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세 늦깎이 영화학도의 ‘이 순간을 사는 법’ 중앙대학교 영화학과 06학번 쓰지모토 세이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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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마흔 두 살의 세이코, 현재 중앙대학교 영화학과 마지막 학기를 다니고 있다. 방학 때 마다 일본으로 돌아가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벌고 학기에 맞춰 한국에 돌아와 학교를 다니기를 5년 동안 반복했다. 언뜻 들어서는 이해가 가지 않을 법한 생활. 왜 그녀는 지금 대학교를, 그것도 한국에서 다니고 있을까?
사실 저도 30대 중반까지는 광고회사도 다녀봤고, 케이블 방송국에서도 일했었어요. 케이블 방송국에 서 일하다 보니 세계 여러 나라의 방송도 볼 수 있었죠, 그러다가 배용준씨가 나오는 <겨울연가>을 우연 찮게 봤 는데, 아.. 그게 화근이었어요. (웃음) 물 론 일본말로 자막이 있었겠지만 한국말로 듣고 싶어서 그때 한국어를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세이코는 케이블 방송국 업무가 많은 관계로 일주일에 한 번씩 정도밖에 한국어를 배울 수 없었다. 그렇지 만 꾸준히 1년 동안 한국어를 배우며 드라마 를 이해할 수 있을 만큼의 수준에 올랐다. 그러나 세 이코의 도전은 그치지 않았다. 세이코는 또 한번의 ‘이끌림’을 느꼈다고 한다.

“일 년 정도 지났을까, 다니던 학원에서 같이 한국어를 배운 학생이 한국으로 대학을 갔다는 말을 전해 들었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나도 가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왠지 그냥 웃고 지나칠 수 없었어요. 그 친구는 나이는 어렸지만 그 에너지가 너무 멋있었어요.”

본래 하고 싶은 일은 해야 속이 편하다는 세이코. 결국 그녀는 어머니의 반대를 무릅쓰고 다니던 회사를 그만 뒀다. 결혼을 하지 않은 것, 나이가 많이 든 것… 그것은 세이코에게나 다른 사람들에게나 분명히 별 일이었지만 큰 일은 아니었다. 그녀에겐 더 중요한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녀는 유학 결정 후 1년 동안 서강대학교 한국어 어학당을 다니면서 더욱 한국어 공부에 매진했다.

그렇다면 세이코는 하필 왜 영화학과를 선택했을까. 사실 세이코는 특별하게 영화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한다.

“한국어 어학당에서 가끔씩 영화를 틀어주고 한 장면, 한 장면이 어떤 의미인지를 알려주는 수업이 있었어요. 영화를 통해 말과 행동, 느낌을 한꺼번에 공부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하루는 <8월의 크리스마스>라는 영화를 가지고 수업을 했는데, 정말 감명 받았어요. 어떻게 인간의 감정을 저리도 세세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들었나 싶었어요. 그러고는 다짜고짜 영화학과에 가야겠다고 생각 했죠, (웃음) 친구는 영화학과를 가려면 중앙대로 가라고 했어요. 그 당시 전 영화학과가 중앙대밖에 없는 줄 알았어요.”

많은 사연을 지나 중앙대에 입학한 세이코는 고품격 영화교육을 받으며 4년을 지냈다. 현재 졸업을 위한 시나리오를 집필중인 그녀는 그간의 학교 생활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빨리 갔다며 아쉬워했다. 4년 동안 영화에 매달리면서 남몰래 눈물도 많이 흘렸다고.

“저는 한국영화에 큰 감명을 받고 들어왔지만, 여기 영화학과의 학생들은 대부분 영화광이자 영화통이예요.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겠죠. 그래서 제가 너무 부족하다는 것을 많이 느껴요. 지금도 마찬 가지고요. 영화작업은 극도의 섬세함을 요구하는데, 언어 문제는 가장 큰 문제였어요. 배우에게 제가 느낀 감정과 생각을 전달하기에 너무 어려웠죠. 졸업은 연출이 아닌 시나리오로 하려고 해요. 지금 어머니에 관한 이야기를 토대로 쓰고 있어요.”

세이코는 분명 세대차이도 느끼고 한국과 일본간의 문화적 차이도 느꼈다고 한다. 시간 약속이 철저한 세이코에게 한국인의 시간관념, 더욱이 영화학과라는 예술 분야의 자유분방한 분위기는 적응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그렇지 만 세이코는 자신이 가진 개성을 그대로 살리며 이런 문화에 그대로 공존하였다.

“제가 먼저 인정하고 이해하려고 하면 풀리지 않는 것이 없어요. 일본에서 분명히 잘못한 일인데 한국에서는 별 일 아닌 것이 있듯이, 그 반대도 마찬가지죠. 항상 모든 것이 경험이라고 생각하면 참 재미있어요.”

어느덧 한국과 인연을 맺은 지 5년 째, 이제 졸업을 준비하는 세이코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계획은 없어요. 한국에 무작정 좋은 것을 따라 왔던 것처럼 지금은 제가 좋은 것을 따라가려고 해요. 그런데 신기한 것은 그렇게 관심 있는 것을, 신이 나는 것을 따라가다 보면 마치 준비 된 것 같이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저에게 다가오는 여러 상황이 그런 맥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더욱 저를 신나게 해요. 계획은 정하지 않아요. 지금은 시나리오를 쓰는 것이 좋을 뿐이죠.”

강물처럼 흘러가는 세이코의 삶의 방식과 학교 생활은 겉으로 보기엔 편하게 보였다. 하지만, 그녀에게선 그것을 결정하기까지 수많은 용기와 외로움의 감내가 있었음이 감지됐다.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통해 현재까지 달려온 세이코, 그녀의 진정한 자유로움에 박수를 보내면서 앞으로의 행보에 기대를 걸어본다.

 

글,사진_허성준 / 15기 학생기자
한국외국어대학교 인도어과 04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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