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보다 더 한국을 사랑하는, 그녀는 욕심쟁이 – 명지대학교 전자공학과 05학번 왕리


한국인보다 더 한국을 사랑하는 그녀는 욕심쟁이 - 명지대학교 전자공학과 05학번 왕리

누군가를 만날 때 상대방을 참 기분 좋게 해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내내 치통을 일으키던 사랑니를 뽑아내듯 시원
하게 꼽을만한 이유는 없지만 그냥 함께 있으면 마법의 
주문을 거는 것처럼 마냥 주위사람들을 유쾌하게 하는 사람
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녀와 인터뷰하는 내내 저는 그녀
의 마법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글,사진

“빨리 오셨어요.” 인터뷰이를 오랜 시간 기다리게 만든 못된 기자를 그녀는 재치 있는 농담으로 반겨준다. 연신 죄송하다는 사과에 “괜찮아요. 1시간 밖에 기다리지 않은걸요.”라며 더욱 머리를 조아리게 만든다. “나한테 무슨 이야기를 듣고 싶은 거죠?”, “아, 먼저 통성명을 해야겠군요. 전 왕리라고 합니다.”, “이름이 뭐예요?”, “몇 살이죠?”, “학생이에요? 어느 학교 다니죠?” 머쓱한 표정으로 자리를 털어내고 앉자마자 질문들이 속사포처럼 쏟아져 나온다. 주객이 전도되었단 말이 이보다 더 맞을 수 있을까? 그녀는 대답이 너무 늦다며 기자를 재촉하기까지 한다. 인터뷰를 하기 전부터, 그녀에 대해 무언가 알기 전부터 이미 그녀의 오묘한 매력에 압도당했다.

왕리(王莉). 중국 칭다오(靑島)에서 온 그녀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청도과학기술대학에 진학했다. 중국열도가 한류열풍에 휩싸인 그 때, 그녀 역시 한국사랑에 푹 빠져있었다. “내이름은 김산순(김삼순), 풀하우스, 여름향기 등 많은 한국드라마를 봤어요. 한국 연예인 중에는 성시경을 가장 좋아해요. 목소리가 달콤하잖아요.” 칭다오는 세계 유수기업들이 진출해있는 곳이다. 자연스레 그녀도 LG를 비롯한 여타 한국기업들을 접하게 되었고, 한류열풍과 시너지효과를 일으켜 그녀의 한국에 대한 호기심은 부풀어만 갔다. 때마침, 그녀가 다니던 청도과학기술대학은 경북 영주에 있는 동양대학교와 교류를 맺고 있었다. 그리고 6개월간의 한국어 공부 끝에 그녀는 동양대학교에 교환학생으로 오게 되었다. 6개월간 중국에서 한국어 공부를 하고 왔지만, 현지에서 듣는 한국어와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그래서 막 입국하고서는 의사소통도 잘 안되고, 하루하루 생활이 힘들었다.
“한국어가 잘 안 통해서 영어를 섞어 사용했는데, 어느 날, 어떤 남자분께서 저에게 Can I have you? 라고 하지 않겠어요? 뭐 이런 사람이 다 있나 하면서 화가 많이 났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곤경에 빠진 저를 도와주려 Can I help you? 하고 물은 것이더라구요.”
그 일이 있은 후, 그녀는 오기가 생겨 한국어 공부에 더욱 매진하게 되었고,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하는 지금의 수준까지 이르게 되었다.


아버지의 친구분께서는 중국과 한국에서 사업을 하고 계셨다. 그리고 그 친구분께서 같이 동업을 하고 계시는 한국인들을 소개시켜주었다. 서울에서 그들과 첫 만남을 가진 그녀는 처음 그들에게 “사장님, 사모님”이라고 불렀단다. 하지만 사모님께서(양어머니) “날 사모님 보다는 어머니라고 불렀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고, 이국의 낯선 땅에서 피붙이 하나 없이, 외로이 살아가던 그녀는 그들의 따뜻한 애정과 관심에 마음이 스멀스멀 녹았다. 그리고 아무런 거리낌 없이 그들을 또 다른 아버지, 어머니로 모시기로 했다.

용인에 사시는 양아버지, 양어머니(실제 왕리는 그들을 아버지, 어머니라고 불렀다.)와 같이 살기 위해 그녀는 용인에 있는 명지대학교에 편입했고, 지금은 그들과 함께 살고 있다. 지극정성으로 자신을 보살펴 주시는 분들이라며 연신 그들에게 감사함을 표했고, 특히 양어머니의 건강이 안 좋으시다며 인터뷰 내내 걱정하는 기색이었다.

그녀의 특기는 노래 부르기다. 2008년 6월, 그녀는 KBS 전국노래자랑이 경기도 용인에서 열린다는 포스터를 학교 근처 전봇대에서 발견한다. 주변 사람들의 권유에다 이미 용인 처인성가요제에 출전했을 정도로 뛰어난 가창력을 자랑하는 그녀이기에 예심을 보게 됐다. 총 150명이 예심을 본 가운데 최종 12명만 본선에 나가게 됐는데, 그녀는 당당히 그 가운데 이름을 올렸다. “제가 꼭 노래를 잘했다기 보다는 아무래도, 외국인인데 한국말도 잘하고, 게다가 한국노래까지 부르니 신기해서 뽑아주지 않았을까요?” 무대에서 장윤정의 ‘꽃’을 부른 그녀는, 사실 트로트를 좋아하진 않는다. 하지만 어른들이 많이 시청하는 전국노래자랑의 특성상 선곡을 그렇게 했다고 한다. 왕리의 주체할 수 없는 끼, 톡톡 튀는 매력은 용인시민 앞에서, 전국의 시청자들 앞에서 빛을 발했다. 그리고 그녀를 유심히 지켜보던 KBS 전국노래자랑의 담당 프로듀서는 그녀에게 ‘미녀들의 수다’ 출연을 권유했다. “‘미녀들의 수다’ 출연을 권유 받았을 때, 저는 정중히 거절했어요. TV프로그램에 나오는 것도 좋고, 그 덕분에 제가 유명해지는 것도 좋겠지만 ‘미녀들의 수다’라는 프로그램은 왠지 ‘외국 여성을 상품화한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그리고 무엇보다 제가 출연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어요. 전 유명해지기 위해 한국에 온 것도 아니고, 스타가 되기 위해 한국에 온 것도 아니기 때문이죠. 전 어디까지나 한국의 문화를,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왔거든요.”

뼈다귀 감자탕을 가장 좋아한다는 그녀는 천상 한국인이다. 김치찌개, 된장찌개 등 한국음식들 중에 못 먹는 것이 없다고 한다. 또, 여행이 취미인 그녀는 시간이 날 때마다 한국의 명승지 이곳 저곳을 답사한다고 한다. 지금까지 가본 곳만 해도 해남, 대구, 익산, 광주, 제주도, 강원도 일대, 군산, 익산, 전주, 설악산 등 손으로 다 꼽기가 힘들 정도다. 오죽했으면 “제가 기자님보다도 더 많이 다녀봤을걸요.”라고 말을 했을까?

장차 한국학 교수가 되고 싶다는 왕리. 중국학생들이 한국에 대해 알아갈 수 있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서울대 대학원에 입학원서를 넣었다. 인터뷰하기 전까지도 대학원에 입학하기 위해 필요한 TEPS 시험을 보고 왔단다.
“한국을 사랑합니다. 한국사람 못지 않게 아니 그보다 더 한국을 사랑합니다. 질서의식이 뛰어나고 공공예절을 지킬 줄 아는 한국사람들의 모습에서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캔사스시티의 어느 외딴 시골집에서 회오리바람을 타고 끝없는 모험을 시작한 ‘오즈의 마법사’의 도로시처럼 그녀의 모험은 계속되고 있다.

글,사진_이재욱 / 14기 학생기자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05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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