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제게 ‘기억’이라는 단어로 남겠죠.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영대 08학번 알하비마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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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마치 한국 친구와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당구를 잘 치냐는 질문에도 마치 한국인이 말하듯 “치긴 치는데 잘 치는 건 아니에요.”라고 대답하는 그. 원래 의학을 전공하던 그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회사 ‘사우디아람코’의 사내 유학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으로 유학을 오게 됐다고 한다. 처음에는 동아시아라고 하면 전부 중국이라고 생각했는데 2년 반이 지난 지금은 얼굴만 딱 봐도 어느 나라사람인지 구분이 간다고 하니 이제 한국인이 다 됐다. 한국인이 되기 위한 필수 코스는 역시 젓가락질.


“젓가락질도 할 수 있어요. 잘하는 건 아니지만. 처음 왔을 때 친구들이랑 식당 가면 맨날 젓가락 못 쓰고 포크 달라고 했는데 한국에서 일년 살아보니깐 한국에서 살려면 젓가락질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배웠어요.”

젓가락질을 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한국 음식도 즐긴단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으로 꼽은 것은 바로 닭갈비. 연신“맛이 최고에요.” 를 반복하는 그를 보니 종교적인 이유로 음식을 가려먹어야 하는 그가 불편하지는 않았을까 하는 걱정은 말끔히 씻겼다.

물론 처음에는 어려운 한국말과 어색한 발음 때문에 고생도 많았다고 한다. 친구들과 63빌딩에 가려고 택시에 타서 육삼이라고 했는데 어색한 발음 탓에 역삼역까지 갔다 온 적도 있었단다. 이외에도 나이 세는 방법을 아직 안 배워서 실수했던 경험 등 그의 이야기 속에는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배운 한국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한국의 축구 경기를 자주 보는 정도였을 뿐 사실 한국을 잘 알고 있었던 건 아니었다는 그는 왜 한국행을 선택했을까?

“우리나라에 한국 사람들이 많고 아버지 친구 중에도 한국 사람이 많았어요. 근데 한국에 대해선 아는 게 별로 없었어요. 저는 원래 영어를 잘하니깐 다른 말을 하고 싶고 해서 한국을 선택했어요.”

한국을 축구를 통해 알았을 정도로 축구를 좋아하는 그는 6월에 있을 사우디아라비아와 한국의 축구 경기에 벌써부터 들떠 있었다. 한국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응원하자니 혹시 눈치가 보이는 건 아니냐는 기자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축구 이야기를 늘어 놓는다.

“축구에서 제일 재미있는 건 서로 다른 팬들이 만나서 말싸움하고 그런 거에요. 전 친구들이랑 다음 경기에 10개 정도 내기하고 있어요. 만약에 사우디아라비아가 지면 50만원 내야 할 지도 몰라요. 저랑 제일 친구가 재미교포인데 그는 한국을 응원하니깐 그 친구랑 제일 경쟁이 심해요.”

그가 한국에서 가장 특이하다고 생각했던 점은 바로 한국 특유의‘정’문화였다. 한국에 왔을 때 특히 나이 많은 분들이 잘 대해주셔서 고마웠다는 그는 가게에 갔을 때 자기가 외국인 학생이라고 하면 값도 잘 깎아 주신다면서 슬쩍 미소를 띠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묻자 그냥 공부 잘하고 무엇보다도 좋은 친구들을 많이 만나고 돌아가는 것이라는 평범한 대답이 돌아온다. 여느 대학생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대답이 의외다. 3년 정도 후에 대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다시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거창한 계획을 세우기 보단 계속 기억에 남을 좋은 친구들을 사귀고 싶다는 것이 그의 마음이다. 그래도 돌아가기 전에 해보고 싶은 것이 없느냐고 묻자 그는 여행을 가보고 싶다고 대답한다. 가장 먼저 나온 곳은 바로 부산. 부산은 사투리가 심하기는 하지만 부산 사투리를 듣고 있으면 재미있고 친근감이 느껴져서 좋단다.

그가 오늘‘외국인이야’ 하고 속삭이는 행인들을 마주친 건 처음이 아닐 터.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전혀 다른 문화 속에서 지내는 시간이 역시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다행히 회사에서 비행기표를 부담하기 때문에 집에는 자주 다녀온다는 그는 그래도 가끔씩은 집에 돌아가고 싶어 질 때가 있다고 털어놓는다. 그런 그에게 한국은 어떤 곳일까?

“3년 정도 뒤에 졸업하고 나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일을 할 거에요. 그러니깐 한국은 제게 다 기억이 될 거에요. 그래서 좋은 기억 많이 쌓고 싶어요. 돌아가면 역시 친구들이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한국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없느냐고 묻자 꼭 하고 싶었던 말이 있었나 보다.

“제가 수업에 들어갈 때 저 보지 말고 그냥 교수님 봐주세요. 계속 절 보면 전 좀 괴로워요. 어떤 나라 사람인가 그런 생각하는 것 같아요. 만약에 저에게 관심이 있으면 어디 나라 사람인지 상관하지 말고 말 걸어줬으면 좋겠어요.”

그는 닭갈비와 축구를 좋아하고 부산 사투리의 매력에 빠져있는, 한국을 사랑하는 남자다. 하지만 아직 한국은 그가 익숙해지기엔 시간이 더 필요한가 보다. 한국에서의 그의 시간이, 아니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기억들이 첫사랑의 핑크 빛 같은 색깔로 남기를 기원해본다.

글,사진_김희수 / 15기 학생기자
고려대학교 언론학부 07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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