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사전을 편찬하고 싶어요” – 서울대 언어교육원 ‘마우마우소’
















핸드폰 연결음 얘기를 꺼내자 쑥스럽게 웃는다. 예전에 핸드폰을 새로 산 기념으로 무선인터넷에 접속해서 직접 다운 받은 것이라고 한다. 한국 생활도 올해로 벌써 10년째. 유창한 한국어 실력만큼이나 한국에서의 생활 역시 무척이나 자연스러워 보였다. 2002년 월드컵 때는 붉은 옷을 입고 한국인과 어깨동무하며 거리 응원도 했다. 몇 해 전에는 아는 친구에게 소개를 받아 한국인 여자친구를 사귄 적도 있다고 귀뜸해 줬다. 하지만 그의 한국생활이 항상 즐거웠던 것만은 아니다. 1996년 한국 땅을 처음 밟게 된 것도 모국인 미얀마의 군사정권이 대학을 폐쇄하였기 때문. 하지만 공부는 돈이 없어 엄두도 내지 못했다. 남양주에 있는 단추공장에서, 수원에 있는 플라스틱 사출 공장에서 밤낮으로 일을 해서 번 돈을 고스란히 브로커에게 갚아 나갔다. 일하면서 행여나 안 좋은 기억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미얀마에나 한국에나 좋은 사람도 있고 나쁜 사람도 있잖아요.”하면서 웃는다. 말 그대로 우문현답이다.




돈을 다 갚고 난 1999년부터는 본격적으로 민주화 운동을 시작하였다. 지금 살고 있는 부천에 미얀마 민족 민주동맹 한국지부(www.nldla.or.kr)를 설립하였다. 본국에서 대학살이 벌어진 2003년도에는 일을 그만 두고 5개월 동안 매일 같이 1인 시위를 벌였는데 당시 ‘MBC 시사매거진 2580’이라는 방송 프로그램에 소개된 적도 있었다.

“우리 아버지는 내가 행여나 본국에 남아있으면 데모라도 해서 잡혀갈까봐 나를 한국에 보냈어요. 한 번도 말씀드린 적은 없지만 어느 정도는 알고 계신 것 같아요. 하지만 뭐 어쩔 수 없지. 우리 가족만 잘 살면 안 되니까.” 항상 구차하게 쓰이는 ‘어쩔 수 없다’는 말을 이처럼 멋지게 쓰는 사람이 또 있을까? “한국에 와서 도로 위에 도로가 있는 거(교차로)보고 많이 놀랐어요. 우리도 빨리 발전해서 높은 건물도 있고 다들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 소박하지만 절실한 바람이다.




본격적으로 한국어 공부를 시작한 것은 지난 해 4월. 전에 부천에 있는 시민단체 지원자들에게 한국어를 배운 적이 있긴 하지만 일이 고된 탓에 제대로 배울 수가 없었다. 그래서 돈을 좀 더 모아 체계적인 교육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해 찾은 곳이 서울대 언어교육원이었다. 처음엔 너무 어렵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지만 1주일에 5번, 아침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힘든 일정을 소화하면서 실력도 부쩍 늘었다고 한다. 작년 1학기에는 언어교육원에서 1명한테만 주는 전액 장학금을 받기도 했다. “아무래도 선생님들이 제가 하고 있는 일을 이해해 주셔서 저를 추천해 주신 것 같아요.”라며 겸손해 한다. 마지막 단계인 7급을 마치고 나면 한국에 망명 오는 친구들에게 통역도 해주고 선생님이 되어서 부천에 있는 친구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칠 계획이라고 한다.




그의 최종적인 목표는 미얀마어로 된 한국어 사전을 편찬하는 것이다. 미얀마에 한국어 사전이 인기가 있을까하는 물음에 그는 웃으면서 답한다. “친구들과 연락할 때마다 장동건이나 원빈 사진 좀 구해달라고 난리예요. 월드컵 이후로 한국 드라마가 인기 끌면서 한국말에 관심 많아졌어요.” 물론 사전을 편찬하고 싶은 이유가 그것 때문은 아니다. “한국말 배우는데 사전 없어서 한영사전으로 영어 찾고 다시 영어로 미얀마어를 찾으면서 공부했어요. 나중에 공부하는 사람들이 좀 편했으면 좋겠어요.” 군사정권을 무너뜨리고 민주주의를 쟁취해 낸 한국의 역사를 알리는 것이 조국의 민주화에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민주화를 위해서는 교육의 힘이 중요하다는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인터뷰가 끝나자 그의 발걸음은 근처 체육관을 향한다. 5개월 전부터 태권도를 배우기 시작하였는데 이제 흰 띠에서 빨간 띠로 올라갔다며 은근히 자랑을 늘어놓는다. 한국어 선생님도 모자라 태권도 사범까지 하고 싶은지 욕심이 하늘을 찌른다. 아무쪼록 그 욕심 마음껏 부릴 수 있게 그의 조국에도 봄이 찾아왔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글,사진_오수호 / 12기 학생기자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 00학번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emoticon

스티커 댓글

스티커를 사용해서 댓글을 남겨보세요!

댓글달기
  • 감동
  • 부들부들
  • 눈물
  • 두근두근
  • 좋아요
  • 사랑해요
  • 멋짐
  • 하하
  • 신남
  • 행복
  • 멘붕
  • 헉
  • 시무룩
  • 하이파이브
  • 응원
  • 쓰담쓰담
  • 뽀뽀
  • 박수
  • 선물하기
  • 고마워
  • 귀여워
  • 셀카
  • 저요
  • 열공
  • 쓰러짐
  • 씻기
  • 팩

소챌 스토리 더보기

대학생 집콕러를 위한 월간 소비

편지가게 글월, 마지막으로 편지를 받은 게 언제예요?

비전공자를 위한 교양서

비전공자를 위한 전공자의 교양서 큐레이션

일본어 번역가 강민하 | 마음까지 전하는 번역

VEGAN ESSAY 의생활 실전편ㅣ스물 한 살의 비건인 나는, 잘 입고 있습니다

VEGAN ESSAY 식생활 실전편ㅣ스물 한 살의 비건인 나는, 잘 먹고 있습니다

VEGAN ESSAY 입문편ㅣ스물 한 살의 비건인 나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2012년, 빙의하고 싶은 영화 속 주인공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