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파룩, 이 비행기는 싱가폴로 갑니다~’ 샤시칸 파룩
















아직도 한낮의 무더위가 채 가시지 않은 저녁, 샤시칸을 만났다. 남아시아에서 왔다고 해서 우리나라 사람과 비슷한 체구이겠거니 생각했는데, 웬걸 엄청난 거인이 인사한다. 운동도 열심히 한 듯, 악수를 건네는 기자의 손이 이렇게 작아 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러나 긴장도 잠시, 샤시칸은 이내 웃으면서 말한다. “미래의 얼굴 홈페이지 한번 들러봤는데, LG에서 대학생을 위해 그런 일을 한다는 게 신기하더군요.”
기자가 아직 영어가 서툴러서 샤시칸과의 의사소통을 은근히 걱정했었는데, 의외로 그는 한국어가 능숙했다. 2003년 가을부터 1년간 한양대학교에서 한국어 강좌를 들었기 때문이란다. 덕분에 그는 지금 ‘미래의 얼굴’에 있는 글들도 대부분 읽고 그 내용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자세히 듣고 있으려니 그는 가보지 않은 페이지가 없었다. 심지어는 학생기자단 메뉴를 클릭해보고서는 기자들이 속해있는 학교들에 대해 물어보기도 했다.





단기적으로 유학을 올 학생이라면 굳이 한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할 필요까지는 없었을텐데, 샤시칸은 왜 한국어 스쿨을 따로 1년 동안이나 다녔을 정도로 한국어 배우기에 열심이었을까. 알고 보니 그의 꿈은 놀랍게도 파일럿이었다. 그것도 한국계 항공사의 파일럿. “많은 사람들이 파일럿이 되려면 한국 항공대에 갔어야 한다고 하더군요. 그러나 그렇지 않아요. 항공우주공학은 항공학과 항공전자공학을 모두 포괄하는 말이거든요.” 자신의 꿈에 대해 설명하면서 자세히 개요도까지 그려주는 그의 모습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한국계 항공사가 그의 모국인 스리랑카까지 취항하느냐고 물어봤는데 대답은 ‘노’였다. 그런데 왜 그는 굳이 모국의 항공사가 아닌 우리나라의 항공사의 파일럿이 되려는 것일까. 그는 한국계 항공사가 제공하는 편의에 매력을 느끼는 듯 했다. “한국계 항공사는 스폰서에요. 학생에게 스폰서가 있다면 뭐든지 할 수 있죠. 한국은 나에게 그 기회를 줬어요. 모국에 취항하지 않으면 어때요. 어차피 싱가폴이랑 우리나라는 가까운걸요(국내 항공사는 싱가폴에 직항 노선이 있다).” 비록 자신의 나라가 아니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최대한 활용려는 그의 모습이 당차보였다.





샤시칸은 모험을 즐기는 듯하다. 그는 대학교도 파키스탄에서 다녔을 만큼 철저한 ‘해외파’이기 때문이다. 외국 생활에 대한 두려움과 외로움을 가질 만한데, 더구나 그의 주변에 자신과 같은 국적을 가진 사람이 전혀 없음에도, 그는 자신의 생활이 무척이나 재미있고 신이 난다고 말한다. 다양한 사람들, 다양한 문화권, 다양한 음식들을 겪어보는 것이 말 그대로 ‘그냥’ 재미있다고 한다.
파키스탄과 한국을 모두 경험해 본 사람으로서, 간단히 비교를 해달라는 주문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는 한국이 낫다고 잘라 말한다. 종교적인 규제가 심한 파키스탄에서는 성인 남녀간의 대화조차도 엄격하게 제한된다고 한다. 비록 같은 모슬렘이긴 하지만 그는 종교적인 과격함이 없는 우리나라가 더 생활하기 편하다고 했다. 한국 사람들이 비록 외국인을 대할 때 수줍음을 많이 타지만, 한번 친해지면 그 이상으로 잘해준다면서 오래 머물고 싶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샤시칸은 ‘자신에게 어떤 분야의 재능이 있다고 생각되면 도전하라’고 말했다. 비록 그것이 힘들고 고된 시간이라도 말이다. 문득 유학이라는 힘겨운 생활 속에서도 자신의 꿈을 찾아 계속 나아가고 있는 그가 멋지게 느껴졌다.
한국의 파일럿이 되기 위해서는 4개의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고 한다. 샤시칸은 올 가을에 있을 이 테스트들을 준비 중이다. 머지 않은 미래, 캡틴 파룩의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누벼보기를 기대한다.

글_박태진 / 11기 학생기자
카이스트 수학전공 02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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