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A School 04_졸업생인터뷰 “열여섯 해 오롯한 건축 외길 인생, AA School에서 싹텄죠.”





김종규 씨는 직업이 두 개다. 김씨의 새하얀 명함 앞면에는 ‘M.A.R.U’ 그리고 ‘한국예술종합학교’라는 일터 이름 두 개가 나란히 새겨져 있었다. M.A.R.U에서는 건축가로,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에서는 교수로 일하고 있는 김씨는 마주보기 날에도 참 바빠 보였다.

80년대 대학생이었던 김씨는 투쟁과 데모로 얼룩진 학교에서 벗어나 건축을 제대로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찾고자 했다. 영어권이어야 할 것, 그리고 건축을 깊이 있게 공부할 수 있는 곳이라야 할 것. 이 두 가지 조건을 만족시킨 학교가 영국의 건축 명문 AA School이었다. 부랴부랴 포트폴리오를 준비해 입학 허가를 받아냈는데 웬걸, 전교생 500명 중에 한국인은 김씨 혼자뿐이었다. 그렇게 김씨의 좌충우돌 영국 유학생활이 시작되었고 이때가 85년이었다.

한국에서 건축학 학부 과정을 마쳤기 때문에 3학년 과정으로 들어갈 수 있었던 종규 씨는 89년 졸업하기까지 3년의 과정을 딱 3년 만에 끝냈다. 당연한 것 아니냐고 되물을 수도 있으나 입학생의 절반이 미처 졸업을 못하게 되는 AA School에서 졸업장의 의미는 매우 각별하다. 김씨는 졸업 후 92년까지 영국 북런던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설계 일을 했고 93년 한국에 와서는 경기대, 연세대를 거쳐 현재 한예종에 이르기까지 건축학 교수로 일하면서 학생들과 마주하고 있다.


김씨는 AA School에서의 배움을 만족스럽게 기억한다.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AA 출신 건축가들을 학교에서 쉽게 만날 수 있었고 심지어는 그들과 자신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도 나눌 수 있었다고 한다. 그뿐인가! 학교 곳곳에서는 일년 내내 전시회가 열렸고 세계 각국에서 온 학생들의 다양성은 자유로운 AA School의 분위기와 잘 맞아떨어졌다. “AA School은 유니버시티(university)라고 불리는 종합 대학과는 달리 전문 학교 시스템으로 운영됩니다. 이런 학교가 많지 않죠.” 김씨는 건축을 집중적으로 공부하고자 하는 학생이라면 AA 스쿨에서의 유학을 적극 추천한다고 말했다.

기술적이고 실용적인 면을 중심으로 가르치는 미국의 건축 교육과는 달리 영국 AA School에서의 교육은 학생들의 생각을 이끌어내는 데 더 큰 비중을 둔다고 한다. 왜 지어야 하고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은 AA School 학생들이 5년 내내 품고 살아야 하는 숙제와도 같았다. 이러한 가르침의 이모저모는 김종규 씨가 건축학 교수로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에도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김씨의 건축 외길 인생은 후배 건축학도들에게 또 다른 모범이 된다. 16년 전 AA School의 많은 선배들이 김씨에게 그래 주었던 것처럼 말이다. 마주보기 내내 말을 아꼈던 김씨가 ‘힘들었다’는 한 마디로 표현하는 AA School에서의 생활 그리고 그 후에 이어진 건축가로서의 삶은 결코 녹녹하지 않았을 것이다. 허나 처음부터 번듯했던 이 누가 있으랴. 건축학도의 꿈을 이루고 싶어하는 유학생들이여, 이것을 기억하자. 16년 전 졸업 심사 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리며 여러 밤을 새던 젊은 김종규가 없었다면 지금의 김종규도 결코 있을 수 없음을…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emoticon

스티커 댓글

스티커를 사용해서 댓글을 남겨보세요!

댓글달기
  • 감동
  • 부들부들
  • 눈물
  • 두근두근
  • 좋아요
  • 사랑해요
  • 멋짐
  • 하하
  • 신남
  • 행복
  • 멘붕
  • 헉
  • 시무룩
  • 하이파이브
  • 응원
  • 쓰담쓰담
  • 뽀뽀
  • 박수
  • 선물하기
  • 고마워
  • 귀여워
  • 셀카
  • 저요
  • 열공
  • 쓰러짐
  • 씻기
  • 팩

소챌 스토리 더보기

우린 이렇게 한겨울을 견디곤 해

어느 통학러의 빡친 하루

‘신박한’ 효과가 실화? 한 남자가 체험해봤습니다.

[파인다이닝] 서윤후 시인, 글 쓰는 청춘을 다독이다

사회초년생의 기본예절

사진 좀 찍는다는 그들의 미러리스 카메라

배틀 로드, 샤로수길 VS 망리단길

캠퍼스별 떡슐랭 가이드

2012년, 빙의하고 싶은 영화 속 주인공2