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앤컴퍼니> 오훈식 기획자

“쉽지 않아요.” 공연예술 직업을 가진 대다수 인터뷰이의 공통 답변이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왜 그 자리에서 끝없이 물질하는가?

<오페라의 유령>, <캣츠> 등을 제작한 국내 굴지의 뮤지컬 제작사 <설앤컴퍼니>의 오훈식 기획자. 사업가적인 수완과 다방면의 지식을 강조한 그는 물 흐르듯 수려한 언변으로 프로듀서의 정석을 보여줬다.

럽젠Q : 뮤지컬 기획자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요?

저는 방송연기학과를 나와서 대학 시절부터 연출 쪽을 조금씩 공부했어요. 하지만, 프로듀서는 본래 전공은 전혀 상관이 없죠. 프로듀서의 출신을 살펴보면 철학과나 음악과, 연출학과 등 매우 다양해요. 공연에 어느 정도 관심을 두고 있다가 대학을 졸업할 즈음 이 방면을 결정하고 뛰어든 경우가 많죠.

럽젠Q : 그러면 분위기 자체도 고루하지 않은가 봐요?

네. 우리 회사도 다들 대학생처럼 옷을 편하게 입고 다닐 만큼 자유로워요. 오늘 제 복장도 그렇지만(웃음). 늦게 들어가는 일이 많다 보니, 출근 시간도 유동적인 편이고요.

럽젠Q : 공연의 기획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나요?

두 가지 경우가 있어요. 일단 첫 번째는 창작 뮤지컬이에요. PD가 아이디어가 있으면 이걸 소개하면서 왜 가능한지를 설명하는 기획안을 내죠. 이를 가지고 함께 회의를 거친 후 CEO가 최종적으로 결정하고, 채택됐을 때 무대에 공연이 올라가게 됩니다. 두 번째는 라이선스라고 해서, 해외에서 이미 성공한 작품을 다룰 때가 있어요. 이런 경우는 CEO가 먼저 제안하는 편이에요. 그다음 우리끼리 회의를 거쳐 국내에 들여오죠.

럽젠Q : 컨텐츠 기획 회의가 주기적으로 있는 건가요?

특별히 정해진 건 없어요. 일반 회사처럼 ‘컨텐츠 개발 회의합시다!’ 이렇게 정하는 게 아니라 그냥 때때로 해요. 그냥 밥 먹는 자리든 술 먹는 자리든 생각나면 바로 얘기하죠.

럽젠Q : 본인이 직접 발굴한 작품이 실제로 무대에 올려지면 굉장히 뿌듯하겠네요?

물론 기획안이 발전되어 실제 뮤지컬로 만들어지고 흥행하면 좋기는 하지만, 개인이 발굴한다고 이야기하긴 힘들어요. 왜냐하면 어떤 컨텐츠가 있으면, 그를 평가할 수 있는 각 파트의 장들이 있거든요. 같이 얘기를 나누면서 ‘이게 가능할까’, ‘예산은 얼마를 들까’를 함께 분석해요. 그래서 한 개인의 컨텐츠라 해도, 그게 온전히 그의 작품이라기보다는 공동 창작이라고 할 수 있어요.

럽젠Q : 실제 뮤지컬 분야에서 프로듀서의 권한은 어느 정도인가요?

연극이나 영화는 연출의 권한이 강한 편인데, 프로듀서의 역량이 큰 건 바로 뮤지컬이에요. 프로듀서가 이 공연을 기획 단계에서부터 선택하고, 그에 맞는 연출가와 무대감독, 기술 스태프 등 작품에 맞는 사람을 선택하여 고용하는 시스템이니까요. 구조 자체가 프로듀서의 입김이 셀 수밖에 없죠.

럽젠Q : 작품에 맞는 스태프를 선정하는 일이 굉장히 어렵죠?

이런 선택 능력이 바로 프로듀서로서 필요한 재능과 감각이라고 할 수 있죠. 이 작품과 사람을 대조하면서 잘할만한 인재를 판단하고 빠르게 결정하는 감각이요. 사실 아무리 유명한 배우라고 해도, 그의 노래나 연기 톤이 작품 성향과는 안 맞는 경우가 있거든요. 프로듀서가 이런 감이 떨어지면, 자기 기준이 없어져서 연출에 휘둘리게 돼요. 기본적으로 프로듀서라면 작품을 무대에 올릴 때 어떤 방향으로 구상하겠다는 생각이 있어야 해요. 그다음엔 다른 이를 설득해서 내가 기획한 방향에 맞게 작품을 진행해야 하죠. 그런데 프로듀서가 중심이 없다면 결국에는 다 흐트러집니다.

럽젠Q : 작품과 스태프, 배우까지 다방면의 이해도가 필요하겠네요?

그래서 평소에 공부를 많이 해요. 공연도 많이 보고, 공연을 보면서도 계속 생각하죠. 만약 어떤 공연에서 조명이 좋다면 누가 그를 맡았는지 체크하는 등 각 스태프의 특색을 다 파악하죠. 또 한 스태프랑 같이 작업하면, 일하면서 어떤 스타일인지 분석해 머릿속에 담아놓아요. 그 정보를 어떻게 조합시켜 가장 멋진 하모니를 만드느냐가 참 디테일하면서도 어려운 과제죠.


럽젠Q : 공연을 무대에 올리는 준비 과정에는 어떤 일을 하나요?

일정하진 않아요. 보통 두 세달 정도 연습하는데, 연습실에 붙어 있는 날도 있고 회의로 하루를 다 보내는 날도 있고. 그때그때 공연이 제작되는 스케줄에 따라 업무가 달라지죠.

럽젠Q : 공연 현장에서 프로듀서가 맡는 업무의 영역은 어디까지인가요?

<설앤컴퍼니>는 과장이나 대리 같은 직함이 없고, PD 아니면 컴퍼니 매니저예요. 컴퍼니 매니저란 배우와 스태프가 소통하면서 현장을 운용하는 역할로, 프로듀서가 되기 전 단계의 위치라고 할 수 있죠. 프로듀서가 직접 현장에서 크게 자잘한 일을 하지는 않고 보통 이들이 처리해요. 외국에는 컴퍼니 매니저라는 직업이 따로 있는데 우리나라는 아무래도 조직사회이다 보니 프로듀서가 되기 전의 이 역할을 꼭 거쳐요. 저도 그랬고요.

럽젠Q : 일년 기준으로 공연을 보통 몇 개 담당하나요?

큰 공연으로 따지면, 4개 정도? 그 사이에는 내년 것을 준비하고요. 공연이 없어도, 그 기간은 차후를 위한 준비제작 과정이라 사실 쉬는 기간은 거의 없죠.

럽젠Q : 예술성과 상업성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일이 어렵지 않은가요?

뮤지컬의 출발은 사실 어디까지나 상업이에요. 뮤지컬은 흥행이 안 되면 결코 유지할 수 없는 분야거든요. 뮤지컬의 투자 규모가 보통 10억원에서 2백억원까지 가는데, 그 많은 돈을 투자한 사람이 과연 예술을 보고 투자했을까요? 아뇨, 수익이죠. 프로듀서로서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이 작품을 꼭 성공시켜서 투자자에게 돈을 돌려줘야 한다는 의무예요. 그래서 뮤지컬에는 작품성과 스타성 모두 필요해요. 저는 예술과 상업이 아주 별개라고 생각하진 않는데, 그 사이에서 어떻게 중심을 잡느냐가 좋은 프로듀서인지 아닌지를 가른다고 할 수 있죠. 아예 상업적으로 가기로 하면, 사실 돈 버는 방법은 굉장히 쉬워요.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하니까 많은 프로듀서가 어려운 길을 가는 거고요.

럽젠Q : 균형 잡기의 어려움을 느끼는 프로듀서도 많겠네요?

자신이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이 달라 괴리감도 느끼는 사람을 많이 봤어요. 공연이 진행되는 방식 등의 현실적인 부분에 부딪혀 떠나는 사람도 많아요. 프로듀서가 항상 생각해야 하는 것은 경영이에요. 머리의 반은 이게 차지해야 하죠. 예산을 짤 때도 이 작품이 얼마나 성공할 수 있을 지부터 좌석 가격과 배우의 수까지 일일이 체크하고 연출가와 이야기를 나눠야 해요. 그런 건 경험이 없으면 못하는 일이죠. 차차 쌓아가는 거예요.

럽젠Q : 스태프를 컨트롤하는 일이 어렵진 않으세요?

그렇죠. 회사의 입장과 크리에이티브 팀의 입장은 다르니까요. 같이 출발하더라도 크리에이터들은 좀 자유로운 영혼이잖아요. 그들은 경제적인 부분을 잘 모르고, 말 그대로 작품만에 충실해서 그들이 예산 안에서 작업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 프로듀서가 할 일이에요. 그 때문에 예산상 비현실적인 요구를 하면, 좀 더 합리적인 제안을 하고 설득도 해야 해요. 스태프 개개인끼리의 마찰이 일어나면, 이 상황에선 누가 물러서야 할지 등도 정리하고요. 이쪽 일은 대화가 50% 차지해요.

럽젠Q : 프로듀서에게는 전문 지식도 많이 요구되나요?

저는 프로듀서는 다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돈과 관련해서 집행하고 조율하는 부분도 알아야 하죠. 어떤 분야든 디테일하게는 몰라도, 시스템을 파악해야 해요. 프로듀서가 전문지식이 없다고 하면, 디자이너도 말이 안 통하니까 대화를 안 하려고 하죠. 무대감독이나 연출 같은 스태프들은 다른 파트에 대한 전문지식을 쌓지 않아도 괜찮을 수 있는데, PD는 달라요. PD가 전체를 아우르는 역할이라 전문지식이 없으면 일을 못 하죠.

럽젠Q : 대학 시절에는 어떤 경험을 쌓았나요?

전 연극 연출을 했기 때문에 학교를 다니면서 외부 일도 많이 했어요. 이벤트 회사에 들어가서 경험을 쌓기도 하고, 직접 공연 기획사에 발품을 팔고 다니며 아르바이트를 했죠. 그러면서 누가 어떤 역할을 맡고 공연 전반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메커니즘을 파악했죠. 그래서 현장에 나가면 내가 이런 일을 하리라는 걸 파악하고 시작할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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