하고 싶었지만 한국어를 잘 몰랐 기 때문에 결국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영문학과를 지원 해야 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는지 한국어를 유창하게 하게 된 지금은‘취미’로 금속공예학과 수업도 듣고 있다고. 그녀는 나이가 좀 들어선 자신만의 부티끄샵 을 여는 것이 꿈일 만큼 워낙 패션 쪽에 관심이 많아 서, 작년 금속공예학과의 졸업전시를 보고선 올 해부 터 수업을 듣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아무리 좋아 하는 일이라지만 디자인 전공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듣다 보니 어려움도 많을 터. 요즘은 졸업 작품으로 조원들과 학춤과 관련된 옷과 장식구들을 준비하고 있다고.

“학춤 준비 때문에 미치겠어요. LED를 이용해 옷과 쥬얼리를 직접 디자인 하는 것인데 나는 같이 준비하는 학생들과는 달리 1학년 때부터 수업을 들은 게 아니라서 여기저기 자꾸 물어보고 부탁해야 해서 더 힘든 것 같아요. 특히 학춤에 대해서 전혀 아는 게 없어서 친한 친구에게 부탁해서 학춤 비디오도 찾아보고, 인터넷 자료를 번역해서 알아보고 해야 했어요.”

학춤 디자인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를 하는 그녀에게 역시 한국 대학생들은 공부할 것도 많고 더 힘든 것 같다는 이야기를 슬며시 꺼내자 예상 외 답변이 돌아왔다.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는 한국이 더 많이 받지만 사실 파키스탄이 공부는 더 많이 해야 해요. 특히 외워야 하는 이론들이 많고, 한 학기 마다 논문을 2편 정도씩은 만들어야 해요. 한국처럼 정해진 프리젠테이션은 잘 안 하지만 수업 중간에 갑자기 교수님이 발표를 시키기 때문에 항상 준비를 해야 해요. 하지만 한국처럼 부모님들이 일등을 강요하진 않아요. 외국에서는 하고 싶은 공부를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즐겁게 하는데 한국에서는 누구보다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많아서 스트레스 많이 받는 것 같아요.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이 약한 것 같아요.”

2주 전부터는 대학교 야구팀에도 가입했다. 한국에 오기 전 파키스탄에서도 꽤 오랫동안 야구를 즐겼다는 그녀는 여자 야구팀을 찾아 다니다가 결국 남자 학생들뿐인 야구팀에 유일한 여자 학생 으로 가입했다. 친구들이 “언니 미쳤어?” 라는 반응을 보이긴 했지만 7년 만에 공을 던졌는데도 옛날 실력이 나오는 것 같다며 자랑하는 그녀. 가입 후 처음 치렀다는 다른 학교와의 시합에서 산업 대 야구팀이 이긴 것도 그녀의 멈추지 않는 기를 팍팍 받은 덕분이 아닐까.

“난 에버랜드 벌써 12번째야.”
그녀의 한국 친구가 에버랜드 같이 가자고 했을 때 그녀가 답한 대답이다. 한국에 온 지 5년이 넘은 그녀에게 한국은 이미 다 점령당했다. 기숙사 룸메이트에게 불닭을 먹으러 가자고 했을 때도 “소냐 나도 불닭 못 먹는데~” 라는 반응이 돌아온 것도, 오늘 점심으로 기숙사 식당에서 김치찌개와 어묵 반찬을 먹고 온 것도 이제는 평범한 일상이 돼버렸다. 혹시나 엄마를 만나고 오면 한국으로 돌아오기 싫어질까봐 집에도 자주 안 간다는 그녀. 물론 외국에 홀로 떨어져 있다는 사실에 힘도 들고, 가족들과 함께 시간도 보내고 싶은 마음도 굴뚝 같지만 그녀에게 진짜 가족 같은 친구들이 있어 한국에서의 시간이 더 행복하단다.

그런 그녀에게 한국에서 가장 어려웠던 것을 묻자‘한 국인들만의 술 문화’를 집었다.
“나도 사람들이랑 친해지고 싶은데 친해지고 싶으면 술을 먹어야 한다고 해요. 난 밤에는 집에 가는데 한국 사람이랑 밤새 술 먹은 친구가 다음날 친해져서 돌아 오고, 그런 분위기가 잘 안 맞았어요. 하지만 난 대신 음식을 많이 먹기로 했어요. (웃음)”

12월 초에 열릴 졸업 전시회를 준비하며 이제 졸업을 앞두고 있는 완전 한국 스타일 그녀가 고국으로 돌아 가버리면 어쩌나 하는 아쉬움에 앞으로의 계획을 물어 봤다.
“자동차나 전자 회사 같은 한국의 대기업에 들어가고 싶어요. 해외 영업부로 가서 경영공부랑 영어공부를 함께 해보고 싶기도 하고… 난 나중에 옷 가게를 내고 싶은데 전자나 자동차 디자인을 많이 접하는 것이 나중에 도움이 될 것 같거든요.”

그녀는 늙어서도 공원에 놀러 다니는 할머니가 되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그냥 늙어서 편안히 쉬는 할머니가 아니라 욕심껏 할 수 있는 것 다 하는 멋진 할머니가 되고 싶다고. 그녀를 잘 모르는 친구들은 아침 여덟 시부터 영화를 보러 가자고 하는 그녀에게 “언니는 왜 쉬는 시간도 없어?”라며 불평 아닌 불평도 하지만 이런 그녀의 욕심은 자신의 앞에 있는 사람을 1분 1초라도 기쁘게 해주기 위함이란 걸 그녀와 잠시라도 함께 한다면 금새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혹시 서울산업대 캠퍼스에서 자전거를 타는, 야구를 즐기는, 금속공예 디자인에 푹 빠진 그녀를 만난다 면 인사라도 건네보는 게 어떨까. 그녀는 눈매가 조금 깊고, 피부색이 진한, 결코 어느 날 갑자기 외국 으로 떠나버리지 않을, 진짜 한국인이니 말이다.

글,사진_김희수 / 15기 학생기자
고려대학교 언론학부 07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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