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은 l 인생을 180도 바꾼 드리머dreamer

‘엄친 딸’의 베일에 가려진 채 홀연히 미국 땅으로 날아갔던 이소은. 그녀는 더욱 아름답고, 몹시 인간답고, 한층 어른이 되어 있었다. 가수에서 법조인으로 탈바꿈한 독기가 전혀 짐작되지 않을 만큼.


안전장치를 푼 그녀의 안전은?

잘 나가는 여고생 가수였던 이소은은 탄탄한 뮤지션과의 작업으로 음악인으로서의 인생이 보장되어 있었다. 심지어 국내 명문대에 재학 중이던 그녀는 누가 봐도 안락한 삶에 피어날 화초였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 하지만, 그녀는 왜 돌연 온실에서 뛰쳐나갔을까?

가수 생활이 익숙해진 시기이긴 했지만, 이전부터 막연하게 공부해야겠다는 열망이 있었어요. 큰 계기가 되었던 건 2005년, KBS에서 했던 <사랑의 리퀘스트>라는 프로그램이었죠. 강원도 시골에 할머니와 손녀딸 둘이 사는 집에서 함께 지내며 집안일을 도와주었는데, 그때 할머니께서 제 손을 꼬옥 잡으시면서 말씀하시더라고요.
“나 죽고 나면, 이 아이들 어찌할꼬, 아무도 도와줄 사람 없는데 걱정이 되어서 못 ‘가겄어’.”

사회 보장 제도나 정책을 알 리 없던 그녀는 그저 “힘내세요.”란 말을 남긴 채 눈물을 쏟아내며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그때 그녀는 속마음에 의문했다. ‘내가 진정 원하고, 하고 싶었던 것이 무엇일까?’ 이는 그녀가 너무 어렸을 때부터 사회생활을 하면서, ‘이소은’이란 사람을 알기 전에 대중에게 규정지어졌던 자신을 찾는 작업이었다. 본인이 무엇을 원하고 뭘 하고 싶은지 생각할 겨를이 없던 그때, 음악 활동하는 가수로만 자기 인생을 정하지 말자면서.

가족회의를 열고 로스쿨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어요. 미국으로 향한 이유는, 이곳에 있으면 집중할 수 없을 거란 예상 때문이었죠.

결국 가족과 친구도 없는 타지의 땅에서 안정된 가수의 삶을 버린 그녀는 자신에게 있던 모든 안전장치를 풀어 버렸다. 단 한 가지 그녀의 끄나풀이라면, 어린 시절 법정영화를 즐겨보며 “Objection!”을 외쳤던 기억뿐.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이게 아닐 수도 있을까?’란 생각이 들더군요. 하나부터 열까지 아는 게 있어야죠. 집 구하는 기본적인 것부터 생활 전반에 걸쳐 거의 모든 것이 문제의 연속이었죠. 다른 가치관과 생활 방식의 차이 때문에 굉장히 고생한 거죠. 하지만, 난 알았어요. 내가 분명히 마음속에 뭔가를 염원했기 때문에 이곳에 왔고 그걸 실현할 순간이 지금이라는 것을.

그녀는 안전하지 않았음에도, ‘꿈’이란 안전이 있었다.

바닥을 치는 자신과 마주하기

하루에 한 시간 반씩 자는 것도 사치란 생각이 들더군요.

‘빽’도, 운도 통하지 않는다는 미국 로스쿨 입학의 영광 후, 그녀를 기다린 건 끔찍했던 공부의 반복이었다. 사례 문장의 논리를 끼워 맞추는데 매일, 자신을 헌정해야 했다. 시험을 준비하는데 필요한 6개월은 그녀에게 6년과도 같았다.

‘에세이를 쓰는 과정’에선 군더더기 빼는 법을 배웠어요. 10장을 5장으로, 5장을 1장으로, 그를 다시 반절로 축약해서 나를 표현하는 과정은 그동안 제가 살아온 인생의 포인트를 발견하게 한 계기가 되었죠. 꽃등심의 가치를 알았다고 하면 이해가 될까요?(웃음)

사실 그녀는 단 한 번에 로스쿨의 문을 넘은 기적의 화신은 아니었다. 자신이 원하던 학교에선 연락 한 통 없었고, 바닥을 치는 기분이었다. 당시 그녀가 배운 것은, 원하는 것에 확신할 줄 알고 도약하기 위해 움츠리는 법이었다.

로스쿨 1학년은 인생에서 제일 많이 좌절하고, 제일 나 자신이 작아 보이고, 제일 나 자신이 멍청하다고 생각했던 시기에요. 하루에 한 문장을 읽는데 1시간이나 걸리는 판례 사례를 100장도 넘게 읽고, 교수님은 압박 질문을 계속했죠. 사실 시험 기간엔 학교 도서관에 아무도 없어요. 친구들과의 경쟁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피해 다른 곳에 가서 공부하기 때문이죠. 딱 그때였어요. 극심한 우울증이 왔을 때가. 또다시 바닥을 치는 느낌이었어요.

로스쿨 입학 후 가장 힘들 때 옛 영상을 보거나 노래방에서 4시간 넘게 노래를 불렀다는 그녀, 다섯 개가 넘는 로스쿨 입학 통지서를 받아 든 그녀는 결국 법의 무대에 발돋움하게 되었다.

세계 속의 시민을 꿈꾸다


이소은은 가수였다는 독특한 이력이 로스쿨 생활을 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했다. 1학년 당시 학교에서 직접 공연을 하면서, 친구들로부터 감동을 끌어낼 때 희열을 느낀 경험도 있었던 것. 이내 미국 전역에서 열리는 로스쿨 협상 대회에 학교 대표로 출전하기도 했던 그녀는 수줍게 비밀 하나를 밝혔다. 이번 3학년 학기 중 미 연방 정부 환경 보호국(EPA)에 인턴 합격 통보를 받았다는 소식! 이렇게 탄탄대로를 달리는 그녀에게 한국이 그립기는 한 걸까?

나중에 한국에 돌아오고 싶은 생각이 있지만, 그전에, 미국에서 좀 더 트레이닝을 받고 싶어요. 미국 로스쿨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했기 때문인데, 그런 좋은 환경을 우리나라에 적용해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은 마음도 있죠. 주입식이나 암기식 교육이 아니라 열정적으로 실천형 교육을 이행할 자신도 있고요.

얼마 전 로펌에서 Summer Associate를 경험했던 그녀는 10년 뒤, 당찬 커리어 우먼을 약속했다. ‘월드 시티즌’, 세상 속 시민으로 살고 싶다는 그녀의 가치관은 책상 앞에 붙여놓은 포스트잇에서도 엿보였다.

‘지루함 속에서 창의성을 발견하자, 그리고 좋은 세상을 만들자’

그녀는 마지막으로 My style을 강조했다. 자기 색깔대로 인생을 잡고 살아가기를.
청춘일 때만 좌절하고 실패해야 얻을 수 있는 그 위기 속 선택은 결국 자기 몫이다. 덫에 걸리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대로 인생을 밀고 나가는 것, 지금 시작해도 늦지 않았다.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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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꿈을 향한 도전^^
    그 자체도 아름답지만 ㅎㅎ
    이소은씨~ 정말 멋지네요
  • 꿈을 향해 도전하는 모습이 아름답네요.
  • 오랫만에 소식듣네요~
  • 와 진짜 멋있어요. 기사 보면서 소름 돋았어요ㅠㅠ
  • 황태진

    @쉬리야 한 달이 훌쩍 지난 지금 다시봐도 이 날, 이소은씨와 함께했던 인터뷰 시간은 제게 정말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
  • 그건너

    http://me2day.net/yeswiri/2011/09/18#01:40:08
    완전 부러움요^^ ㅋㅋ
  • 황태진

    @황덕현 기자 하하 이 날 덕현 기자님도 함께 했더라면 굉장히 좋아했을 것 같군요,, @Mary J.마징가 가수와 법조인이라는 전혀 상반된 길을 걷고 있는 이소은 씨, 감성과 이성에서 저울하고 있는 것 같죠? (하하)
  • 황태진

    @야구박사신박사 아아, 그러게요 ,,,, 영상에서 빠져서 아쉽긴 하지만,,,,,, 뉴욕에서 있었던 취재는 재밌어서 즐거웠습니다 하하, @럽젠편집실 감사합니다 먼저 답변을 해주셨어요 헤헤
  • 럽젠 편집실

    @야구박사신박사 흐흐 이소은 씨는 방학을 맞아 서울에서 인터뷰를 한 거예요. 뉴욕 영상에서 빠진 이유는, 줄리어드 음대생 모 양을 사전 인터뷰하는 까닭이었답니다!
  • Mary J. 마징가

    이소은씨, 정말 좋아하는 가수인데, 이런 전혀 예상치 못한 길을 가고 있을 줄이야~ 반갑고~ 뭉클하네요~
  • 황선진

    와, 빠져드네요 :D
  • 야구박사신박사

    황기자님 이 취재 때문에 뉴욕 영상에서 빠지셨던 건가요? ^^
    그래도 취재는 재미 있으셨겠어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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