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에어┃‘나’에게로의 강한 몰입

난생 처음 듣는 이국적인 악기 연주와 정체 불명의 멜로디 속에서 문 에어와의 첫만남이 이루어 졌다. 자신의 공간으로 들어선 낯선 이에게 잠시 다정한 눈짓으로 인사를 준 그는 곧 다시 음악에 몰두했다. 어떤 말도, 불필요한 몸짓도 없는 고요한 몰입. 그것이 문 에어였다.

레게 머리, 카포에라••• 그런데 회사원이다?!

등까지 내려오는 치렁치렁한 레게 머리의 문 에어는 명동 한복판에 세워놔도 한눈에 들어올 정도로 참신한(!) 외모의 소유자다. 한국인에게 브라질 전통무술 ‘카포에라’를 지도하며 날라 다니는 그의 모습을 보고 직업과 잘 어울리는 외모라고 판단할 수 있겠지만, 그는 명실공히 종로에 있는 대기업에 다니는 회사원이다. 카포에라 지도는 그저 취미일 뿐이라고 하는데•••.

저는 자메이카에서 태어나 자랐습니다. 이후 UC버클리 대학에 입학하면서 미국으로 건너갔고, 재작년에 SK의 스카우트 제의로 한국에 왔어요. 지금은 사업개발팀에서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고, 우연한 계기로 주말마다 한국인에게 카포에라를 가르치고 있어요. 아직 한국어는 많이 서툴지만, 한국인 여자친구 덕에 나날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얍! 철권의 에디가 카포에라를 전수하다

‘카포에라’는 브라질 전통 무술이다. 비보잉의 ‘윈드밀’이 연상되는 리듬감 있는 동작이 압권으로, 전통 음악에 맞춰 춤추듯 이뤄져 한 편의 종합예술을 보는 느낌이다. 자메이카인인 문 에어가 이런 카포에라와 사랑에 빠지게 된 계기는 다름아닌 <철권>이라는 게임 때문.

<철권 3>의 ‘에디’라는 캐릭터가 사용하는 무술이 ‘카포에라’에요. 게임하다가 나도 저렇게 싸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마침 대학 입학 문제로, 에디의 실재 모델인 ‘매스터 마셀로 페레이라’가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가게 되었죠. 그곳에 가자마자 매스터 마셀로를 찾아가 카포에라를 전수 받았어요. 그때부터 저의 카포에라 인생이 시작된 거죠.

직업 때문에 한국에 온 문 에어는 여전히 ‘카포에라’를 포기할 수 없었다. 매일 아침 회사 지하의 요가 룸에서 홀로 ‘카포에라’를 연습했는데, 마침 그곳을 지나가던 한 여직원이 카포에라의 신비한 몸짓에 매료되고 말았다.

동료 여직원이 제가 카포에라를 연습하는 것을 유심히 보더니 자기에게도 가르쳐 달라고 부탁했어요. 같이 운동하면 좋겠다 싶어서 카포에라를 가르치기 시작했는데, 입소문을 타고 다른 사람들이 더 합류했죠. 지금은 아예 공간을 빌려 주말마다 카포에라를 수련하는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어요.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나이 성별 불문하고 다양한 사람들이 아카데미를 찾고 있어요.

젊을 때 사서 고생하지 마라, 균형이 중요하니까

미국 명문대를 나와 대기업에 다니고 아름다운 여자친구가 있는 것은 훌륭한 취미 생활까지 구비한 문 에어. 그는 젊지만, 객관적으로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다고 평가하는 게 과하지 않아 보인다. 그의 현재는, 아마도 공부와 사업, 운동 등을 향한 20대의 열정이 숨어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문 에어는 본인과 같은 삶을 권하지 않았다.

미래의 성공을 위해 앞뒤 가리지 말고 치열하게 살라고 어른들은 말합니다. 20대 때 하고 싶은 것을 참고 좀 더 고생하면 앞날이 편할 거라면서요. 그런데 무엇을 위해 스스로를 몰아붙이고, 자비 없이 닥달하나요? 저는 성공하려면 이렇게 해야 해 한다는 아버지 말에 따라 부지런히 공부했고 아버지가 원하는 명문대에 입학했어요. 그런데 뭘 하고 싶은지 모른 채 그저 열심히 사는 것은 결론적으로 제게 고통이었죠. 물론 현실을 잊으라는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그것과 현실을 조화시키는 일은 삶을 거시적으로 봤을 때 매우 중요한 것 같아요. 제가 카포에라를 시작하면서 제 삶의 밸런스를 맞출 수 있었듯 여러분에게도 이런 것이 있을 거예요. 꼭 찾으시길 바라요.

문 에어의 또 다른 취미는 명상. 절에도 가고, 틈날 때마다 집에서도 한다. 수시 명상이 그에겐
일상이다. 이는 동양의 신비를 좇아 겉만 흉내 내는 멋 부림이 아니라 진짜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묻기 위한 끊임 없는 노력의 일환이었다.

자신을 이해하는 것에 힘을 기울이세요. 부모님이나 친구들 등 다른 사람의 말에 휩쓸리기 쉬운데, 대신 본인의 힘으로 스스로 이해해야 해요. 혼자 시간을 자주 보내기를 권해요. 친구와 가족과 함께 지내는 시간도 물론 소중하지만, 나를 위해 혼자 보내는 시간도 매우 중요해요. 일과를 맞추고 방문을 잠그세요. 아버지가 불러도, 친구가 불러도 무시하고 음악을 듣고, 쉬면서 내가 누군지, 뭐가 되고 싶은지 스스로를 들어 보세요. 거기서부터 진짜 자신의 삶이 시작되는 거예요.

처음 만남부터 마지막 인사까지, 문 에어는 세상 무엇에도 흔들리지 않고 오롯이 존재하는 ‘유일하고 독립적인’ 인간임을 온몸으로 보여주었다. 서류상으로만 어른인 연약한 인간으로서, 세파의 잔물결에도 쉽사리 흔들리지 않는 문 에어는 진짜 어른의 롤 모델을 보는 듯했다.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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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문대와 대기업과 카포에라와 명상.. 언발란스하면서도, 그런 개성이 문 에어를 만들어낸것이 아닐까..
    명문대에 나와 대기업에 들어가 그저 돈과 명예를 얻기위해, 단순한 스펙을 쌓아가는 것이 개성은 아닐거라는 생각이드네요... 유쾌하고 즐거운 문에어의 삶! 너무 멋집니다 ㅎㅎ
    좋은 기사 잘 읽고 갑니다 ^^*
  •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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