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쌀라무 알라이쿰(당신에게 평화를)” – 마나르 모하이센(인하대학교 정보통신대학원 박사과정)


그 누가 삶은 전쟁이라고 했던가. 지금 마나르에게 그가 처한 현실을 이보다 더 적확히 설명해주는 말은 없다.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곳 중 하나인 가자지구. 팔레스타인남서부, 이집트와 이스라엘 사이의 지중해 해안을 따라 길이 약 50㎞, 폭 5∼8㎞에 걸쳐 가늘고 길게 뻗은 이 지역은 언제 이스라엘의 폭격이 시작될지 몰라 늘 가슴 졸여야 하고, 삶보다 죽음을 먼저 배워야 하는 마나르의 고향이다. 그리고 지금 그 곳에는 사랑하는 그의 가족들과 친척 그리고 친구들이 살고 있다.
“몹시 불안합니다. 작년 말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이 시작된 이후, 혹시나 가족들의 신변에 이상이 생기진 않을까 마음 졸이며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교전이 치열했던 1월에는 전화조차 잘 되지 않아 가족들의 안전을 확인할 길이 없어 수심으로 하루하루를 셌습니다.”


마나르는 알제리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태어난 지 1년 만에 그는 팔레스타인으로 보금자리를 옮겼다. 프랑스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한 이후, 새로운 경험에 도전해보고 싶고, 활기찬 한국을 알고 싶었기에, 그리고 때마침 한국에서 동생과 친구들이 공부를 하고 있는중이어서 3년 전 우리나라로 오게 되었다. 갈비탕을 가장 좋아한다는 그는 한국인들의 근면성과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도전하고 성취하려는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한국 사람들은 영어로 말하는 것에 대해 굉장히 부끄러워하고, 꺼려하는 경향을 보여서 아직 한국말을 잘하지 못하는 그에게 있어 이는 가장 심각한 문제이자 장애물이다.
그는 굉장히 바쁘다. 박사학위를 취득하기 위해 공부에 매진해야 하는 한편, ‘팔레스타인 평화연대’라는 단체를 통해 조국 팔레스타인의 현실을 국내에 알리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으로 온 이후에 한번도 제대로 된 자유시간을 가져본 적이 없을 정도라고.

마나르는 두 명의 사촌형제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인해 잃었다. 가자지구에 사는 팔레스타인 사람이라면 그 누구도 죽음과 고통으로부터 멀리 있지 않다. 전쟁의 상흔으로 주변사람들 중 한두 명 정도가 죽은 것은 이제 팔레스타인에서는 예삿일이다. 또한, 가자지구는 흔히 ‘하늘만 열린 감옥’에 비유된다.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해서 쉽게 그 곳을 나가지도, 그리고 외부로부터 다시 들어오기도 어려운 실정이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힘없는 어린아이들과 여성들은 이스라엘군의 위협에 스러져가고 있다.

“이스라엘은 어린아이들과 여자 그리고 민간인들을 죽이는 잔인한 전쟁을 계속해가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경우에는 잘 훈련된 정규군이 전투에 임하는 한편, 팔레스타인은 기껏해야 현실에 분노한 민간인들이 조잡한 무기로 대응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작년 연말부터 시작된 전쟁의 원인으로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이 먼저 공격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평화를 원한다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왜 이스라엘을 향해 공격을 그치지 않는 것일까.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이스라엘에 대항해 생존을 위한 투쟁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향해 위협을 가하지 않는다면 우리도 그들을 향해 결코 대응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들이 우리의 영토와 자치권을 인정해준다면, 우리도 그들의 존재를 인정해줄 것입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팔레스타인의 영토 전부도 아닌, 22%(가자지구와 서안지구, 동예루살렘)와 팔레스타인 국민들의 안녕입니다.”
그는 “이스라엘을 향해 맞서 싸우는 우리는 결코 테러리스트가 아니다”고 전한다. 옛 한국이 일본의 침략에 극렬히 저항했듯이 그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마나르를 비롯한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조국 팔레스타인이란 삶의 안식처에서 어느덧 목숨을 걸고 사수해야 하는 고지가 되어있었다.

“한국인들을 사랑합니다. 친절하고 근면 성실한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대부분의 한국사람들은 팔레스타인 문제에 무관심하다는 것입니다. 또한, 어느 정도 안다고 하는 사람들도 미디어의 왜곡으로, 서방세계의 선전·선동으로 사안에 대해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팔레스타인의 역사를 읽기 바랍니다. 시시각각 전해오는 정확한 팔레스타인의 소식을 접하길 바랍니다. 그리고 울부짖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기 바랍니다.” 한국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면 그는 다시 팔레스타인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위험한 곳으로 다시 떠나는 이유, 이유가 필요할까. 연어가 살던 곳을 떠나 자기가 났던 그곳으로 수천km를 거슬러 올라가는 것은 본능이다. 목숨을 장담할 수 없는 고향으로 떠나는 고난의 여정 역시 귀소본능 말고는 어떠한 수사로도 설명되지 않는다. 정보통신기기를 만드는 작은 공장을 만들어 가족들과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소박한 그의 꿈이 이뤄지길 빈다. 물론 그전에 더 이상 전쟁으로 아무도 상처받지 않는 그 곳의 평화를 빌며.

글_이재욱 / 14기 학생기자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05학번

사진_서은홍 / 14기 학생기자
성신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과 06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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