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청년, 태권도에 인생을 걸다 경희대 태권도학과 마르코 이엔나(이탈리아)



이탈리아 청년, 태권도에 인생을 걸다  마르코 이엔나(이탈리아)

단풍이 선명하던 어느 가을 날, 멀리서 저벅저벅 걸어오는 잘생긴 사나이가 눈에 띄었다. 그 사람은 바로 이탈리아에서 온 태권청년 마르코 이엔나. 이탈리아에서 한국까지 오직 태권도만 생각하고 왔다는 마르코는 한국에 있는 외국인들보다 한국 사람과 더 잘 통한다며 웃는다. 과연, 인터뷰 내내 보여준 그의 모습과 생각은 한국 사람보다 더 한국인다웠다. 훌륭한 태권도 지도자가 되기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진지한 태권소년마르코를 만나보자.

글_조민경/13기 학생기자 한국외국어대학교 한국어교육과 02학번

야무진 태권소년

그가 한국에 온 이유는 단 하나, 태권도 때문이다. 이소룡을 좋아하던 일곱 살짜리 꼬마 마르코는 무술을 배우겠다는 결심을 했다. 동네에 있는 다양한 무술도장을 돌아다니다가, 태권도장에 발을 들여놓은 순간, 어린 마르코는 “아, 이거다!” 라고 느꼈다고 한다. 그때부터 시작된 태권도와 마르코의 인연은 시간이 지날수록 끈끈해진다. 태권도에 담긴 정신과 예의가 그를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자신을 이겨내는 것을 강조하는 태권도의 정신은, 마르코에게 어려움이 생겼을 때 흔들리지 않게 잡아주는 마음의 중심이 되었다.

태권도장에서 워낙 많은 시간을 보내 도장 밖 세상으로 나오면 예의범절과 사고방식이 너무 달라 어색했다던 마르코. 그는 이탈리아의 정규 교육 과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온다. 목적은 오직 하나, 경희대학교 태권도학과에 입학하기 위해서였다. “막상 한국에 오니 경희대 교수님들이 제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입학을 허락하지 않았어요. 그렇다고 외국인들만 따로 수업하는 다른 대학교 태권도학과는 가기 싫었어요. 한국 사람들과 똑같이 제대로 배우고 싶었거든요. 경희대 태권도 학과만 생각하고 여기까지 왔는데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어요.”

그러나 불굴의 청년 마르코는 서강대 어학원을 다니는 십 개월 동안 매일같이 태권도학과가 있는 수원까지 찾아가 교수님들을 설득했다. 학생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태권도 연습을 하고, 수준급으로 향상된 한국어 구사능력을 보이며 태권도를 향한 열정과 노력을 보여준 덕분에 드디어 교수님들이 정식 입학을 허락했다. 그렇게 경희대 태권도 학과 외국인 1호로 입학한 마르코는 내친김에 외국인 박사 1호도 할 생각이다. 나중에 이탈리아로 가 대학에 정식으로 태권도학과를 만드는 꿈이 있기 때문이다. 유럽엔 아직 태권도 도장 외에 대학교 학과로 설립되어 있는 경우는 없기 때문에, 학과로 설립된다면 태권도의 발전에 더 큰 힘을 실어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저는 훌륭한 태권도 지도자가 되려고 한국에 왔어요. 태권도도 잘하고, 지식도 깊고, 저에게 태권도를 배우는 수련생들이 몸뿐만 아니라 생각과 꿈도 변화할 수 있게 하는 완벽한 지도자가 되고 싶어요. 실전과 지식뿐 아니라 교육 방법도 생각해야 할 것 같아서 지금 한국어교육을 부전공하고 있어요.”

그 누구보다 바쁜 대학생 마르코

그의 하루는 오전 여섯 시에 시작한다. 캠퍼스 근처에 있는 태권도 품세를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도장에 가서 품세를 다듬으며 태권도로 하루를 연다. 이론 수업을 듣고, 실기 수업을 듣고, 발표 준비와 과제, 품세 동아리와 겨루기 동아리 활동으로 가득 찬 마르코의 공식적인 일정은 오후 열 시 반에 끝이 난다. 그나마도 밀린 과제를 하다 보면 새벽에 잠드는 날이 더 많지만, 바쁠수록 꿈을 향해 빠르게 달려가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말하는 마르코. 요즘은 잠이 모자라 간간히 조는 경우도 있다며 쑥스러워한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박사과정까지 마치려면 앞으로 칠 년은 더 학교를 다녀야 하는 마르코는 남다른 고민이 있다. “저는 지금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젊을 때만 경험 할 수 있는 경험들을 놓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나중에 이탈리아에 가면 친구들도 직장인이라 젊을 때처럼 많이 만나지 못하잖아요. 부모님도 점점 연세가 드시니 옆에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이탈리아에 있는 친구들, 가족들과 함께 하지 못해 아쉬워요.
이렇게 갑자기 우울해지거나 기운이 빠질 때면 학교 안에 있는 호숫가에 앉아 바람을 쐬거나, 노래방에 가서 노래를 불러요. 어떤 노래를 자주 부르냐고요? 말하기 쑥스러운데~(^^a) 발라드를 좋아해서 김돈규의 ‘나만의 슬픔’이나 루그의 ‘죄’를 즐겨 불러요.”

진지청년 마르코는 요즘 글을 쓰고 있다고 한다. 한국에 와서 태권도를 배우는 일상과, 끊임없이 샘솟는 다양한 생각들을 기록했다가 나중에 에세이 집을 내고 싶다고. 짧은 소절만이라도 들려달라는 기자에게 마르코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인터뷰 하러 오기 전에도 아주 예쁜 시를 하나 지었는데, 이탈리아어예요. 그런데 한국어로 옮기면 운율이 이상해져요.^^”
이탈리아어를 몰라 결국, 그가 쓴 글을 들어보지는 못했지만. 태권도와 한국 생활에 대해 쓴 글만큼은 뿌듯하고 행복한 내용이었으면 좋겠다. 진지한 태권소년 마르코의 야무진 계획이 실현되는 그 날이 와서, 한국에 있는 기자의 두 손에 이탈리아 대학 최초의 태권도학과 교수가 된 마르코의 책이 들려지는 순간을 상상해본다.

글_조민경 / 13기 학생기자
한국외국어대학교 한국어교육과 02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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