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의 바둑 소녀, 한국을 평정하러 오다
















다이아나를 만나기로 한 곳은 상왕십리에 있는 한국기원이었다. 유럽에서 왔다고 하길래 무조건 큰 키에 금발을 가진 사람을 찾아다녔는데, 실제로 본 그녀는 연구생들 틈에 있으면 찾기가 어려울 정도로 체구와 생김새가 우리나라 사람과 비슷했다. 친근한 느낌이 들 뻔 했지만, 아쉽게도 그녀는 우리말이 서툴다고 했다. 때문에 인터뷰 내내 기자 또한 서투른 영어를 쓰느라 힘들었다. 물론 덕분에 간간히 그녀 입에서 튀어나온 한글 단어가 재미있기는 했지만.




그녀는 상식을 무너뜨리는 친구다. 저 먼 동유럽의 작은 나라 헝가리에서 왔다는 건 그다지 흥미롭지 않아도 좋다. 정말 흥미로운 건 그녀가 한국에 온 이유가 바로 바둑이기 때문이다. 바둑을 익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정형화된 규칙이 유럽에 보급된 것도 아닐 텐데, 그녀는 체스보다 바둑이 훨씬 재미있다고 했다. 이유를 물어보니 너무도 간단하게 말한다. ‘쉬우니까!’ 뭐 그런 걸 물어보냐는 듯이 너무도 자신 있게.

그녀는 아버지를 통해 바둑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녀의 아버지는 그녀보다 더한 게임광인데,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흥미로운 게임이 있으면 우선 해보는 스타일이란다. 그런데 사실 바둑은 애초에 다이아나를 위한 게임이 아니라 그녀의 오빠와 함께 즐기기 위한 게임이었단다. 그렇지만 그녀는 아버지와 오빠가 하는 게임을 보는 것에만 만족하지는 않았다. 자신에게도 바둑을 가르쳐 달라고 졸랐고, 결국 한국까지 유학을 온 지금의 다이아나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다이아나는 왜 한국을 택했을까? 중국이나 일본으로 유학을 갈 생각은 해 보지 않았을까? 왜 한국을 택했느냐는 질문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녀는 너무나도 쉽게 대답한다. “한국이 가장 잘하니까요. 한국이 바둑 공부하기 가장 좋은 곳이니까요” 그녀는 뉴 제너레이션(new generation)이라는 단어까지 써 가면서 한국 바둑의 미래를 밝게 내다봤다. 어린 시절 바둑을 알게 된 뒤 각종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전세계를 돌아다니는 생활을 했는데, 그 어느 나라도 한국만한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게 그녀의 말이다. “난, 한국에서 프로 기사가 되고 싶어요!”





바둑에 대한 이야기는 의외로 쉽게 끝났다. 다이아나의 인생은 결국 바둑으로 모든 게 모아져 있었다. 바둑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하려 했지만, 역시 동유럽 사람답게 그녀는 부연 설명을 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한국에 처음 왔을 때의 느낌도 ‘나씽 스페셜(nothing special)’이라고 대답할 정도였으니까.

그녀의 집은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에 있다. 그러나 부다페스트는 우리의 서울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조용한 도시라고 한다. 지하철 노선도를 가리키며 연신 복잡하다고(complicated) 말할 정도였다. 부다페스트의 노선 수는 고작 세 개이고, 전체 역 개수도 열개 남짓 하다고 하니 그녀가 복잡하다고 말하는 게 이해가 될 만도 하다. 그러면 도쿄는 어떠냐고 물어보니 눈이 빙빙 도는 제스처를 취하면서 손을 내젓는다. 서울이나 도쿄에 있으면 자신이 마치 시골소녀 같다나?









그녀는 아직 비자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못한 상태다. 때문에 올 여름 다시 헝가리에 돌아간 후 조만간 재입국할 것이라고 한다. 다시 입국하면 좀 더 여유있게 바둑 공부에 매진하고 싶다고 했다. 현재 그녀의 기력은 아마추어 6단. 외국인으로서 이 정도도 정말 대단한 실력이건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며 겸손함을 보이는 다이아나다.
그녀의 최종적인 꿈은 마스터가 되어 현재 동호인 300명 정도뿐인 헝가리에 바둑을 널리 알리는 것이라고 한다. 글로벌 시대, 많은 것이 하나로 모아지는 지금이지만, 동서양이 절대 공유하지 못할 것만 같았던 바둑과 같은 스포츠마저 함께 즐길 수 있는 시대가 오는 것이 놀랍다. 멀지 않은 미래에 그 중심에 다이아나, 그녀가 있기를 바란다.

글,사진_박태진 / 11기 학생기자
카이스트 수학전공 02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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